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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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칼의 노래', 산문 ' 풍경과 상처' 등을 남기며 자연과 삶을 말하는 작가 김훈, 2015년 절판된 저서 속 글들에 최근 쓴 글들을 넣고 다듬어 하나의 책을 냈습니다. 바로 '김훈 산문의 정수'라 홍보하는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문학동네 펴냄)입니다.

 

이 책은 오래전에 절판된 산문집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생각의나무, 2002), '밥벌이의 지겨움'(생각의나무, 2003), '바다의 기별'(생각의나무, 2008)에 실린 글의 일부와 그후에 새로 쓴 글을 합쳐서 엮었다.

이 책의 출간으로, 앞에 적은 세 권의 책과 거기에 남은 글들은 모두 버린다.

- '일러두기'에서

 

이 책은 처음 출시할 때, 출판사의 마케팅 논란으로 크게 알려졌습니다. 예약 구매를 하면 김훈의 친팔 사인이 적힌 책표지, 1인분 양은냄비, 김훈이 좋아하는 '신라면' 한 봉지를 준다고 했죠. 저도 김훈의 신간에 대한 기대와 사은품을 받고 싶다는 마음에 샀습니다. 그러다 논란이 되자 출판사에서 얼른 사은품을 바꾸었지요. 그래도 책 속 글이 어떤지 직접 읽어봐야 알겠죠?

 

"먹고 산다는 것의 안쪽을 들여다 보는 비애"라는 광고 문구가 말해주듯 '먹는다'라는 사람의 욕구와 자연의 흐름이 김훈 본인의 필체를 만나 자연스럽게 담겼습니다. 비록 전에 쓴 글들을 많이 가져왔지만 저처럼 김훈의 작품을 접하지 못한 사람에게 새롭게 김훈의 세계로 가는 계기가 되었죠.

 

미사여구, 어려운 표현, 공격적인 서술이 적지만 담백하게 읽는 느낌이랄까요?

 

맛은 화학적 실체라기보다는 정서적 현상이다. 맛은 우리가 그것을 입안에서 누리고 있을 때만 유효한 현실이다. 그 외 모든 시간 속에서 맛은 그리움으로 변해서 사람들의 뼈와 살과 정서의 깊은 곳에서 태아처럼 잠들어 있다.

- 16~17'라면을 끓이며'에서

 

이 책속에 담긴 김훈의 글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하지만 훈훈함, 익숙함도 같이 느끼게 됩니다. 쉽게 썼는데 읽을 때 복잡 미묘하지요.

 

세월호가 기울고 뒤집히고 가라앉을 때 배에 갇힌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러한 방식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생명의 고유한 원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 물이 차오르는구나, 이제 죽어야겠다, 라면서 죽은 사람이 있을 것인가.

- 159'세월호'에서

 

내 몸이 허락할 때, 나는 내 맘에 드는 글을 쓸 수가 있고 내 몸이 허락하지 않는 글을 나는 쓸 수가 없다. 지우개는 그래서 내 평생의 필기도구다. 지우개가 없는 글쓰기를 나는 생각할 수 없다. 지워야만 쓸 수 있고, 지울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므로 나는 겨우 두어줄 씩 쓸 수 있다. 그래서 원고를 몇 장 쓰고 나면 내 손은 새까맣게 더러워진다.

- 268'1'에서

 

거창하게 쓸 필요 없지만, 단순하게 쓰기에 아까운 김훈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 여러분도 한 번 읽어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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