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 10장을 쓰는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루비박스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p10
문장력을 키우면 독서능력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생각하는 힘’도 기를 수 있다.
 
이 책은 글은 쓰고 싶은데 원하는 양만큼 채우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을 위한 실용서입니다. 저는 보통 글을 즉흥적으로 혹은 작은 계획으로 글을 쓰는 데 긴 양을 채우기 힘들어 억지로 양을 늘릴 때가 많습니다. 질은 떨어지고 양은 더 형편없어지는 악순환을 겪는 중이지요. 그러던 중 발견한 책이 바로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입니다. 페이지가 적어 언제든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p14~15
글쓰기 연습에서는 작문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장의 질은 개개인의 독서 체험이나 인생 경험, 그리고 재능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향상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문장의 질을 향상시키고 나서 양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양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을 전환하자.
나는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글의 양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방법을 추천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원고지 열 장을 쓰는 훈련을 하다보면 문장의 질은 반드시 향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을 조절하는 방법이 결국은 문장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할 수 있다.
 
저자인 사이토 다카시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언어학자입니다. 그분이 쓴 책은 주로 글쓰기, 코멘트와 같은 실용서인데 지식과 실용의 결합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쓸 만한 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목차 속 대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프롤로그 – 쓰는 것은 스포츠다.
1장 – 글쓰기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
2장 – 문장력은 구성력이다
3장 – 문체를 익힌다
 
이 책에선 글쓰기를 달리기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훈련이 글을 잘 쓰는 지름길이라 여기고 있구요.
 
p12
갑자기 먼 거리를 걸어도 다리에 큰 무리가 없듯이 특별히 훈련을 하지 않아도 말을 오랫동안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달리려면 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훈련하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10킬로미터를 달린다는 것은 무리다. 그렇게 하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꽁무니를 빼기 마련이다. 그러나 거리를 조금씩 늘려가면서 달리는 훈련을 하면 10킬로미터 정도는 누구든지 달릴 수 있다.
 
사이토 씨는 글을 잘 쓰는 능력보다 꾸준히, 많이 쓰길 권하고 있습니다. 생각·정리하여 컨셉을 잡고 초고를 쓴 뒤 소리 내어 읽으며 뒤로하기, 이 단계를 반복하다보면 글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거지요.
 
p91~92
글쓰기에서 분량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삼는 것이 문장력 향상의 지름길이다. 글을 잘 못 쓰는 이유는 대부분 긴 글을 쓰는 훈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략)
글쓰기는 달리기와 같다. 달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면 마라톤 같은 것은 도저히 꿈도 못 꾼다. 아니, 10킬로미터도 겁이 난다. 하지만 매일 같이 달리는 연습을 반복하다보면 어느 새 10킬로미터 정도는 여유롭게 달릴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마라톤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단 많은 분량을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백 자 원고지 열 장 정도를 계속 쓰다 보면 분량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원고지 오십 장을 쓸 때는 열 장짜리 다섯 개를 쓰면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는 컨셉잡는 법도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주제 3가지를 도형으로 묶어 하나의 글을 써내려가는 거죠. 주로 일본 만담의 일종인 ‘산다이바나시’를 모범으로 들고 있습니다.
 
p86
만담 중에 산다이바나시(관객이 내는 제목 세 개로 즉석에서 일장의 만담을 만들어내는 만담의 일종-옮긴이)라는 것이 있다. 서로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세 개의 단어나 소재를 가지고 하나의 스토리를 만드는 재미있는 놀이다. 이 놀이를 하는 데는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즉 쓰는 사람의 개성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그래서 출판사 같은 곳의 입사 시험에 자주 출제 된다.
 
다음은 문체입니다. 어떻게 쓰는지, 문장에 생명력이 깃드는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p118
좋은 문장은 세세한 곳에까지 생명력이 깃들여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같은 내용이라도 작가에 따라 호소력이 전혀 다른 것은, 그들이 가진 생명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어떤 입장으로 포지션을 쓰느냐입니다.
 
p136
말을 할 때는 눈앞에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자신과 상대의 관계와 거리감이 분명하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말을 할 때와 회사 동료에게 말할 때, 자신의 포지션이나 관점은 당연히 달라진다. 그러므로 그에 따라 말하는 태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자신의 포지션을 정하고 의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p142
동일한 주제를 세 사람에게 주고 글을 써보라고 했을 때, 그 결과물은 전혀 다르게 나온다. 이는 문체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은 비슷한데 전혀 다른 글이 되는 것은, 마치 같은 곡을 연주해도 연주가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쓴 글을 읽는 독자를 맞추는 것도 좋지만 쓰는 사람이 어떤 입장이냐 에도 차이가 생김을 알아야죠.
 
저는 이 작품에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많은 양의 글을 쓰는 사람, 글을 읽는 사람을 철저히 배려한 설명이 들어가 있으니까요. 특히 일기의 장점을 충분히 담고 있습니다. 내공을 올리고 자신감이 넘쳐난다는 점 말입니다.
 
책속에서 말하는 글쓰기의 장점을 목차 속 제목에서 찾아볼까요?
 
1. 글을 잘 쓰면 독해력도 향상된다.
2. 쓰면 쓸수록 아이디어가 생긴다. (새로운 의미를 창출한다.)
3. 자극을 받으면 독창성이 생긴다.
4. 자신의 내공을 올리고 자신감이 넘쳐난다.
 
대단한 글쓰기 책이군요. 짧지만 강한 실용서 라는 생각이 들어 꾸준히 읽게끔 만드는 노력, 덕분에 좋은 책을 알아가는 것 같아 기분이 무척 흐뭇하군요. 글쓰기를 통해 독해력도 길러진다는 장점까지 설파하는 걸 보니 위력이 저절로 느껴집니다.
한번 읽고 실천하다보면 좋을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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