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 지음, 노정태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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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책은 다니엘 튜더가 지은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입니다.
 
다니엘 튜더는 영국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입니다. 2002년 월드컵 때 찾은 한국에 빠지면서 인연을 맺은 사람입니다. 한국에서 있었던 일은 서두에 자세히 나옵니다. 특히 ‘한국 맥주 맛없다’고 한 기자라면 어렴풋이 알 겁니다.
원제는 Korea, The impossible country(한국, 불가능한 나라)인데 여기서 impossible(불가능)은 그대로 직역하기가 애매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담았다고 할까요? 왜 그 단어를 썼는지 서문에 나와있습니다.
 
p28
50년 전, 한국은 가혹한 독재에서 혼란스러운 민주주의로 요동쳤다가 다시 독재로 빠져든, 가난과 전쟁으로 찢겨진 나라였다. 지금이야 한국이 전 세계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발돋움해 풍요와 안정을 이룩한 나라의 모델이 된 것은 물론, 대중문화적 성취까지 이뤄내고 있지만, 국가로서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했던 때도 있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한국인들은 지난 세기 동안 도무지 믿기 어려울 만큼 인상적인 건국 역사를 다시 쓴 것이다. 이 이유만으로도, 한국은 ‘불가능한 (기적을 이룬) 나라’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p29
‘불가능한 나라’라는 말에는 좀더 부정적인 이유가 있다. 이는 앞으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한국인은 물질적 성공과 안정에도 불구하고 진실된 만족감을 크게 잃어가고 있다. 한국은 교육, 명예, 외모, 직업적 성취에서 스스로를 불가능한 기준에 획일적으로 맞추도록 너무 큰 압박을 가하는 나라인 것이다.
우리가 사는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배우고 접하면서 느끼고 있지만 자국민인 이상 주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죠.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책은 작자의 주관적 시선이 담겨있지만 우리 입장에선 객관적 입장으로 느껴지는 건 당연할 겁니다. 대표적인 책으로 시대가 다르지만 헨드릭 하멜의 ‘하멜 표류기’,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이 있지요.
 
목차에 있는 PART를 나열해보겠습니다.
 
PART 1 불가능한 기적
PART 2 차가운 현실
PART 3 소프트파워
PART 4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PART 5 무엇을 믿고 따를 것인가
PART 6 우리가 남이어도 ‘우리’일 수 있다면
 
감이 오시나요? 우리나라에 대해 어떻게 쓰고 있는지 말이죠. 근데 이 작품을 접하면서 흥미를 느끼고 읽었는데 여기에는 어떻게 쓸까 고민했었습니다. 워낙 다룰 만한 게 많아서요.
사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한국의 일상을 외국인의 시선으로 담은 것입니다. p22에 있는 ‘감사의 말과 일러두기’에 언급된 사람들과 인터뷰하고 나름 겪은 경험, 자료를 바탕으로 서술하여 설득력을 높였고요.
 
p198
한국인이 스스로를 묘사할 때 가장 흔히 하는 말이 “한국은 동양의 아일랜드”라는 말이다. 한국인들은 노래와 춤을 사랑하며 술에 즐겨 취하는 유서 깊은 전통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한국인 스스로가 갖고 있는 자아상인 ‘음주가무’에서도 확인되며, 이 모토에 따라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필요에 의해 술을 마셔야 할 때도 있다. 한국인들은 회식, 즉 직장 상사와의 의무적인 술자리에 매우 자주 불려간다.
 
p263
한국인들은 정에 큰 가치를 부여하며 그것을 한국의 특징적인 요소로 취급한다. 그러므로 만약 누군가에게 정이 많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찬사가 된다. 마찬가지 차원에서, 우리는 누군가가 “사람들이 나한테 정이 없다고 불평한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들을 수 있고, 때로는 구인광고에서 ‘정 많은 분들’을 찾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 책을 접하면서 저는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을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어떤 느낌인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방인의 눈으로 보는 우리나라, 즉 대한민국은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기적과 불가능한 목표를 요하는 나라로 여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요.
동시에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바라볼까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는 걸 느낍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가 놀랍고 좋을 것 같다는 편향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책을 보니 우리나라를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 책을 한마디로 ‘한국을 경험한 이방인이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책’으로 정의하겠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한국을 직접 경험하고 담은 책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저자가 느끼는 한국에 대한 이방인의 입장이 다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분명 다른 외국 저자는 한국을 경험하면서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생각할 겁니다. 최고의 책으로 추천하기 힘들지만 나름 볼 만한 책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객관적 시선의 책이라는 점에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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