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대가 -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순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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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쓴 ‘불평등의 대가(The Price of Inequality,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본주의 국가 ‘미국’의 사회와 경제가 불평등과 모순으로 가득 찬 국가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판 부제인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는 우리가 깨달아야 할 점이 무엇인지 잘 나타내고 있지요.


읽으면서 어떻게 내용을 설명할까 고민했습니다. 아무리 쉽게 썼다고 하지만 뉴스를 통해 겨우 접한 저는 경제학이나 사회학 등에서 나올법한 지식이나 현상이 생소하게 여겨졌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점점 흥미로운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뉴스나 시사 잡지를 통해 접한 우리나라 상황이랑 비슷했기 때문이지요.


저는 이 책을 내용 하나하나에 대한 감상보다 느낀 점 위주로 쓰겠습니다.


사실 이 책에 대한 추천사는 딱 두 줄이면 되지 않을까 한다. <현실의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처럼 정밀하게 설명하는 책은 매우 드물다. 그리고 이 책의 지적과 분석이 가장 들어맞는 나라는 미국 다음에 한국일 것이다.>

- p13 선대인, 해제 ‘『불평등의 대가』와 한국의 현실’에서


해제 속 내용에서 보듯이 책 속에 있는 미국의 상황을 한국으로 바꿔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만큼 한국도 미국의 자본주의(즉 신자유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떤 내용이 있을까요?


미국의 현재 상황은 이렇게 단순화할 수 있다.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부자 중에서도 최상층은 더욱 큰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가난하지고, 그 수가 많아지며, 중산층은 공동화되고 있다. 중산층의 소득은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고, 중산층과 부유층 사이의 간극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 p89 1장 ‘1퍼센트의 나라 미국’에서


교역의 세계화는 자본과 금융 시장 자유화와 관련하여 발생한 위기만큼 극단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느리긴 하나 꾸준하게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교역 세계화의 기본적인 논리는 단순하다. 상품의 이동은 사람의 이동을 대체한다. 미국이 외국에서 미숙련 노동력을 기반으로 생산된 상품을 수입하면, 미국에서 그 상품을 생산하는 미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이들의 임금은 인하 압력을 받는다. 미국 노동자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갈수록 낮아지는 임금을 감수하거나 갈수록 고도화되는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 세계화를 운용하느냐와 관계없이, 교역 증대를 야기하는 세계화의 상황에서는 이런 인과 관계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 p160~161 3장 ‘시장과 불평등’에서


우리나라보다 사실 위주의 보도를 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한다고 믿는 미국도 이 책을 차근차근 살펴보면 나름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현실을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개선할 여지가 있는 것처럼 서술한 걸 보면 우리 한국도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는 언론의 공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현재 언론 분야는 상위 1퍼센트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이들은 비판적인 언론사를 매입하여 지배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고, 손해를 보더라도 이런 전략을 고수할 의향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은 그들의 경제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투자다.

- p248 5장 ‘민주주의 위기’에서


제가 흥미를 가지고 읽은 8장 ‘예산전쟁’은 과한 예산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을 비판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내용입니다. 예산 긴축이 오히려 경제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네요.


예산 긴축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경기 침체를 겪던 국가들이 예산 긴축 정책을 시행하여 경기를 회복시켰던 사례들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사례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국가들은 모두 경제 규모가 작았을 뿐 아니라,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교역 상대국을 확보하고 있었다. 따라서 수출 증대를 통해 정부 지출 감소분을 쉽게 대체할 수 있었다. 이런 해법은 오늘날 미국과 유럽의 상황에는 적용될 수 없다. 오늘날 미국과 유럽의 교역 상대국들은 불황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 p383 8장 ‘예산전쟁’에서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10장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에서 지금까지 쓴 내용을 정리하고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식으로 썼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 등 자본주의 국가라면 꼭 시도해야 할 점이라는 인상이 드는군요.


현재 미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전역의 많은 나라들에서 미국과 똑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시장 경제의 불변의 법칙이 아니다. 능력과 노력과 행운의 차이가 시장의 힘과 정책 패러다임 때문에 심각한 불평등으로 전환되는 건 세계적인 상황에서도, 사회를 훨씬 더 성공적으로 관리해 온 사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사회들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미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삶을 제공하고 있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은 비단 소득만이 아니라 건강, 교육, 안전, 기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측정된다. 또한 미국보다 불평등 수준이 훨씬 심각한 일부 사회들은 벼랑 아래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깨닫고 방향 전환을 시작했다. 이들은 빈민층에 대한 지원과 교육 확대 등을 통해 불평등의 수준을 완화해 가고 있다.

- p432 10장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에서


어떻습니까? 한국과 맞아떨어지는 미국 사회와 경제의 현실 말입니다. 과연 양국의 정부는 이 책에 쓰인 대로 사회와 경제에 숨어있는 불평등을 바꿀 수 있을 까요? 그저 꿈일 뿐이지만 실제로 해낼 수 있다면 불평등이 조금씩 사라지겠죠? 그날을 기다려보며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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