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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평점 :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지금의 세대와 어울리지 않는다. 어차피 뭐가 되었든 고생길이고, 특별히 지금의 젊은이들은 마음이든 몸이든 누구나 고생하고 있다. 시절 따라 더 유약해지지 않았는가. 안정적인 직장이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야 하고, 모험을 즐길 여유는 일단 남들부터 쫓아간 뒤에 생각해야 마땅한 줄줄이 소시지마냥 ‘들어가야 하는’시대에서 경쟁의 노예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가 서두부터 보여주는 대단한 용기와 결단, 그리고 도전과 탐험은 대단히 새로운 느낌을 전달해 준다.
코너 우드먼. 1974년 아일랜드 태생으로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아더 앤더슨과 에른스트 앤 영 등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에서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로 일했다. 여행이 끝난 지금은 개인 투자가로 일하면서 더 재미있고 기발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하루에 100만 원 이상 버는 고액 연봉자였지만 인간미 없는 숫자 놀음에 회의를 느끼고 살던 집을 처분한 2만 5000 파운드라는 돈으로 6개월 간 세계를 누비며 경제여행을 시작한다.
책은 총 23개의 챕터로 나뉜다. 그는 모로코를 시작으로 수단, 잠비아, 보츠와나, 남아공, 인도, 키르기스스탄, 중국, 대만, 일본, 멕시코, 브라질 그리고 자국인 영국, 이렇게 13개의 국가에서의 경제여행을 다루고 있다. 처음 모로코에서는 카펫을 사서 팔았고, 수단에서는 낙타를 구입에 실패하고 잠비아에서는 커피를 사들였다. 보츠와나에서는 코끼리 페퍼소스인 칠리를 보고 케이프타운에 들러 구입을 시도하지만 수량과 가격에 맞지 않아 실패한다. 남아공에서는 커피를 팔아 이익을 남기고, 칠리소스를 구입한다.
인도로 넘어가서 겨우 칠리소스를 팔고, 와인을 구입한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와인을 팔고, 말 거래에 나서지만 적자만 본다. 중국으로 가서는 옥을 구입하여 디자이너에게 조각을 맡긴다. 그리고 서핑보드를 주문제작하여 750개를 생산했고, 와인을 팔아 이윤을 남긴다. 타이완에 가서는 옥 거래에 실패했고, 우롱차를 대량 구입했다. 일본에서 우롱차는 대실패의 경험을 주고, 전갱이를 직접 잡아서 경매에 붙이는 고된 작업을 해본 결과 1.5달러라는 이윤을 얻는다. 그러고도 그는 이때까지의 산전수전을 생각하며 춤을 췄다. 멕시코에 가서는 보드를 팔았고, 테킬라를 유통하여 돈을 번다. 브라질에서는 전 재산을 합법적 목재인(FSC) 티크 나무를 대량 구매하여 영국에 돌아가 큰 수익을 남겼다. 그는 옥의 시가창출을 위해 1년을 기다리기로 한다.
그야말로 대단한 여정이었다. 혼자서 세계를 돌아다니며 도전하기에는 방대한 지식을 요했고, 많은 운이 작용했어야 하는데 저자는 여러 가지를 어렵게 겪었고, 그런 경험은 젊은 청춘들에게 엄청난 도전이 된다. 즐기지 않았다면 결코 가지 못했을 길이었다고 생각한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6개월씩이나 이런 긴박하고도 질식할 듯한 여정을 이뤄냈다니 저자에게서 느끼는 강인함이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기록은 대체로 실질경제에 대한 지식도 포함되지만, 흥정의 기술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세계 각처에서 어떤 방식으로 흥정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흥정의 고수들만이 가진 화법과 그 노하우들을 저자가 캐치해 나가면서 저자 또한 만만치 않은 흥정실력으로 이윤을 만들어 나간다. 이런 세계에선 물러터지지 않아야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옥을 조각해 준 디자이너나 티크 나무를 구입해 준 진정한 장인들에게는 흥정을 붙여 장사해 먹지는 않은 걸로 봐서 저자는 참 사람 됨됨이도 훌륭하다.
상황 판단력,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력, 시장에 대한 뛰어난 직감, 계산 능력, 그리고 세계적으로 닿아 있는 정보망 - 저자의 인간관계를 알 수 있는 대목 - 등이 잘 발휘되었던 것이 여행의 성공 요인이었다. 더불어 끊임없이 시장성 좋은 상품(창조적인 아이템)을 고민하여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가적인 정신’또한 본받을 만 했고, 각 나라에 문화를 파악하여 적응하는 속도가 대단했다.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던 사람이 어찌 이리도 훌륭한 성과를 발휘할 수 있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저자의 여정에는 성공만큼이나 실패도 많다. 때문에 더 배울 점이 가득하다. 실물경제, 세계의 숨은 경제, 진짜 시장경제를 배울 수 있는 유쾌하고도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이러한 경험이 앞으로 저자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어줄지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