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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시 쓴 10가지 발견 -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고고학적 발견들
패트릭 헌트 지음, 김형근 옮김 / 오늘의책 / 2011년 3월
평점 :
에리히 폰 데니켄은 자신의 저서 <2012 신들의 귀환>에서 제목 그대로 ‘신들의 귀환’이 임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가 가진 고고학적 지식을 증거물로 쏟아놓는다. 하도 기가 차서 재밌게 읽었던 터라 아직도 기억하는 바, 그가 ‘신들의 베이스캠프’라고 지정한 곳이 잉카문명지의 ‘티와나쿠와 푼마푼쿠’이다. 에리히는 이곳을 외계문명 방문설의 근거로 들고 있다. 잉카문명이 고고학적으로 외계문명의 발상지라는 설을 제기 할 정도로 놀라운 문명이었다면 그 문명은 처음 발견한 이는 어땠을까.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은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목적으로 출간되었다.
저자는 패트릭 헌트.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고고학과 고전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미국지리학협회의 한니발 유적 조사단을 이끌고 있으며, 영국 왕립지학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고고학 관련 잡지 및 학술지에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Myths for All Time> 등이 있다.
책은 총 10가지 주제를 가지고 있다. 로제타스톤, 트로이, 아시리아 도서관, 투탕카멘의 무덤, 마추픽추, 폼페이, 사해문서, 티라, 올두파이 협곡, 진시황릉 이다. 세계사에 관심이 없어도 워낙 여기저기서 많이 회자되는 굉장한 유물들이기에 주제에 대한 낯섦이 없고,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좋은 재료들이다.
이 유물들은 최근에 발견되어 산정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것들로 이제 막 그 연구에 운을 띄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표제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이 유물의 ‘발견’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10가지 유물의 역사적 발자취를 더듬어 유물이 탄생한 시점의 시대적·국가적·문화적 배경을 다루고, 최초발견자의 이력과 발견당시의 상황, 발굴 작업 과정, 발견당시까지 유물이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 유물에 대한 고고학적 가치, 현대 시점에서 유물이 가진 매력 등 여러 가지 관점으로 주제를 살피고 있다.
저자가 고고학자이기 때문에 고고학적 지식이 상당히 포함되어있어 지식적인 면의 충족이 일반 독자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풍월로만 들었던 유명하고 귀중한 유물들에 관해 자세하게 알 수 있고, 고고학이라는 학문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평균독자, 즉 전문지식이 없는 독자에 대한 배려가 탁월하여 기초적인 부분부터 전문적인 지식까지 두루 갖출 수 있어 좋은 책이다.
이 책에서는 과거 선조들이 남긴 유물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또 잘 보존 된 한 국가의 문화양식이 후세에게 얼마나 많은 지혜와 깨달음을 전하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 많은 유물들에 대한 관심이 생겨남은 필시 저자가 전해준 이야기에 흠뻑 매료되었기 때문이리라.
아쉬운 점은 번역된 한국어본의 질이 낮다. 특별히 이 책의 1쇄 본은 돈을 주고 살 가치가 없다. 내가 찾은 비문과 오문이 26문장이고, 한 단락에서 같은 상황을 연속적으로 나열함에 있어 어미가 자연스럽게 통일되지 않아 - ‘사실이다. ~생각된다. ~했을 것이다. ~했다.’등 - 내용의 흐름 전달을 굉장히 어색하게 했다. (p.163) 또한 5개의 장은 잉크가 흐릿하게 인쇄되어 출판사의 편집부가 졸았는지 의심스러웠다. (p.86~87, 161, 164, 173, 176)
이렇게 좋은 콘텐츠의 책이 출판사의 안일한 일처리로 손상되어 독자의 손으로 옮겨진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2쇄가 정상적으로 출간될 수 있다면, 많은 이에게 구매를 추천해 주고 싶은 흥미로운 유물 발견 이야기가 담긴 재미있는 고고학 지식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