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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평점 :
1980년 스무살 무렵, 백석의 시 「모닥불」이 처음 내게 왔다. 그때부터 그를 짝사랑하기 시작했다.
- 7쪽 서문 ‘백석을 베낀 시간들’에서
시인 안도현은 백석을 동경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그를 따라 순수시를 많이 발표했던 안도현은 그에게 바치는 일대기 『백석 평전』(다산북스 펴냄)을 펴냈습니다.
1912년 7월 1일,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태어난 백석은 1935년에 시 「정주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년 뒤 생애 최초 걸작으로 불리는 시집 「사슴」을 발표했었네요. 벌써부터 그의 매력과 순수가 묻어나는 군요.
이 책은 백석의 전 일대기를 다루었습니다. 조선일보, 영생고보, 만주를 거쳐 고향이 있는 북한에서 말년(1996년 별세)을 보낼 때까지 관련 자료를 수집해 이야기로 풀어냈다고 할까요?
백석이 북한에서 창작과 번역활동을 하다 점점 북한 내 문단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예전에 백석의 말년을 알길없다 이제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백석 같은 문인은 북한에서 왜 밀려나야할까라는 안타까움을 동시에 안겨주었습니다. 삼수군에서 농활을 하고, 북한 정부에 기대야했던 그였지만, 어떻게 하면 정치적 색이 덜한 작품을 쓸까를 고민한다던지, 조금씩 북한의 문단 분위기에 맞서는 모습에 희망도 가져봤고요.
무엇보다 백석의 일대기를 있는 그대로 담으면서 순수의 눈으로 관찰한 안도현의 매력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백석은 식민지로 오염되고 왜곡되기 이전의 고향, 즉 시원의 순결성을 가지고 있는 고향과 고향의 방언에 착안했다. 고향의 말인 방언이야말로 몰락의 길로 치닫고 있는 조선의 현실을 지켜낼 수 있는 하나의 시적인 연설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고 그는 판단했다.
- 99쪽 ‘「사슴」은 문단에 던진 포탄’에서
우리는 백석이 북한에서 아동문학 논쟁을 통해 문학의 자율성과 미학주의를 주장한 마지막 시인 중 한 사람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의 지도 아래 놓인 북한의 문학을 조금이라도 더 보편적인 미학의 논리로 되돌려 놓겠다는 그의 문학주의는 결국 꺾일 수밖에 없었다.
- 413쪽 ‘그리하여 사라진 이름’에서
제 필력이나 짧은 소감으로 감히 『백석 평전』을 논하기 힘들었습니다. 백석이 살아온 일제강점기~북한정권 하에서 표현하려던 순수와 다양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시원하게 표현한 안도현의 기록을 어떻게 재미있게, 솔직하게 담을까를 생각했죠.
읽기는 가벼웠지만 쓰기가 무거웠던 『백석 평전』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