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목소리 - 미래의 연대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은혜 옮김 / 새잎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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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산드로브나 알렉시예비치는 여러 지역 신문사, 문학 예술 잡지 '네만'의 기자로 일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소련-아프간 전쟁, 소련 붕괴 등 큼직한 사건마다 목격자들과 인터뷰하며 실상을 낱낱이 기록했지요.

 

'체르노빌의 목소리 : 미래의 연대기'(김은혜 옮김, 새잎 옮김)1986426, 우크라이나에 있던 체르노빌 원전 4호기가 폭발하는 사고로 희생된 사람들의 유가족, 목격자들의 증언을 담은 인터뷰집입니다. 당시 사고에서 원전이 있는 우크라아나와 러시아도 피해를 입었지만 인근 국가인 벨라루스의 70%가 피해를 많이 입었습니다. 거기다 벨라루스는 농업국가여서 피해를 입은 정도가 어마어마했죠.

 

체르노빌 사고 피해에 대해 당시 소련 정부는 어떻게든 숨기거나 축소하기 바빴습니다. 피해지역 수습에 참여한 사람에게 주 보호장비도 열악했고, 심지어 한 두 종류 씩 빠지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뒤부터 지금까지 생긴 여러 사고, 참사의 선배격이었습니다.

 

나는 체르노빌을 새로운 역사의 시작으로 본다. 체르노빌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선 지식이다. 왜냐하면 체르노빌로 인해 사람이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던 방식과 갈등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 9'저자의 독백 인터뷰'에서

 

이 사고를 목격한 사람들은 곁에 있던 혹은 알던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유전자 손상 등 많은 부상을 잃었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피해는 신체적, 물질적, 정신적으로 심각했죠.

 

현실과 비현실에서 동시에 살아간다. 어디가 더 나은지는 모르겠다. (일어서서 창가로 간다) 이 동네에는 우리 사람들이 많이 산다. 그래서 체르노빌스카야 거리라고 부른다.

- 52'사람의 외로운 목소리, 하나'에서

 

"체르노빌........ 전쟁 위의 전쟁이었어. 어디에도 구원이 없었어. 땅에도, 물에도, 하늘에도......."

- 79'같이 울고 밥 먹자고 영혼이 하늘에서 부른다'에서

 

이들은 하나같이 '체르노빌레츠'(체르노빌 사람)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자신들의 인생, 나라의 역사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한거죠.

 

지금 세상은 둘로 나뉘었습니다. 우리 체르노빌레츠와 당신을 포함한 모든 다른 사람들입니다. 눈치채셨습니까? 여기서는 벨라루스 사람이고, 우크라이나 사람이고, 러시아 사람이고 그걸 강조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자신을 체르노빌레츠로 부릅니다. "우리는 체르노빌에서 왔습니다." "나는 체르노빌 사람입니다." 마치 우리가 다른 국가인 것처럼. 새로운 민족인 것처럼.......

- 188'두 목소리 : 남자와 여자'에서

 

우리 벨라루스 사람들은 한 번도 영원한 것을 가진 적이 없다. (중략) 그런데 드디어 그 영원이 주어졌다. 우리의 영원은 체르노빌이다. (후략)

- 336~337'벙어리 군인'에서

 

체르노빌 원전 근처에서 피해를 입지만 '체르노빌 사람'이란 이름으로 기피와 멸시를 받은 사람들, 이들은 각자 다르게 말하지만, 한 마디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부디 자신들과 똑같은 피해를 겪지 말길 바란다.'

 

이 책의 주제가 이렇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일입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소련 정부와 관영 언론도 그랬지만, 이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겪은 일본이나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나라도 이를 축소하거나 왜곡하거나 덮으려 했죠. 피해자, 목격자들의 증언이 있는데 말이죠.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통해 사실을 다루려는 책입니다. 의미있고 슬프지만 아름다운 기록이죠. 저는 당당히 이 책을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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