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진보다 빠른 우회전략의 힘
존 케이 지음, 정성묵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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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은 직접적이다. 정의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정의는 한정성을 내포하고, 한정은 창의적 발산을 가로막는다. 때문에 어려서부터 학문이란 잣대에 가려버리는 현실에서 학교에 앉은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문제는 세상이 더 이상 책상머리에서 평생 펜대나 굴리는 화이트칼라의 지식싸움에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창의의 경쟁에선 융통성과 통찰력을 가지고 적응할 줄 알아야 살아남는다 했다. 저자가 피력하고 있는 우회 전략은 도대체 무엇인가.

 

저자는 존 케이. 런던 정치경제대학 초빙교수이자 옥스퍼드 세인트존스 칼리지의 평의원이며 <파이낸셜타임스>의 고정 칼럼니스트다. 그는 영국 재정 연구소의 소장이자 리서치 책임자로서 연구소를 영국최고의 싱크탱크로 키워냈으며, 컨설팅 회사를 창립해 10년 동안CEO로 일했다. 그 후로는 런던 비즈니스 스쿨과 옥스퍼드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는 사이드 비즈니스스쿨의 초대 학장이었다. <시장의 진실>과 <그것의 장단>를 비롯해 많은 책을 썼다.

 

책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 우회적인 세상, 우회 전략의 필요성, 우회적인 세상을 다루는 법이 그것이다. 그리고 5~8가지의 주제들로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전체적으로 우회 전략의 필요성을 중점적인 주제로 삼고 있다.

 

1장에서는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면서 사는 사람이 아니고, 세계적인 기업들이 실제로 이윤 추구를 목표삼아 경영하고 있지 않으며, 막대한 재산을 지닌 거부들이 물질에 목매서 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 전반에 걸쳐 ‘고차원적인 목적’을 추구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고차원적인 목적은 중간 목표와 행동들을 이루어감으로써 최종적으로 달성하려는 성과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고차원적인 목적을 이루려면 우회로를 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2장과 3장에서는 세상의 복잡성과 불완전성, 지식의 한계 등을 상기시키며 우회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여러 가지 사례를 제시하며 세상의 고차원적인 목표는 직접적인 공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매 주제의 장이 끝날 때마다 우회로를 언급함으로써 각 주제들이 ‘우회 전략의 필요성’이라는 큰 단위아래 놓인 연결성을 단단히 하고 있다는 것.

 

우회 전략이라는 한가지의 소스만으로도 이렇게 다각도로 분석하고 통찰해 낼 수 있다는 것이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변화해가는 사회인식의 흐름 앞에서 굳어버린 지식적사고로 도태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나가야 하는지를, 어떠한 사고방식으로 고차원적인 목표를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인지를 명쾌하게 소개한 책이다. 무엇이든 그것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이 시발인 듯하다. ‘직진보다 빠른 우회 전략의 힘’은 진정한 지혜의 한 수를 가르쳐주는 책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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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도둑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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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마지막으로 응시했던 때가 기억나지 않을만큼 '그림자'라는 것은 나이를 먹으면서 잊혀져갔다. 내 위에 빛이 있었다면 언제나 한결같이 발밑에서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그림자는 물론 다른 물체의 그림자 또한 인식하지 못한채 지내왔다. 상처를 눈으로 보기 전엔 상처의 존재유무도 모르다가 막상 외상을 보고나면 통증이 느껴지는 것처럼, 못보고 살땐 아무렇지 않았는데 막상 오랜만에 본인의 그림자를 보게 되니 그동안의 내가 너무나 바보스럽게 느껴지고 한심스러웠다. 10년만에 만난 내 그림자가 너무 반가웠달까.

