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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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지식인으로,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숱한 영욕을 겪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그의 삶과 철학에서 묻어나오는 삶과 죽음, 생각의 기록들을 담은 책 ‘어떻게 살 것인가(아포리아 펴냄)’를 다뤄볼까 합니다.

 

‘어떻게 살것인가’라는 주제로 책을 내자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았을 때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중략) 하지만 결국 쓰기로 했다. 내 인생을 관통한 목표와 원칙이 있었는지,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내 삶을 지배한 감정과 욕망은 어떤 것이었는지, 과연 나는 내게 맞는 삶을 살았는지 살펴보는 일이 앞으로도 짧지 않은 시간을 더 살게 될 내 자신에게 만큼은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혹시 참고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p7 프롤로그 ‘나답게 살기’에서

 

제1장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을 회고하면서 독자에게 의미 있는 삶을 살라 권하고 있습니다.

 

기득권과 더불어 살면서도 그 달콤함과 안일함에 젖지 말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불의와 타협하거나 악에 가담하지 않고 살려면 강력한 내면의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 것 없이도 나를 지킬 수 있는, 고생은 되지만 마음은 편한 방법을 선택했다. 그것은 아예 기득권 근처에 가지 않는 것이다. (중략) 죄악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내 자신을 확실하게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성인(聖人)은 못 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 그렇게 생각했다. 그것도 나름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p35~36에서

 

하루의 삶은 하루만큼의 죽음이다. 어떻게 생각하든 이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새날이 밝으면 한 걸음 더 죽음에 다가선다. 그런데도 우리는 때로 그 무엇엔가 가슴 설레어 잠들지 못한 채 새벽이 쉬이 밝지 않음을 한탄한다. 결코 영원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누군가에게 영원한 사랑과 충성을 서약한다. 죽음을 원해서가 아니다. 의미 있는 삶을 원해서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인생 전체가 의미 있으려면 살아 있는 모든 순간들이 기쁨과 즐거움, 보람과 황홀감으로 충만해야 한다.

p47에서

 

2장 ‘어떻게 죽을 것인가’

죽음을 몇 십 년 앞둔 처지에서 쓰는 가치관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이가 많든 적든, 죽음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피하기 위해 영생(오래 삶)을 꿈꾸지만 그 끝은 허망할 뿐이죠. 유시민은 제목 그대로 어떻게 죽을 것인지에 대한 희망사항 혹은 결심을 이 책에 적었습니다.

 

‘죽음 다음에 무엇이 있을까? 만약 내일 죽는 다면 오늘 무엇을 할까? 잘 죽으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혼자 이런저런 대답을 생각해본다. 답을 꼭 찾아야 할까?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남은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은 단순히 삶의 끝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소설도, 영화도, 연극도 모두 마지막이 있다.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크게 달라진다. 어떤 죽음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진다.

p71에서

 

그리고 사람이 나이가 들면 왜 생각이 바뀌는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건강해도 노화를 막지 못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뇌조직의 쇠락이다. 나이가 들면 뇌신경세포인 뉴런(neuron)의 수가 줄어든다. 뉴런 사이의 정보 전달을 돕는 화학 물질 분비도 원활하지 않게 된다. 뇌의 정보처리 능력이 떨어지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둔감해진다. 익숙한 것에 집착한다. 고집을 부리거나 화를 잘 내게 된다.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p74에서

 

나이가 많이 들어서도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이 젊은 시절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요절(夭折)한 천재들이 유독 아름다운 모습으로 오래 기억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진보든 보수든, 사상적 성향이 어떠하든 사람은 누구나 생물학적 성장과 퇴행을 겪는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자아 정체성이 형성되고 발전하며 변화하고 퇴행한다.

p75에서

 

그리고 유언장을 미리 써두라 권합니다.

 

만약 그런 상황(죽음)에 직면한다면 나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마감할 것이다.사랑하는 사람들, 추구하던 가치들, 한때는 기쁨과 의미를 주었던 모든 것들과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작별하는 것은 누구도 막아서는 안 될 자유이며 존엄한 권리라고 나는 믿는다. 남겨줄 재산이 없어도 유언장은 써두는 것이 좋겠다.

p134~135에서

 

3장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아름다운 제목인데요. 저는 이런 표현이 마음에 듭니다. 우리는 홀로 살아갈 수 있다고 자부하지만, 중요한 사안에 대해 서로 모여 돕고 지내야 합니다. 사람도 생물인 이상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무리지어 다닐 수밖에 없지요. 유시민은 자신 스스로가 쓸모 있는지, 일을 즐기는지, 적은 욕망으로 사는 지 등과 자신이 가진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는 글을 쓴다. 이것이 내 일이다. 내게 글쓰기는 단순한 생업이 아니다. 글을 써서 내 생각과 내가 가진 정보를 남들과 나누는 행위 그 자체가 즐겁고 기쁘다. 글쓰기는 그런 면에서 놀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이든 놀이든, 이것이 제대로 의미를 가지려면 내가 쓰는 글이 쓸모 있어야 한다. 독자가 공감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혹시라도 누군가 내 글에서 재미에 덧붙여 깨달음이나 감동까지 얻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p156에서

 

4장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유시민은 우리가 살면서 경계할 것이 무엇인지 이 책에 담았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자신을 알릴 것인지, 영생이 왜 무의미한지를 담았습니다.

 

부질없는 가정을 해보자. 진시황이 유한성이라는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황제의 권력으로 ‘지금 여기’에서의 행복을 추구했다고 하자. 책을 불사르고 유학자를 생매장하고 대륙을 순회하면서 기념비를 세우고 수천 명의 미소년 미소녀와 기술자들을 배에 실어 존재하지도 않는 신선들에게 보냈던 그 열정과 자원을 일하고 사랑하고 노는 데 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수립할 수 있었을 것이다.

p308~309에서

 

저는 이 책을 재작년에 한 번 읽었고,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오래 전 읽으며 지나쳤던 부분을 다시 접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역시 책은 한 번만 읽어선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일을 즐기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사람다운 삶이라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잔치가 끝나고 나면, 내 삶은 조금 길 수도 짧은 수도 있는 마지막 페이지로 넘어간다. 그 페이지마저 넘어가면 내 정신은 사라지고 생명활동이 멈춘 육체만 남을 것이다. 그것도 잘 떠나게 해야 한다.

p337에서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 책을 자주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더더욱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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