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 그릿 - 진정한 용기
찰스 포티스 지음, 정윤조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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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극(劇)에서 갈등의 발단으로 자주 쓰이는 소재의 하나로 ‘살부지수(殺父之讐)’의 인기는 동서고금을 망라한다. 한마디로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일’이다. 중국에서는 원체 이런 유(類)의 영화가 많았고, 한국의 개그프로그램에서는 이를 모방하여 ‘아버지를 죽인 원수, 이 날을 위해 30년을 기다려왔다. 내 칼을 받아라’라는 전형적인 멘트가 유행하기도 했었다. 그런 소재를 사용하여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는 이 책, 배경이 서부 개척시대여서 더 궁금했다.

 

작가는 찰스 포티스. 1933년 미국 아칸소 주 엘도라도에서 태어났다. 1966년 <노우드>와 최초68년 <트루 그릿>를 발표했다. <트루 그릿>은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기 작품을 통해 ‘가장 독창적이며 유머러스한 서부소설 작가’로 칭송받았다. 1969년 존 웨인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그 해 박스오피스 최고성적을 기록했고, 루스터 코그번 역할을 맡은 존 웨인은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코엔 형제가 리메이크해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히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주인공은 14살 소녀 매티. 아버지가 소작농 톰 채니와 함께 타 지역에 조랑말을 사러 갔다가 이유도 없이 채니에게 총살당한다. 소녀는 먼저 필요 없어진 조랑말을 판매자 스톤힐 대령에게 되판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이 보여주는 당찬 기지(機智)는 독자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 초반부터 만나는 주인공 소녀는 나이에 비해 굉장히 영악하다.

 

법정 보안관 중 가장 용감하다는 코그번을 찾아가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달라고 ‘협상’를 벌이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라비프라는 청년 또한 코그번과 함께 현상금이 많이 걸린 인물 ‘첼름스퍼드’를 찾기 위해 코그번에게 붙는다. 앙숙이 된 매티와 라비프, 그리고 코그번은 함께 길을 나선다. 험난한 여정, 소녀는 특유의 용기로 성인남자 둘과의 동행을 견뎌낸다.

 

계속되는 추격전 끝에 결국 만나게 된 톰 채니의 무리, 그들은 살인자답게 악독하지만 저자의 유머는 그들을 조금 멍청하게 설정해 놓는다. 뭐 긴장감과 스릴 넘치는 총격전이라기보다 옥신각신에 가까운 싸움 끝에 악당은 제거되고 결말은 저자다운 재치 있는 발상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물에 들어가 죽을 고비를 맞는 소녀 매티의 경험담은 서부에서 펼쳐지는 어떤 총격건전보다도 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소설은 소녀 매티보다 그녀와 함께 채니를 잡으러 다니는 법정 보안관 코그번이라는 인물에게 더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정말 멋있고 좋은 인물이다. 결론적으로 라비프 또한 괜찮은 동행자가 되었지만 매티에게 코그번은 생애 가장 좋은 친구였을 것이다. 그런 매력적인 인물이 서부의 총잡이와 어우러져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 소설은 서부소설답게 총에 대한 서술이 장황하고 늘 말과 총이 스토리 전체를 휘감고 있다. 미 서부의 전통적인 컬컬하고 척척하며 텁텁한 매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교훈이고 뭐고, 정말 재밌게 읽어 내려갔다. 번역도 정말 잘 된 작품이라고 보아진다. 다 덮을 때까지 잠이 오지 않았던 몇 안 되는 작품이다. 서부의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강추한다. 또한 아카데미상을 휩쓴 맷 데이먼이 열연한 영화 ‘더 브레이브’를 꼭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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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소설 쓰기 - 하루 1시간 원고지 3매로 제2의 인생을 꿈꿔라!
한만수 지음 / 한스앤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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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문장 하나를 작품 안에 녹여내기 위해서는 각고의 고통을 겪는다 했다. 여러 분야의 많은 예술가들이 창작의 고통 속에서 산다고 하나, <칼의 노래>를 집필할 당시 치아가 8개나 빠졌다고 하는 김훈 작가의 이야기는 글을 짓는 자의 정신적인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없게 한다. 이런 와중에 ‘마법의 소설쓰기’는 뭔가. 마법의 요술봉으로 ‘뿅’만 하면 소설 하나 뚝딱인가. 과연 초보 작가들을 위한 입문서로서 저자가 제시하는 마법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한만수, 1990년 월간 <한국시>에 시 ‘억새풀’로 당선되어1991년부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장편소설 ‘하루’가 실천문학사 신인상에 당선되었으며, 이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너’ 장편소설 ‘겨울 코스모스’ ‘탕’ ‘그들만의 사랑’등을 출간했으며, 장편소설 ‘활’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다. 지금도 하루 8시간 이상 소설을 쓰며,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반사 과정 중에 있다.