 

이 책이 내게 그런 책이다. 그림자 도둑. 마크레비의 작품이다. 1961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열여덟 살 때부터 6년간 적십자 활동을 했고, 대학 2학년 시절 첫 회사 "로지택 프랑스"를 세웠다. 1991년 컴퓨터 프로그를 이용한 건축 설계 전문회사를 설립하여 승승장구. 1998년 아들 루이를 위해 첫 소설 '저스트 라이크 헤븐'으로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스티븐 스필버그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지금까지 발표된 그의 소설들은 모두가 작품마다 프랑스에서 최고판을 기록, 총 2천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41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한참을 몰입해서 읽어가다가 책장을 덮을 즈음, 남자 주인공의 이름도 모른 채 읽고 있었다는 자각이 일었다. 소년은 이른 나이에 학교에 입학하여 키도 작고 숫기도 없어 왕따로 지낸다. 아빠는 바람나서 집을 나가고, 아빠의 빈자리는 항상 소년의 깊은 외로움으로 작용한다. 친구없는 설움은 너무 일찍 깨닫는 아이의 어투와 생각점은 굉장히 조숙하다. 아이는 그림자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과거, 불행을 읽어낼 수 있고 그림자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학교 수위 이브아저씨와 친구가 되고, 그림자 능력으로 아저씨가 과거의 불운한 기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게 돕는다. 엘리자베스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정적이 된 마르케스에게 계속 당하고 있지만, 끝내 그녀는 마르케스와 짝꿍이 된다. 마르케스를 향한 도전으로 반장이 되고 , 빵집 아들 뤼크와 친구가 되며 방힉 때 놀러간 바닷가에서 농아인 클레아와 사랑에 빠지며 (어린 나이에 이뤄지는 절절한 사랑이다.) 깊은 추억을 만든다.

 

의대에 가서 소피와 사랑과 우정사이를 헤메며,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꿈을 접은 빵집 후계자 뤼크를 의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피는 주인공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하지만 육체적 관계 이상의 감정교류는 어렵고 서로에게 지쳐간다. 뤼크와 소피, 주인공은 바다로 떠나고 거기서 주인공은 클레아와의 추억이 있는 장소와 물건, 편지를 발견한다. 소피와 결별하고 어렵사리 그녀를 찾아내 사랑을 시작한다.

 

아주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소설이다. 저자의 사진에서 필자는 장난기를 발견한다. 그런 장난기는 뤼크와 주인공의 대화에서 아주 잘 녹아나고 있다. 전개가 느리지 않으면서도 저자가 그려내고자 하는 바를 아주 명확히 그려내고 있어서 소설의 색채는 분명하고 읽기에 지루함도 없다. 특히 소년으로서의 주인공의 감성이 아주 매력적이고, 그의 상상력이나 생각들이 귀엽기 그지없다.

 

간간히 들려주는 시적이고 문학적인 문구들은 필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조금의 제동도 없었다.

바다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처음 갔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116쪽)

가을비가 어깨를 두드리던, 집으로 향하는 길 위에 나는 어린 시절을 두고 왔다. (144쪽)

 

아주 좋은 작품을 만났다. 읽으면서 내내 행복한, 따뜻한, 평온한 책읽기를 할 수 있었다. 저자의 감성, 탁월한 필치가 필자의 어린 날 품던 가슴들을 회상하게 하고, 차가운 겨울날 메마른 감수성에 작은 물방울 하나가 되어 준 듯싶다. 마크 레비의 가치를 알게 된 좋은 시간이었고, 아주 기쁜 마음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마음 시린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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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소크라테스와의 대화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고전 8
이한규 지음, 플라톤 / 두리미디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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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볼 때, ‘청소년 관람 가’라고 해서 다 청소년 정서에 무해한 것은 아니며, ‘청소년 관람 불가’라고 해서 다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영상물인 것도 아니다. 15세 이상 시청 가능한 프로그램을 13세가 본다고 해서 크게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청소년들을 주요대상으로 잡고, 철저하게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된 듯싶다. 어린이가 보기에는 어렵고, 성인이 보기에는 조금 깊이가 덜한 이 책은 주변에 있는 교복 입은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어진다. 그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의 정확한 농도가 빛을 발하고 있는 듯하다.

 

자의적으로 소크라테스를 싫어하는 이가 있을까. 만약 소크라테스를 싫어하는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고자 한다면 어쩔 수 없이 그는 소크라테스의 논법과 철학을 이용해서 설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인류가 싫어하고 말고 할 존재는 아닌 듯하다. 책에서도 소크라테스에 관하여 객관적인 정서보다는 위대한 위인으로서의 풍치를 불러일으킨다. 처음으로 그에 대해 깊이 있게 접할 청소년들에게 보다 훌륭한 지혜자로서의 위치를 부각시키고 있다.

