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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읽어드립니다 - 내 손으로 그리는 언론 지도
민동기.김용민 지음 / 휴먼큐브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민동기 전 고발뉴스 보도국장과 김용민 전 국민라디오 국장, 두 시사평론가가 뉴스에 대해 나눈
토크 『뉴스를 읽어드립니다』(휴먼큐브 펴냄)는 뉴스 자체를 다루기보다 뉴스를 만드는 언론에 대해 논하는 대화록에 가깝습니다. 물론
뉴스 기사를 언급하긴 하지만 뒷받침하는데 불과하죠. 그런 대화는 국민라디오 ‘민동기 김용민의 미디어토크’에서 시작했습니다.
미디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두 시사평론가가 언론의 제작 단계를 얘기한 거지요.
그
럼 왜 두 사람은 이 책을 내려고 따로 대화를 나누었을까요? 김장겸 MBC 보도본부장(현 보도국장)이 오보를 낸 사실을 다루었는데
MBC에서 명예훼손에 대한 소송을 당하자 돈을 마련하려고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언론의 문제점을 방송에서 다루는 것보다
자세하게 얘기하고 책으로 옮긴 거죠.
이
책은 기본적으로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슈를 쫓기보다는 이슈 이면에 드리워진 ‘구조적인’
문제점을 주목하고자 했다. 굴절된 언론의 풍경과 왜곡보도를 단순히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런 보도가 나올 수밖에 없는지
언론계 내부 풍경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 6쪽 프롤로그 ‘‘진실보도’로 연결되지 않는 자기반성, 자위행위 뿐!’에서
형식은 구어체라 그런지 시정잡배가 떠드는 뒷이야기 같은데, 설명하는 내용은 약간의 전문적 지식과 풍부한 설명이 들어가 색달랐습니다. 중요한 문장은 굵게 처리되어 있었고요. 두 전문가가 어떻게 언론을 다루는 지 살펴볼까요?
1장 신문을 읽어드립니다
아주 긴 내용입니다. 그만큼 종이 신문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 상당했다는 점과 뉴미디어로 구독률이 줄어드는 현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언론사들의 노력을 담고 있습니다. 상당히 흥미로워 보이거나 중요해 보이는 부분이 가득하군요.
최
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정부 부처나 기관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때면 그 발표를 금요일
오후에 한다는 겁니다. 특정 사안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 때도 금요일 오후에 발표를 해요. 왜냐하면 금요일 오후,
특히 오후 2~3시 정도의 시간대가 기자들 입장에서 대단히 애매한 시간이기 때문이죠. 마감이 보통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니까,
2~3시쯤 발표를 하면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더라도 기자들이 확인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 21~22쪽에서
기자가 되려거나 혹은 뉴스 메커니즘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마감과 관련해서 하나 알아둬야 할 게 있어요. 기자들은 소설, 시나리오를 좀 써야 합니다.
- 32쪽에서
2장 MBC를 읽어드립니다
지
상파 방송이자 반(半) 공영방송인 MBC 문화방송을 다룹니다. 90년대 방송 민주화로 한때 개념 언론으로 불리던 MBC가 왜
이명박 정권부터 다시 권력의 하수언론으로 전락했는지, 90년대의 개념 언론으로 돌아가는 게 왜 힘든지 설명합니다. 그리고 지금
MBC의 한계도 담고 있고요.
과
거 MBC 뉴스는 잊어버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구성원들이 너무나 많이 바뀌었거든요. 제가 지금 말씀드린 2012년
MBC 노조 파업 당시 MBC 뉴스를 만들던 구성원들과 파업 이후 MBC 뉴스를 만드는 구성원들은 전혀 다른 사람들입니다.
(중략)
파
업 이후에 시용기자나 경력기자가 뽑혔다는 것은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파업에 부정적이거나 동조하지 않은 기자들이
MBC에 들어왔다는 겁니다. 이 말은 간부들이 어떤 지시를 내리면 본인 의사에 반하더라도 문제 제기 없이 수용할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도 되죠. 취재를 하거나 리포트를 제작할 때도 권력에 비판적인 아이템은 발제가 안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 110~112쪽에서
언론 자유에 대해서 각별한 철학과 관념이 있는 정권기에는 공영방송으로 제 역할을 하다가 그렇지 않는 시기, 방송을 선거 승리의 전리품 따위로 여기는 세력이 집권했을 때는 특정 정파 편향방송으로 돌변할 수밖에 없는 구조
- 119쪽에서
3장 SBS를 읽어드립니다
국내 최대 지상파 민영방송 SBS를 다룹니다. 정권편향인 두 공영보다 나은 보도로 사람들에게 잠시 공정방송이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고, 젊은 층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SBS의 한계가 어디인지 살펴봅니다.
