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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대체 왜 이러나
김기수 지음 / 살림 / 2010년 12월
평점 :
한중수교가 햇수로 20년에 접어든다.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전 세계의 제조공장’쯤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에도 나는 여전히 중국을 ‘빨갱이’라고 인식하는 구시대적 발상에 갇혀있다. 이것은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부러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 애써 부인하고 싶은 대목인데, 그들은 여전히 공산주의 체제로 유지하는 일당 독재로 북한 최후의 후견국가가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세계 각국은 북한만큼이나 중국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였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중국의 입장에 앞서 언급한 한중수교의 단촐한 의미가 우스웠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중국에 막대한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꼭 이렇게까지 저 나라와 엮여야 되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나는 중국이란 나라 전반에 회의적이다. 그래서 이 책은 중국이 잘되면 배 아픈 내게 그럴듯한 통쾌함을 안긴다.
저자는 김기수. 미국 미주리대 국제정치경제학 박사과정 수료 후 세종연구소 국제정치경제 연구실장으로 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역학구도: 군사력과 경제력의 투사>, <국제통화체제와 동아시아 통화협력: 통화권력과 경제적 이해>가 있다.
책은 크게 세 주제를 가지고 있다. 중국이란 나라의 특성과 그에 기반 한 외교술, 한반도에 대한 입장을 다룬 1장. 국제정치학이 가지는 핵심원리 ‘세력균형, 인접 국가끼리는 잘 지낼 수 없다’가지로 중국의 현 위치를 가늠하게 한다. 최근 1세기동안의 여러 가지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볼 수 있는 중국의 다변적 성격을 적나라하게 펼친다. 이러한 인식들의 연계로서 도마 위에 오른 동북공정의 배경 이야기는 아주 중요했다고 본다.
소련도 붕괴했고 동아시아 네 마리의 용도 그 위용을 잃었을 때, 이런 국가들의 성장둔화 틈을 타고 들어온 중국 역시 이전 국가들의 한계 - 투입 중심의 경제성장 -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생산성의 기반이 되는 과학기술의 뒷받침은커녕 기초과학의 토대마저 체제라는 한계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노동시장의 변화 - 임금 상승을 요구하는 노동쟁의 발발, 젊은 층 노동인력의 인식 변화 - 라는 변수를 안고 있다. 중국이 ‘현상유지’를 위해서 감수하고 떠안아야 할 국내외 정치·경제·사회·문화·환경오염 등 상호 연계된 과제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상기의 모든 것이 그냥 하다는 현실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강력한 권력이 위에서 누루는 것이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p. 139)
3장은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수 없는 이유를 군사력과 경제력인 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중국의 실제 군사력은 미국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패권이 되기 위한 중국의 도전은 경제력적인 면에 있어서도 무모한 도전이다. 저자는 이를 ‘불가능’이라는 확언으로 마무리 짓고 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중국의 경제성장이 전후 미국이 만든 국제경제의 틀 내에서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p. 222)
문체가 간결하고, 저자의 논리 흐름이 명확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적 사례를 돌아봄으로써 저자의 논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내용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다 풀어놓고 있어서 일반 독자에게 어려움이 없으나 핵심적인 압축으로 지루함은 없앴다. 어투는 시원하고 그의 주장에는 크게 공감한다. 이 책으로 단순한 경제력 팽창을 겪고 있는 중국의 이면과 그 실체를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중국’의 실체를 부각하느라 현 미국의 상황을 놓쳤다는 점. 그로 인해 미국이 건강하고 탄탄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하여 중국의 거품에 놀아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이 세계경제의 패권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미국 또한 그 이면의 실체가 있다는 점에서 저자가 풀어놓은 건강한 미국에 무조건 동의할 수는 없었다.
좋은 책이다. 사고의 확장을 열어주었고, ‘세계정치경제학이 참 재미있는 학문이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중국의 덧없는 기세와 허영을 지식으로써 확실히 인식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 보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