 

소크라테스에 관한 여느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플라톤의 저서에 입각하여 저술되었다. 1부는 소크라테스의 생애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그의 잘 알려지지 않은 어린 시절과 부인 크산티페, 그리고 용사로서의 정신을 가진 소크라테스와 그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까지 기록되어있다.

 

2부는 그 시절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소개하면서 주변인들이 본 소크라테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소크라테스의 철학 - 지혜와 사랑 그리고 교육 -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가지는 지식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보고로서 그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4부는 정의와 법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신념과 가치관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특별히 고등학교에서 ‘윤리’ 혹은 ‘법과 사회’라는 과목에서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한 사람이 소크라테스라고 가르칠 때 그것이 제대로 된 지식이 아님을 알려 준다.

 

5부는 소크라테스의 시선에 담긴 인간과 영혼에 관한 이야기이다. 소크라테스는 먼저 모순율에 대해 언급하고, 이성과 욕구와 기개는 서로 다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있고 이성을 가장 중시하며 이성으로 그 외의 것을 통제하여야 한다는 견지를 피력한다. 그리고 죽음에 관하여 영혼불멸을 말하고 있고 메논과의 토론과정을 담음으로써 혼의 윤회설와 배움의 상기설을 증명한다.

 

책은 세계사 교과서를 보는 것만큼이나 그 첨부된 자료의 양이 방대하고 내용을 이해해 나나가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 자료와 드문드문 삽입된 일러스트를 통해서 지루하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다. 어미는 ‘습니다’체로 사용하고 있어 청소년들에게 어렵지 않게 설명하려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다.

 

소크라테스에 대한 모든 지식을 통틀고 있는 아주 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크라테스라는 인물을 아는 지식, 그 이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아이들에게도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더 깊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 남다른 통찰력을 키워나간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문제집으로 인한 두뇌활동 이전에 먼저 이 책으로 소크라테스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소크라테스는 사회질서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이성으로 스스로를 다스리는 지혜의 길을 제시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요즘의 청소년들에게는 그의 이런 가르침들이 너무도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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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룰 - 세상 모든 음식의 법칙
마이클 폴란 지음, 서민아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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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달로 ‘편리성’추구에 열을 올리는 것은 비단 가전제품만이 아니다. 편의점과 대형할인마트가 서민 생활권내 깊숙이 쳐들어오면서 현대인은 더욱 다양한 먹거리를 접하게 되었다. 집에 전자렌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손쉽게 ‘돌려먹는’ 포장음식의 종류가 늘었고, 가격비교에만 열을 올리는 소비자는 포장지 안에 들어있는 식품이 얼마나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만들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지식적일 수 없게 되었다.

 

이것저것 집게 되는 유혹의 장, 대형마트. 그 생활 몇 년 만에 필자는 제대로 된 입맛을 잃어가는 중이다. 무언가의 강력한 조언으로 더 건강한 식생활을 영위하고자 했던 필자에게 이 책의 존재감은 시작부터 굉장했다. 음식에 대한 법칙. 더 이상 장삿속에 놀아나지 않고 독자적으로 음식을 선택할 용기. 적어도 필자에겐 효과적이었다.

 

저자는 마이클 폴란. 그는 뉴욕타임스 최고의 베스트셀러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지 최고의 책 10권에 선정된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비롯해 다섯 권의 책을 출간했다. 두 책 모두 제임스비어드 상을 수상했다. 오랫동안 뉴욕타임스 잡지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의 언론학 석좌교수를 지내고 있다.

 

이 책은 아주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물음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구성은 총 3가지로 나뉜다. 무엇을 먹느냐 - 음식을. 그럼 어떤 음식을 먹느냐 - 대체로 식물을, 어떻게 먹으랴 - 적당히. 이렇게 짜인 목차와 함께 내용은 정말 간결하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독자에게 주고자 하는 교훈은 서문에서 이미 굵은 글씨로 밝히고 있다.

