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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신들의 귀환 - 지구 종말론의 실상
에리히 폰 데니켄 지음, 김소희 옮김 / 청년정신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가장 존경하는 스승으로부터 들었던 조언 중에 하나는 항상 ‘그럴 수도 있다’라는 열린 마음이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엇이든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는 자세, 독자가 이 책을 읽어 나가기에 조금의 그런 시선들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상식’이라는 잣대 하나만으로도 저자의 생각을 매도해 버리기에 충분한 이야깃거리였으니 말이다.
에리히 폰 데니켄. 저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논픽션들을 펴낸 인물이다. 그의 첫 번째 책이자, 28개 언어로 번역된 <신들의 전차>는 6300만 명에 이르는 독자들을 사로잡았고, 최근엔 <역사는 틀렸다>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의 논픽션과 여러 권의 소설들이 영화로 만들어지거나 아이디어를 제공했으며, <히스토리 채널>에서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고대 외계인들 >도 그의 작품을 바탕으로 했다. 그의 첫 번째 작품인 <신들의 전차>는 ‘반지의 제왕’ 제작사와 영화 판권 계약을 체결해 SF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첫 장은 고대 잉카의 도시 ‘타와나쿠’ 유적지와 그에 대한 한스 호르비거의 이론, 그리고 유적지 인근에 있는 또 하나의 보고(寶庫) ‘푸마푼쿠’를 통해 시동 걸리는 저자의 주장. 그리고 이어지는 2장과 3장에서는 여러 가지 사례들을 토대로 저자의 주장에 확고한 근거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4장에서는 드디어 저자의 핵심코드, 2012년 12월 23일 지구에는 신들이 귀환할 것을 말하고 있다. 마야 달력에서와 여러 종교적 설화 등을 토대로 저자는 그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5장에서는 이론과 실제의 역설이라는 뜻을 가진 페르미 패러독스라는 말을 시작으로 외계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저자는 이 한 권의 책에 참으로 많은 과학적 증거들을 제시하였고 여러 분야에 걸쳐 독자에게 흥미로운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푼마푼쿠의 사진들이나 고대 문명의 기호나 그림등의 귀한 자료를 탐독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그런 만큼 저자의 근거 제시는 뛰어난 경지에서 설명되고 있고, 상식이라는 단어이외에 독자가 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분명한 점은 책의 내용이 아주 흥미롭게 흘러가고 있기에 독자의 뇌와 상상력을 무궁무진하게 자극한다. 그리고 옅은 웃음도 머금을 수 있다.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저자 나름대로는 골똘히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 웬만한 독자는 저자의 주장에 설득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편협한 주관을 내려놓고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상상의 나래와 함께 ‘그럴 수도 있지’라고 편하게 받아들이다보니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읽다보면 조금 더 재밌는 지식과 정보를 만나게 된 듯하다.
선입견, 독자들의 갇혀진 세계관 그것을 체계적으로 부숴보고 싶다는 저자는 발칙한 욕구와 그러면서도 ‘아무쪼록 즐겁게 읽어달라’는 저자의 당부, 거기에 응하여 그저 저자의 생각을 읽어나가는 재미,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할만한 책이었다. 다만, 2012년도 그저 평탄한 한 해가 되리라 확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