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 - 개정판
공광규 지음 / 문학의전당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광규 시인의 `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화남 펴냄)은 시 이론 교재, 교양서 기능을 합니다. 두꺼운 책 크기에 당황하는 분이 있겠지만, 정성을 담았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겁니다.


시를 공부하고 있거나 공부해 보려는 분들을 위해 기획한 이 책은 그 동안 필자의 창작 경험과 창작 강의를 정리하여 묶은 강의 자료집입니다. 특히 강의실 안과 밖에서 사람들이 물었던 ˝시는 무엇이고, 어떻게 쓰는 겁니까?˝에 대한 이야기를 곁드린 대답입니다. 어려운 이론에 갇힌 시론이나 창작론을 깨기 위해 곳곳에 다소 느슨한 야유와 독설을 섞었습니다.

- 5쪽` 책을 내며`에서

1부 `창작 원리; 이론적 접근`과 2부 `창작 실현; 제재적 접근`으로 나누고 각각 15주차로 쓴 뒤 실제 강의·수강 분량을 옮겼습니다.


저는 같은 작가인 지인에게 소개 받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대출기한 내에 다 읽기 힘들어 다른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습니다. 길고 지루하게 느낄 때가 있었지만, 끝까지 읽다보니 이런 시나 기법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번만 읽기 아까워, 소장하며 계속 읽고 배워야 할 책이었고요.


이론과 실천을 담은 책이라 내용을 설명하기 힘드니까 저에게 와 닿은 부분을 써보겠습니다.


빨래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 밤에 내 동생
오줌싸 그린 지도



꿈에 가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벌어간 아빠 계신

만주땅 지돈가?

- 윤동주, 「오줌싸개 지도」 전문

오줌은 물의 성질이 있으므로 물의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궁핍한 식민지 시대에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가 돈을 벌러 가족과 이산을 해야 하는 현실을 아이가 오줌을 싼 사건을 가지고 그리고 있습니다.

- 128~129쪽 `윤동주의 상징`에서


사나운 뿔을 갖고 한 번도 쓴 일이 없다
(중략)

도살장 앞에서 죽음을 예감하고
두어 방울 눈물을 떨구기도 하지만 이내
살과 가족이 분리되어 한쪽은 식탁에 오르고
다른 쪽은 구두가 될 것을 그는 모른다

사나운 뿔은 아무렇게나 쓰레기통에 버려질 것이다.

- 신경림, 「뿔」 전문


주체적 인간의 삶, 깨우치지 못한 민중의 삶을 동물인 소의 일상을 통해 우화적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소의 평생을 통해 남에게 부림만 당하지 주체적 사고와 행동을 하지 못하는 인간의 비애를 우화를 통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뿔이라는 무기가 있음에도 평생 사용하지 못하고 외양간과 논밭만 오가다 주인의 밥상에 오르는 소를 통해 비주체적 인간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 146~147쪽 `신경림의 우화`에서


시 쓰기는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작업이며, 시인은 자기 자신에게 묻지만, 그 물음의 효과는 동시대와 후대 사람에게까지 윤리적, 도덕적 각성을 하게 합니다. 그래서 시의 형식은 고백의 형식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고백을 통하여 진정한 자아와 접촉을 하게 되는 것이며, 자아와의 접촉을 중시하는 문학은 낭만주의 문학의 전통입니다.

- 438쪽에서


여기에 나온 시들은 흔히 접했을 시들도 간간히 보입니다. 국어·문학 시간에 배웠을 시 혹은 방법을 더 친숙하고 자세하게 쓰기 위함이죠.


한번만 읽기에 아깝고, 빨리 읽기에 길면서 아쉬운 `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이었습니다.


저처럼 좋은 시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필독서, 언어 영역 중 시를 연구하고 싶은 사람에게 참고서, 시의 아름다움 알고 싶은 사람에게 교양서라 생각합니다.


길지만 아름다운 책, 읽고 배우며 시에 눈을 뜨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