사실 SBS의 핸디캡은 정권비판이 아닙니다. 요즘은 태영도 아니에요. 미디어 홀딩스로 바뀌었으니까요. 향후 SBS의 아킬레스건은 윤석민 체제로의 안착 및 전환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126쪽에서
어
떻게 보면 SBS가 지상파나 방송 파트에서 점하고 있는 포지션이 JTBC나 <중앙일보>와 비슷할 수가 있어요.
이념적으로 색채가 강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상업방송이기 때문에 이념적 스펙트럼은 강하지 않은데, 그 이야기는 한쪽으로 쏠리거나
기울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KBS나 MBC보다는 적다는 거죠.
(중략)
이
명박 정권 이후 SBS가 정치 권력에 상대적으로 비판적이었습니다. KBS, MBC에 비해 방송이 주목받은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만약 소유와 경영의 아킬레스건, 세습 경영이나 윤세영·윤석민과 관련된 것을 들춘다면 SBS가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저는 현저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봐요.
-134쪽에서
4장 종편을 읽어드립니다
종
합편성채널, 이미 젊은 채널을 지향하는 JTBC를 제외한 나머지 채널 3개는 어르신들이 즐겨보는 채널이 되었죠. 그리고 전부 유력
신문이 모기업이고요. 이 장은 종편 3개의 모습과 JTBC의 차별화, 성완종 생전 육성 공개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신
문 시장은 추가적 성장 동력은 고사하고 비탈길에 준하는 사양길에 접어든 터라, 방송 진출을 탈출구로 삼아야 한다”는 생존에 관한
고민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자기들에게 우호적인 MB 정권이 들어섰으니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으려고 한 거죠.
- 149쪽에서
당
시 한나라당이 신문·방송 겸영이나 종편을 구상하면서 세웠던 골격 가운데 핵심이 MBC 영향력 악화라고 생각해요. KBS는 어차피
정권이 바뀌면 잡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MBC는 공영방송 중심 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는 영향력 약화가 쉽지 않습니다. 지상파를
약화시키려면 민영방송 여러 개를 만들어야 했어요. 정권은 채널 선택권이 다양하게 확보된다며 언론을 통해 홍보했지만, 사실상
공영방송 체제를 약화시키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그 방편 중 하나가 종편이었던 거고요.
- 153쪽에서
5장 경제 신문을 읽어드립니다
이
장에서 말하는 결론은 딱 하나, 우리나라 종합 신문의 경제면이나 경제 신문의 기사를 다 믿지 말라는 겁니다. 철저히 기업
중심이고, 광고로 움직이는 면입니다. 기업인들이 왜 경제 신문을 읽습니까? 자신의 이익이 반영되어있는지 보는 거랍니다.
경제 신문은 권력 기관, 즉 관공서에 배달되지요? 기업이 신경 안 쓸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기업은 신문에 광고를 합니다. 그러면 신문은 그 기업을 띄워줍니다. 고차원적 사이비 언론 아닌가요?
- 218쪽에서
정
말 철저하게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지면을 제작하는 곳이 경제지라고 봅니다. 노동, 시민단체, 비정규직, 이런 데서는 돈 안
나와요. 그런데 대기업, 전경련, 주요 기업들에서는 광고라는 걸 들이밉니다. 철저하게 그 논리에 따라서 지면이 제작되고 기사가
제작되는 곳이 경제지입니다.
- 227~229쪽에서
순도 있는 경제 정보를 다루는 매체는 현존하는 메이저 중에는 없다고 봐도 됩니다. 방송도 마찬가지고요.
- 232쪽에서
6장 <한겨레>, <경향신문>을 읽어드립니다
진
보언론을 논하는 장입니다. 기존 보수 성향의 유력 언론과 반대 성향으로 보도하는 언론이지만 문제점 또한 많았습니다. 영세한 경영,
삼성 등 대기업을 통해 얻는 광고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엘리트 의식(보수도 존재하지만, 진보도 무시할 수 없는 점)을
따지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대안 언론을 무시하는 태도를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서 공감했습니다. 보통 진보는 이익보다 같은 생각을
공유하며 연대한다고 생각하는 데 <한겨레>, <경향신문>은 그런 게 부족해보였습니다.
모든 신문사들이 신년호를 발행하지 않습니까? 대부분의 신문에 삼성 광고가 1면 아니면 백면 광고에 실립니다. 한마디로 삼성이 깔아요. 뭘 의미하겠습니가? 신년호에 신문사 광고국 사람들이 요청을 하겠죠.
(중략)
<경향신문>과 <한겨례>라고 다른 신문에 비해 그런 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진보적 가치를 표방하고 나선 신문사인데도요. 하지만 그나마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정도는 있는 신문사 같아요.