 

저자는 서두에 우리나라 대학 80여 군데의 문예창작과에서는 다들 이론중심으로만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어, 작가지망생들은 대학을 나와서도 다른 문예창작학원이나 평생교육원에서 실기수업을 지도받고 있다고 언급하는 것으로 이 책의 집필의도를 밝힌다. 이 책에서 철저히 실기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마법? 뭐 특별한 건 없다. 그냥 저자만 따라 오라는 것. 한마디로 목에는 북을 매고 허리에는 장구를 두른 채 이거 저거 치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저자란 말이다. 1부는 소설을 쓰기 전에 주는 팁. 2부는 일단 쓰는 법. 3부 퇴고로 정리하는 법. 그러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뭔가. 저자는 이거저거 따지지 말고 일단 쓰라고 권한다. 처음부터 너무 디테일한 요소까지 생각하지 말고 일단은 크게 그리면서 써나가라는 것이다.

 

1부는 급하면 안 읽어도 된다. 너무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다. 더 이상 언급하는 것 자체가 소모적일만큼.

 

2부는 모티브부터 잡고 있다. 저자는 소재는 ‘시각’에서 나온다고 말하며 다른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특별한 경험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시선으로 반추하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특별한 경험'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p. 36)

 

그래서 저자가 잡은 모티브는 ‘단수(斷水)’이다.

 

그 다음에는 바로 ‘도식화 작업(아우트라인)’에 착수한다. 소설에 대한 생각을 보다 체계적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저자는 3단계를 제시한다. 1단계는 생각나는 대로 적기, 2단계는 경험에 가상의 상황 덧붙이기, 3단계는 형상화하여 아우트라인을 만들기이다. 저자는 소설에는 적당한 긴장미와 사실감, 허구성이 기술적으로 잘 어우러져야 읽는 재미가 있다고 말한다.

 

소설은 삽화의 연결이다. (p. 60)

 

삽화는 아우트라인을 토대로 만든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단수’라는 다소 진부해 보이는 소재를 골라 거기에 계속 살을 붙여나감으로써 진짜 소설이 창작되는 과정을 자세하고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야말로 살붙이기의 연속이다. 상징성이 돋보이는 소도구라는 장치와 복선이라는 장치의 사용법을 알게 되면 이제 ‘인과(因果)’에 따라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3부 퇴고는 ‘이래라 저래라’하는 잔소리의 향연이다. 사실 소설 입문자들을 위한 기본적인 부분들만 논하고 있어 내용이 어렵다거나 이해가지 않는 부분은 없다고 단언한다. 고등교육 수준의 문법들이 많고 상식선의 당부가 주를 이루어 지루한 면이 있다. 시점 통일, 캐릭터 부여와 배경 설정, 묘사의 중요성 등이 주를 이룬다.

 

중요한 것은 그런 저자의 잔소리가 아니다. 그런 주제들을 거론하면서 저자가 작품을 어떻게 다듬어가고 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퇴고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이다. 아는 부분들을 소설에 녹여내는 과정, 저자가 하고 있는 그 생노동이 감동적이다.

 

영혼을 불어넣는 소설을 말하기엔 너무 초보적이고 당위성 짙은 말만 골라하는 서적이다. 그러나 독자 스스로 ‘마법의 소설’를 쓰게 해 주기 위해 이 책 한 권이 보여주는 소설쓰기의 과정은 참으로 놀랍다.

 

저자는 ‘단수’의 소설진행 과정 이외에도 한국문학 중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구절들을 아낌없이 발췌해 놓고 있다. 각 부제에 관한 공부에 탁월하며 한국문학작품에 관한 공부도 된다.

 

저자의 방법으로 써 내려간 ‘단수’라는 단편소설이 전문이 마지막에 소개되고 있다. 이제까지 배웠던 소설쓰기의 결과물이다. 책 한 권이 단편소설 하나 짓는 걸로 채워지는 통에 작품 전문은 지루함만 가득 안고 읽게 된다. 그러나 소설작법의 실질적인 방법을 배우고 응용할 수 있는 책이니 ‘단수’가 가진 소설로서의 가치는 논외로 둔다.

