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반군 모피어스를 만나 파란 약과 빨간 약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파란 약을 먹게 되면 자신과 만난 기억이 지워지고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서 편안히 살게 되지만, 빨간 약을 먹게 되면 세상의 진실을 알게 된다는 거지요. 빨간 약을 선택한 네오는 자신이 살았던 세상이 매트릭스, 즉 꿈 속 세계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제가 소개하는 책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마루야마 켄지 지음, 김난주 옮김)’는 이 세상에서 ‘잉여’, ‘루저’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에게 바치는 빨간 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지금까지 접하고 배웠다고 믿었던 것들이 거짓되고 부질없다는 걸 느끼고,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거죠. 책을 먼저 접하게 되면 보게 되는 한마디는 지금까지 살았던 삶에 충격을 주죠.

 

“인생이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로 끝나는 마루야마 겐지의 인생과 세상 비꼬기 그리고 비판,세상이 순수하다고 믿는 사람이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르겠군요.

 

우주의 전체 얼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주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고 사랑과 선의로만 가득한 삼차원이 아니라는 것은 그 옛날에 증명되었다. 살아 있는 것의 역사는 곧 재해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생명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조건만 갖춰지면 가차 없이 말살하려는 피도 눈물도 없이 냉혹하고 거대한 공간.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유일무이하고 어디 숨을 곳 하나 없는 세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항간에 떠도는 지옥이란 바로 이 세계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는 태어나 죽을 때까지 지옥에서 살아갈 운명에 처해 있다.

p13~14 1장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에서

 

욕망은 크나 능력은 부족한 작자들, 그저 튀고 싶거나 아버지가 닦아 놓은 기반을 고스란히 물려받으려는 작자들, 또는 지금까지 해 오던 일이 순조롭지 않거나 실력이 없어서 실패한 작자들, 세상에 이름을 알려 뭔가를 해 보려는 작자들, 그런 자들만 우글거리는 곳이 바로 정치판이다. 정상적인 인간이 발을 들여 놓을 곳이 아니다.

 

한편 국민은 어떠한가.

제대로 생각지도 않거니와 인간을 보는 안목을 키우지도 않고 ‘골치가 아파서 잘 모르겠다’는 이유로 정치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그러고는 얍삽한 이미지만 좇아 인기투표라도 하듯이, ‘인상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잡배들에게 귀찮은 한 표를 던진다.

그러니 양쪽이 똑같은 셈이다. 인간적인 수준이 너무도 낮은 탓에 그런 정부가 생겨난 것이다.

p91 3장 ‘국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에서

 

가족, 국가, 미디어, 직장, 종교, 연애 등 심오한 주제를 가지고 맛깔나게 독설을 쏟아 붓는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를 읽으면서 나름의 충격과 신선함을 느꼈습니다. 하긴 세상과 인생에 독설을 내뱉는 책은 많지만 이렇게 소장하고 픈 책은 처음이었습니다.

 

이 나라에는 ‘실패하면 어떤가, 인간인데’ 하는 유의 말을 환영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사람들은 그 점에 안심하고, 거기에서 위로를 받고 희망을 품으며 자신의 칠칠치 못함과 한심함을 눈 감으려 한다.

(중략)

하지만 이는 몹시 위험한 일이다.

이렇게 한때의 안심과 발전성이 전혀 없는 퇴행적인 가치관에 매달려 있다 보면 ‘가정을 돌보지 않으면 좀 어떤가, 인간인데’ 하게 되고,(중략) ‘전쟁을 좀 하면 어떤가, 인간인데’, ‘원전사고를 일으키면 좀 어떤가, 인간인데’ 하고 끝없이 추락해 점점 더 인간에서 멀어진다. 끝내는 동물 이하의 괴물 같은 존재로 변하고 만다.

p81 4장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에서

 

자신의 인생을 남에게 맡기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는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꼭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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