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 김은주의 글은 사람들의 눈을 끄고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직업 특성 상 관심을 끄는 창의적인 글을 쓴다지만 이 정도일줄 몰랐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그런 글을 어디서든 접하지만 자주 읽으면서 활력과 위로를 얻고 팠겠죠.
그녀의 크리에이티브한 글이 삶이라는 주제를 만나 두 권의 책으로 나왔다면 놀라시겠죠? 바로 『1cm』(일 센티 첫 번째 이야기)와 『1cm+』(일 센티 플러스) (허밍버드 펴냄)입니다. 각각 아트디렉터 김재연과 일러스트레이터 양현정이 그림을 그렸네요. (고양이와 연관된 것도 같답니다.) 두 권에 담긴 글과 그림은 읽는 사람에게 근심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안정을 느끼게 하죠. 책 속 캐릭터들의 아기자기한 모습과 책 뒷부분에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미소를 짓게 하죠. ‘우리 인생에 더하고 싶은 1cm의 □를 찾아서’ 한번 읽어볼까요?
『1cm』 - 매일 1cm 만큼 찾아오는 일상의 크.리.에.이.티.브.한 변화
p12~15 ‘타조알 속에’
타조알 속에 새끼 타조
악어알 속에 새끼 악어
펭귄알 속에 새끼 펭귄
거북이 알 속에 새끼 거북
달걀 속에 삶은 달걀
인생이 흥미로운 것은,
감당할 수 있는 의외의 사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p78~79 ‘천생연분’
달걀 노른자를 좋아하는 남자와
달걀 흰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만나는 것.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남자와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가 만나는 것.
김치찌개밖에 못 끓이는 여자와
김치찌개 없인 밥 못 먹는 남자가 만나는 것.
늦잠자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와
팔베개해 주기 좋아하는 남자가 만나는 것.
눈물이 많은 여자와
가슴이 따뜻한 남자가 만나는 것.
천생연분-
짧은 글 속에 한 페이지를 채우는 그림이지만 흥미를 끄네요.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글이지만 그림과 만나고 멋지게 꾸민 티가 물씬 풍깁니다. 특히 이 글이 더 그렇죠.
p104~105 ‘다음 () 안에 알맞은 단어를 넣으세요’에서
() 속 이름은 매번 바뀐다.
사랑이 영원하냐고 묻는다면,
사랑은 영원하나
그것이 꼭 한 사람을 향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해야 할 것이다.
(중략)
사랑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현재’다.
p148~149 ‘놀부를 이해하다’에서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버릇, 어떤 취향, 어떤 성격은
그의, 그녀의
스토리를 듣는 순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놀부 이야기에
그가 놀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스토리가 덧붙여졌다면
그는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았을지 모른다.
『1cm+』 인생에 필요한 1cm를 찾아가는 크.리.에.이.티.브.한 여정
전작보다 글이 많고 길어졌지만 재미도 더 커졌습니다. 삶을 향해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주는 이 글들은 지금 이 순간 읽고 싶게 만든 답니다.
p104~105 ‘코끼리를 예로 들어’
노아의 방주에 코끼리가 탈 수 있었던 것은
코끼리가 곡예를 넘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코끼리이기 때문이다.
내가 당신과 사랑에 빠진 것은
당신이 어떤 것을 잘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당신이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영원히 코끼리 이고
어떤 조건과 상황 속에서도 당신은 당신이며,
코끼리가 멸종되지 않았듯
당신을 향한 내 사랑 또한 계속될 것이다.
p188~189 ‘지난 번 데려온 고양이가 말을 해’에서
꼭, 일생에 한 번 그 일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웃지 않거나, 기뻐하지 않거나, 감동받지 않거나
또는 무표정으로 일관하지 마록
사소한 일에도 자주 웃고, 더 행복해하고, 가슴 뭉클해지고
호들갑 떨어봅시다.
읽어보니 어떠신가요?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보라 말하고 싶네요. 두 권 다 한두 개 정도는 접어서 보라는 등 흥미로운 참여를 유도하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또 한 페이지의 다음 페이지는 특이하게 ‘숫자+1’로 매겨졌습니다. 책 속 글을 기억하도록 만드는 전략이겠죠?
저는 작년 학교 도서관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1cm+』를 받았는데 전작도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1cm』도 샀습니다. 오랫동안 놔두다 이번에 두 권을 다 읽고 나니 마음 속 한 구석이 평온해지고 가벼워졌습니다. 그만큼 한 걸음 혹은 1cm 가까워졌다는 의미겠죠?
이제 여러분 차례입니다. 삶을 향해 1cm 가볍게 나아가는 길에 동참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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