 

이 책을 그대로 따라한다면 어떻게든 소설 한 편을 쓸 수는 있겠다. 그러나 좋은 소설, 훌륭한 소설, 영향력을 가진 소설을 쓰는 법은 아니다. ‘더 잘 쓰기 위함’이 아닌 그저 ‘써 보기 위함’에 초점을 둔 책이니 초보자들에게만 권할 수 있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정성을 들여 작가지망생들과의 만남을 시도한 저자가 과연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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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상상에 빠지다 - 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상상 교육 바이블
EBS 다큐프라임 <상상에 빠지다> 제작팀 엮음 / 21세기북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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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EBS 다큐프라임에서 3부작으로 기획 된 <상상에 빠지다>편을 방송했다. 그리고 이 3부작을 엮은 DVD가 출시되었고, 이제 막 책으로도 출간되었다. ‘상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쉽고 재밌으면서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제목만 보면 ‘애기 엄마’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열어보면 딱딱하고 메마른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사항들이 많이 노출되어있다. 그런 점에서 성인의 잠재되어있는 상상력을 끄집어내는 동인(動因)이 되어줄 것 또한 이 책에 대한 나의 기대치였다.

 

EBS 다큐프라임의 <상상에 빠지다>편을 맡은 PD와 작가가 이 책의 저자로 등재되었다. 김현수 PD는 Raffles College of Design and Commerce를 졸업한 뒤, 독립영화 <아름다운 유년>으로 서울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현재블루엔트리(주) 제작기획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다수의 다큐멘터리와 방송프로그램을 연출했다.

 

책은 총 3파트, 방송에서 3부작으로 나뉜 그대로 구성되고 있다. 1편 상상 그리고 미래편에서는 철저하게 아이들을 위한 주식적인 이야기들이다. 상상력의 필요성 대두되고 있는 현실과 상상력 분야에서 성공한 저명인사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무엇보다 미래에서 요구하는 상상력을 발휘한 결과물들에 대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다.

 

2장은 상상 그리고 뇌. 이 부분은 아이에게만 국한되는 내용이 아니다. 플라시보 효과와 노시보 효과에 따라서 달라지는 몸의 현상을 거론하며 상상의 힘이 가지는 놀라운 능력을 여러 부분 - 이미지 트레이닝, 스트레스 감소, 예술적 능력 향상, 기억력 향상 - 에 확대하고 있다.

 

상상은 우리의 뇌와 함께 움직인다. (…)인간의 인지, 생각이라는 것은 뇌의 운동영역과도 연결된 것이다. (p. 144)

 

3부에서는 상상력을 키워주는 외국의 교육시스템들을 소개하고, 그런 상상력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의 특징을 거론한다. 또 우리나라 아이들의 상상력 향상을 위해 어떤 점을 훈련해야 하는지 세분화하여 가르쳐주고 있다. 상상력 훈련은 시각화, 이완과 연상하기, 이미지트레이닝, 공감각 훈련, 시각적 기업법, 긍정적 암시 등으로 훈련될 수 있는데 보면 전부 뇌를 다양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부모가 어떻게 자식을 효과적으로 훈련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디테일한 스킬도 놓치지 않고 실전연습처럼 설명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유익하다. ‘뇌’에 대해 더 경이로움을 가지게 된다. ‘애기 엄마’가 아니더라도 읽어볼만 하다. 특히 2장부분이 그렇다. 책의 장점은 지루함이 전혀 없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쓰인 영상자료가 올컬러로 인쇄되어있고 사진이나 일러스트가 아주 다채롭게 꾸며져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상상력’을 부각시키고 있는 책이란 느낌이 진하게 든다.

 

다만 이 책은 종이의 재질이 뛰어나지 못함일까. 종이의 냄새가 지독해서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역한 화학약품냄새가 고약하기 그지없다. 잘 밤에 머리맡에 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은 절대 아니다.

 

재밌게 읽었다. 뇌를 잘 컨트롤할 수 있다면 더 건강하게, 더 창의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긍정의 힘은 뇌가 그 발단이다. 아이의 뇌를 잘 개발하고 활용하여 시대가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 책은 부모의 몫으로 남기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기를 낳으면 다시 한 번 읽어야 할 책. 그러나 부디 그때는 이 책이 풍겨대는 냄새가 다 날아갔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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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신간평가단님의 "경제/경영 분야 9기 신간평가단에 지원해 주세요"