- 238쪽에서
기
존의 폐쇄적인 기자 문화, 언론 문화, 기자 기득권에 대해서 진보적 가치를 주장하는 <경향신문>과 한겨례는 얼마나
비판을 해왔을까요? 디지털 퍼스트 다 좋다 이겁니다. 그런데 기자 기득권이나 개혁해야 할 기자 문화, 언론 문화에 대해
<경향신문>과 <한겨례> 기자들은 얼마만큼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중략)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는 노선의 언론들, 쉽게 이야기해 자기 시야에서 볼 때 ‘마이너’라 판단되는 진보 미디어 종사자들을 깔보는 태도는 엘리트 의식이라는 열쇳말 아니고서는 납득이 안됩니다.
- 256~257쪽에서
뉴
스타파는 <경향신문>, <한겨레> 등 이른바 제도권 개혁 언론 쪽에서 그래도 조명을 좀 해주는 것 같아요.
나머지 대안 매체들은…… 뭐라 그럴까, 아직 ‘정식 언론’으로 대접해주기 싫다는 마인드가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지금의
대안 언론, 부족한 점 많죠. 하지만 단순히 부족하다는 것 이외에 어떤 ‘시선’들이 있는 것 같아요.
- 268쪽에서
7장 대안 언론을 읽어드립니다
기존 언론이 외면하는 소식을 전하려 애쓰는 대안 언론, 민동기와 김용민은 거기에 연관되어있어서인지 조심스럽게 다뤘다고 고백했습니다. 이 장에서 누구든 비판하는 자세, 공정언론 대신 ‘공정하게 편파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뉴스타파는 데일리 뉴스를 하지 않고 탐사 보도를 표방하기 때문에 기존 주류 언론들의 취재 방식과는 차별화된 지점을 분명 보여줬어요. 그건 정말 분명하게 평가해줘야 할 부분이고, 한국 언론사에서도 한 장으로 기록될 사건이죠.
(중략)
비
록 지상파에 근무하고 있진 않지만 우린 다른 대안 언론 콘텐츠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인식, 뉴스타파는 콘텐츠도 좋고 탐사 보도에
대한 자부심도 필요하지만, 그게 심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엘리트 의식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284쪽에서
제
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뭔지 아십니까? ‘공정한 기사를 쓰는 기자’입니다. 저는 그런 기사는 없다고 봅니다. 제 기사요? 제가 쓴
기사 중에 공정한 기사는 하나도 없습니다. 다 편파적일 수밖에요. 누군가를 조지고 누군가를 비판한 건데 다 제 견해가 들어가
있죠. 편파적인 기사이긴 하지만 편파에 이르는 과정을 최대한 공정하게 하려고 한 겁니다.
(중략)
하나의 사안에 대해서 “A는 이렇게 주장했고 B는 이렇게 주장을 했습니다” 이렇게 기사 쓰면 사람들은 그게 공정한 줄 알아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A가 나쁜 놈이라면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게 공정하다고 봐요.
- 286~287쪽에서
8장 언론사 취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장까지 왔네요. 제목 그대로 언론사로 취업하려는 사람들에게 하는 조언을 다룹니다. 한마디로 이 책의 마무리라고 할까요?
실
무나 현장 적응력 등이 앞으로 상당히 중요하게 대두될 것이기 때문에, 주류 언론만 바라봐서는 그런 능력이 쌓일 수가 없다는
겁니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주류 언론을 그만 쳐다보십시오. 대안 미디어, 미들미디어, 그리고 요즈음 마을 미디어도 많습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주변의 문제들로부터 차근차근 고민하고 거기에서 문제의식을 조금만 키워나가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와 가능성이
많아집니다.
(중략)
자신의 일상과 현장을 접목시키는 노력을 통해서 정말 생생한 고민과 문제의식이 싹트는 거죠.
- 303~304쪽에서
스스로 저널리스트로서 어떤 브랜드를 가질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거대 방송사 간판 아래 자기가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자체가 브랜드가 돼야 하는 거죠.
- 309쪽에서
우
리나라 언론이 가진 내면의 문제점을 살살 다뤄주는 이 책에서 재미도 느꼈지만 나름 상식과 교훈도 느꼈습니다. 물론 진보적 입장으로
지녔고, 대안 언론에 몸담았기 때문에 접하면서 어느 정도 감안하셔야 합니다. 모든 언론을 다 공정하게 다루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독자가 우선되는 언론이 필요한 세상, 뉴미디어가 대세인 세상에서 언론을 어떻게 접하고, 언론사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어떤 곳에 일할 건지 생각해보는 책이었습니다.
“뉴스의 이중성과 오보 이면에 드리워진 언론계 내면의 문제를 다루다”
『뉴스를 읽어드립니다』가 가진 흥미로운 점, 여러분에게 한번 권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