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서 깊이로 -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간 이유
윌리엄 파워스 지음, 임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스마트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인류가 더 스마트한 두뇌를 지니게 된 것이 아니라 그저 문명의 발달로 쏟아져 나오는 스마트한 기기 몇 대를 살 경제력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트위터를 오가며 한마디씩 나누는 관계, 반복적인 두드림, 그런 식의 연결이 인간의 고독을 망각케 하고 소통의 끈을 더 단단케 하리라 여기고 있다. 정작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의 자각할 여유도 없이 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디지털의 연결로 더 바빠지는 삶을 말하고 있다. 기기에 접속함으로써 삶의 주도권을 놓치고 당연히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시간이 없다는 말이었다. 디지털기기가 인류에게 주는 장점과 그 편리성을 집고 넘어가면서도 그 대단한 기기에 빼앗겨 버리는 우리의 정신세계를 다잡고자 적어 가는 저자의 표현은 굉장히 단호하고도 경각이 된다.

 

저자는 윌리엄 파워스. 하버드 대학교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다. 19년 <워싱턴포스트>의 전속 필진으로 시작하여, <아틀란틱><뉴욕타임즈><가디언> 등에 비즈니스, 정치, 문화, 미디어와 기술를 비롯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글을 써왔다. 이 책은 저자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했던 연구를 통해 탄생했다.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으며, 미국 내셔널프레스클럽으로부터 ‘아서 로우즈 어워드’를 두 차례 수상했다.

 

책은 총 3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있다. 처음 1장은 현 세태를 반영한다. 그 중 챕터 1, 2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우리가 어떤 상태가 되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그 심각성을 일깨운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예화삼기도 하고, 많은 체계적인 분석으로 현상을 토대로 한 이론을 차분히 풀어놓는다. 그 중 동의할 수 없는 구절이 있는데, 애국심에서 들먹이자면.

 

한국이 전 세계에서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한 이유는 다른  나라보다 국민들이 온라인 게임에 더 빠져있기 때문이다. (P. 56)

 

우리나라가 피시방 산업이 크게 번창했었던 이유는 온라인 게임에 대한 수요가 많았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인터넷 보급률이 온라인게임과 연결될 수는 없다. 오히려 게임 산업은 미국이나 일본 등이 더 발전해 있고 자국의 수요 또한 한국에 견줄 수 없을 정도이다. 한국의 전반적인IT산업발전의 수준과 정책적인 면의 고려 없이 그저 한국인이 온라인게임에 빠져 인터넷 보급률을 높였다는 터무니없는 비하성 발언은 저자의 객관적 인식수준을 의심케 한다.

 

2장에서는 7명의 철학자 - 플라톤, 세네카, 구텐베르크, 셰익스피어, 벤저민 프랭클린, 소로, 맥루한 -가 주는 교훈을 중심으로 저자의 메시지를 풀어내고 있다. 물리적 거리와 내적 거리 확보의 중요성, 자기 성찰의 위대한 도구인 종이책을 읽을 것, 긍정적 습관과 자기만의 평화적 장소 마련, 창조적인 탈출방법 마련 등이 그 주된 내용이다. 그리고 3장에서 이 내용들을 다시 정리하며 ‘스스로 의식하여 삶의 주도권을 잡고 내면의 깊이와 충만함을 고양하기 위해 그들의 방법을 도용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아이폰 5가 언제 나오냐’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과 ‘잡스가 언제까지 살아서 우리의 디지털 통합욕구를 만족시킬 것이냐’따위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만연한 지금 이 시대에 참으로 적절한 주제를 가진 책이다. 기기에 현혹되어 어디에서나 스마트기기 없이는 불안해져가고 있고, 그 기기를 쥐지 않고는 몇 시간도 버티기 힘들어지고 있는 현 스마트세대에서 강력히 권고할 수 있을 만큼 생각의 깊이가 넓은 책이다. ‘시대’를 보지 않고 ‘삶 전체’를 보게 해 주는 책이다.

 

빠르게 쫓아가지 않고 천천히 생각하며 갈 수 있어야 오래갈 수 있음이다. 저자의 책을 통해 많은 지식과 세대에 대한 양분을 얻었다. 읽는 모든 이에게 시대에 대한 올바른 통찰력을 제시해 주는 책으로서 그 가치가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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