1. 경제계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워낙 전문지식이 없어서 책을 통해서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데요. 알라딘 신간평가단에 선정된다면 보내주시는 좋은 서적들로 제 지적 욕구를 더 풍요롭게 채울 수 있겠다는 기대가 듭니다. 꼭 선정되어서 '알리딘의 신간평가단'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서평을 써보는 기회를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 http://blog.aladin.co.kr/bluewater/4637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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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마르셀 로젠바흐 & 홀거 슈타르크 지음, 박규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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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체제 혹은 공산주의 국가가 자국민에게 가장 통제하고 있는 것은 단연 ‘정보’이다. 영화 <타인의 삶>을 보면 2차 세계대전 후 소련령이었던 동독에서는 전 국민을 상대로 혹독한 검열과 감시체제를 통해 개인의 정보 수집을 차단시켰다.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여 미국의 위협적인 맞수가 되고 있는 중국 또한 아직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다. 정보의 차단 정도가 아니라 거짓으로만 농락하며 후대에도 같은 세뇌교육을 대물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진정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하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위키리크스의 출현은 마땅히 환영할만한가. 쌍수를 들 일이라면 ‘막대한 양의 국가기밀 유출’은 민주주의를 사는 국민 개개인에게 어떤 유익을 주는 것인가. 2011년 위키리크스는 어느 단계에 서 있는 것인가. 단편적인 면만 가지고는 논할 수 없는, 특히나 나의 소두로는 다 생각해 볼 수 없는 문제인 듯싶다.

 

그 위키리스크의 전말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 이 책이 나오기 한 주전에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가 쓴 동명의 서적이 출간되었으나 나는 이 책을 골랐다. 저자는 마르셀 로젠바흐와 홀거 슈타르크. 둘 다 <슈피겔>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동료기자이다.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 그리고 불안정하고 애정결핍적 정서를 가지고 성장했으며, 컴퓨터로 해킹하기는 그의 유일한 낙이었다. 끝내주는 해킹실력을 소유한 그와 결탁한 소수집단으로 구성된 위키리크스는 인터넷이 있었기에 가능한 전문적인 활동이었다.

 

위키리크스의 성공은 또한 해커 활동의 성과이기도 하다. (p. 84)

 

위키리스크가 초창기에 내밀었던 그러나 주목받지 못했던 기밀문서의 출처는 바로 옆나라 중국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개인정보해킹 대규모피해사례가 여러 차례 보도되곤 했는데, 모두 직간접적으로 중국 해커들의 소행이다. 중국 해커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기밀문서들은 또 얼마나 될까. 온라인의 무법자들이 세계정세를 쥐락펴락 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작은 암시는 아닐까.

 

아니, 그러게. 왜들 그렇게 정당하지 못하고, 깨끗하지 못했을까. 다들 앞과 뒤가 왜 그리 달라야만 했을까. 그리고 대표로 세계의 패권을 쥔 리더, 미국이 맞았다. 그러나 한 대 맞은 미국정부의 대응은 놀랍도록 과격했고, 이는 미국정치의 부패도를 점점 더 의심케 한다. 구린내 안 나는 정부를 기대할 수야 없겠지만 위키리스크로 인해 까발려진 미국의 그림자는 상상 이상이었다.

 

어산지와 그의 협력자들은 위키리크스 활동으로 상당히 많은 고난을 겪고 있다. 특히 1987년 태어난 브래들리 매닝의 영리한 손놀림과 멍청한 입놀림이 초래한 결과로서의 그 인생은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4장 결전의 시작 참조). 위키리크스가 했던 불법적인 행태를 비난할 정부가 있을까? 미국도 ‘불법적 정보수집’이라는 대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야 마땅한데 말이다.

 

첩보활동지침에는 미국정부자신이 정보도둑질에 매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 (p. 295)

 

지금의 언론은 갖가지 이해관계들로 제 가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언론의 기능 중 정보 전달과 사회 환경 감시의 의무를 비껴가면서 정부의 스폰서 노릇이나 하고 있는 언론을 믿고 위키리크스의 출현을 거리낄 수는 없는 입장이다. 분명 위키리크스의 존재는 앞으로의 세계정치사에 한 획을 그을 혁신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위키리크스가 행한 정보유출방법이나 정보공개 후에 벌어질 후폭풍에 대한 어산지의 무성의한 태도 역시 또한 지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그 자신만의 정의에 따라 움직였고, 그 외에 것들에 대한 보호의식 혹은 그 의무를 느낄 수 없었다. 나는 미국정치의 심장부에서 활동하는 ‘애프터굿’의 의견에 동의하는데 그는 ‘위키리크스는 개인들과 개별 조직들의 사적인 영역을 아무런 뚜렷한 도덕적 근거도 없이 제멋대로 계속 침해하고는 이들 조직이 저지른 어떤 잘못도 제시하지 않은 채 그냥 자신들에게 그럴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함부로 남의 비밀을 공개했다’고 비난한다. (p. 357)

 

한쪽에서는 위키리크스를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다른 편에서는 씨를 말리지 못해 야단이 나 있다. 사실 저자는 글에서 어산지와 그 행적에 대해 어느 정도는 옹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어느 쪽에 선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러나 위험한 세상, 그 싹이 계속 틔워지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분명한 것은 모아놓은 비밀, 그것이 보다 깨끗해야 할 것이며,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 그리고 국민을 위태롭게 하는 해커들은 뿌리채 뽑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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