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채현국
김주완 지음 / 피플파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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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하면 떠오르는 표현은 뭐가 있을까요?

 

고집이 세다’, ‘귀나 눈이 멀다’, ‘어려운 말을 주로 쓴다’, ‘보수적이다

 

하지만 그런 관념에 맞서 거침없는 인생을 사셨던 할아버지 한 분이 계십니다.

 

요즘 핫(Hot)하다는 할아버지

바로 채현국 양산 효암학원(양산 개운중학교, 효암고등학교) 이사장입니다. 나름의 철학과 개념을 가지고 인생을 사셨는데요. 이미 몇몇 언론과 인터뷰도 했었죠. 제가 소개할 책도 이 분과 인터뷰를 했던 내용을 다뤘습니다. 이름하야 풍운아 채현국(김주완 기록, 도서출판 피플파워 펴냄)!

 

오척단구 거한, 당대의 기인, 인사동 낭인들의 활빈당주, 가두의 철학자, 발은 시려도 가슴은 뜨거웠던 맨발의 철학도, 개인 소득세 납부액이 전국 열 손가락에 들었던 거부(巨富), 해직기자들에게 집을 한 채 씩 사준 파격의 인간, 민주화운동의 든든한 후원자, 이 시대의 어른.

- 책표지 뒷면 홍보문구

 

이만한 수식어로 표현이 모자라는 분이지만 정작 자신은 그런 표현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이 기록을 책으로 남기겠다고 하자 자신을 훌륭하다든지 근사하다든지 하는 식으로 쓰지 말 것을 당부했다. 만일 그런 식으로 자신을 미화시키거나 하면 불 싸지르라며 화를 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3비틀거리며 왔지만 그래도 수지맞은 삶에서(175)

 

1935(호적엔 1937) 태어나신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세운 흥국탄광을 물려받고, 아버지와 해인대학을 인수해 마산대학(현 경남대학교)으로 발전시키는 등 나름 사업을 하셨던 분입니다. 하지만 당시 박정희 정권과 결탁해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양심을 택하고, 사업을 정리하셨습니다. 마산대학도 국가에 헌납을 하려 당시 문교부장관에게 넘기고(이후 박종규에게 넘어감) 지금은 양산 효암학원 이사장으로 소박한 삶을 살고 계십니다.

 

그럼 채현국 할아버지의 인터뷰를 살짝 맛볼까요?

 

나는 첫째 언론인 된 놈들은 전부 다 쓰레기다. 지 똑똑하고 지 잘하는 걸로 먹고 살겠다는 거지.” - 2사업 성공과 정리, 친구들이 남았다(116)

 

이사장님이 말씀하시고 싶은 것은 돈이 최고가 아닌 사회?

다양한 가치가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회.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는 계산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156)

 

워낙 사람을 좋아하시고 친하려 하시는데, 이사장님도 딱 이런 사람과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부류가 있습니까?

이제 나이 먹으니까 점점 더 있죠. 막 생깁니다. 제일 싫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체 하면서 전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 귀 안 기울이는 사람, 친한 체 하고 이해하는 체 하면서 나이 먹으면 자기 폐쇄 속에 삽니다. 젊은 사람들은 그래도 덜 합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은 폐쇄적이라는 걸 들키면 안 되니까 다 속이고 삽니다. 그래서 나는 나이 먹은 사람 별로 안 좋아합니다.”(164)

 

이 인터뷰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나도 이 할아버지처럼 양심을 지키고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통 사업을 물려받으면 유지하거나 확장하려고 노력하는 데 말이죠. , 해직기자나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산으로 기꺼이 집이나 쉼터를 마련했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계속해서 이런 개념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놀라움도 느꼈고요.

 

말이 필요없는 이런 할아버지를 누가 비난 할 수 있을까요? 한번 읽고 또 읽어도 가치가 있는 이 책을 감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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