 

음식을 먹어라. 너무 많이 먹지 마라. 되도록 식물을 먹어라. (p. 17)

 

책은 1부에서는 우리가 먹어야 할 음식에 대한 정의를 밝히고, 어떤 것을 피해야 하는지와 어디서 구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2부에서는 자연적인 음식 중에서 어떤 음식을 골라 섭취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여러 가지 조언을 하여 식습관에 대한 경각심을 유발한다. 3부에서는 전반적으로 적게 먹을 것을 여러 가지 부연설명으로써 권고 하고 있다.

 

각 장마다 졔목에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핵심적으로 압축되어있고, 내용은 지나치게 단순하게 부연되어있기에 제목만으로 모든 콘텐츠가 결정되고 있다. 이 책에서 정한 푸드룰 64가지의 법칙은 제목부터 전문적 용어 없이 실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아주 쉬운 말로써 전개되기 때문에 그만큼 책장 넘어가는 속도도 빠르다. 그래서 읽는 재미에 빠지다보면 어느 새 독자가 가진 음식문화가 얼마나 자본시장의 위력 앞에서 놀아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고 동시에 개선의 가닥이 잡히기 시작한다.

 

아마 이 책을 보는 이들은 대부분 식습관과 그 인식이 바뀔 것이라 확신한다. 그만큼 위력적으로 설득당하는 책이다. 저자의 충고와 맞물리는 문투는 독자에게 책에 대한 신뢰성을 더 피력하는 듯하다. 독자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려는 목적으로 지어진 책으로서 필자는 이 책에 굉장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책만 잘 따라 해도 식습관으로 인해 건강을 해칠 염려는 없을 것이란 판단이 선다. 간만에 아주 훌륭한 책을 만나서 기쁘다. 주부들뿐만 아니라 인스턴트에 지쳐가는 현대인 모두가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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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즐토브
제이나 레이즈 지음, 임현경 옮김 / 다음생각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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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쟁영화에도 주인공은 있다. 그가 일개 병사이든, 장교이든, 포로이든 주인공의 인생은 비극속에서도 빛이 나고, 설사 죽는다해도 그 장면은 항상 클라이막스로 다뤄지며, 반드시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영화속에서 많은 병사들이 '악'소리도 없이 죽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쉽게 다루어지는 죽음과 영화화되어 미적美的으로 처리되는 죽음과 무슨 차이가 있을지 고민했던 적이 있다.

 

화교인 아버지 밑에서 부유하게 자란 메이. 19살인 그녀는 전쟁때문에 부모와 헤어져 동생 둘을 데리고 본국을 탈출해야 했다.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부모와의 생이별, 어린 나이에 동생의 안위를 보살펴야 하는 막중한 책임. 그녀의 인생 최대의 위기. 그리고 시작되는 탈출과정에서의 참혹함은 '왜 이 아이만 주인공으로 삼아서 살아남나'라고 생각될만큼, 죽은 자와 죽어가고 있는 자의 처참함를 그대로 보여준다. 13일의 뱃길에서도, 그리고 미국행을 기다리는 천막촌의 생활에서도 비참하기 그지없는 생활, 그마저도 누리지 못하고 바다위에서 수장당한 수많은 인간. 메이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할 수 있을까.

 

미국에 와서 보게 된 자원봉사자, 한나. 또래에 맞지 않게 조숙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서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한다. 마리화나도 파티도 거부하고 글쓰고 환경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 우연히 뉴스에서 베트남에서 망명한 사람들의 현실을 보고 그들을 돕고자 한다. 난민아파트에 가서 그들을 만나 친해지고 미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서 베트남 소녀 메이와는 좋은 친구가 된다.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비극의 역사에서 나와 좋은 나라에 가서 평생을 의지하며 살 수 있는 좋은 친구를 만났고, 현재까지도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 소설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들이 있고, 분명히 청소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살다보면 숨 한 번 들이쉬기도 어려운 시절이나 끈덕진 고난의 밭을 뒹구는 경우가 생긴다.그 때에  그저 메이처럼 이악물고 견디는 수밖에는 없다. 어떻게 해도 살 놈은 살고, 죽을 놈은 죽는 것 같다. 같은 배를 타도 죽을 사람은 죽고, 미국 가서 행복해야 할 메이는 끝까지 살아남는다. 포기 않고 버티는 것, 그러면 또 나를 도와주고 친구가 되어 줄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이 말이 필요한 사람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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