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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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책으로 쌓은 지식을 실천하면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요?그러한 의문점을 가지게 만드는 책이 바로 ‘책만 보는 바보(안소영 지음, 강남미 그림, 보림 펴냄)’입니다. 주인공인 무관(懋官) 이덕무(李德懋) 선생의 자서전 ‘간서치전(看書痴傳)’을 본 안소영 작가가 그 느낌을 가지고 쓴 1인칭 주인공 소설입니다.

손에 책을 놓은 적이 없다는 선비 이덕무, 처음 본 사람은 이상한 선비로 여기겠지만 슬픈 사연이 있었습니다. 바로 서자 출신에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지요. 첫 부분부터 이덕무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가난하지만 장사나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터라 책만 보고 지내야 했죠. 심지어 떨어진 식량을 얻기 위해 책을 팔았던 걸 후회하며 한탄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힘들게만 보낸 건 아니었습니다. 유득공(柳得恭), 박제가(朴齊家) 등을 벗으로 두고 있었고,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담헌(湛軒) 홍대용(洪大容) 선생 등을 스승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주인공을 포함한 인물들은 모두 당대의 유명한 실학자였습니다.

‘책만 보는 바보’는 주인공과 벗, 스승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적인 모습뿐 아니라 세상에 대한 걱정과 변화에 대한 갈망이 소설에 담겨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뒷부분에 실제 인물 소개와 관련 책이 적혀 있습니다.

읽으면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문과 변화에 대한 노력이 책을 통해 전해진다고 할까요?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p31~32
 가난 앞에서는 그러한 확신도 맥없이 무너져 버렸다. 그나마 집안에서 돈과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맹자> 한 질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돈 이백 전(錢)에 그 책을 내주고, 양식을 얻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다시 핏기가 돌았으나, 나의 속은 더욱 쓰리고 아프기만 하였다. 책을 팔아서 먹을 것을 얻다니, 어느 하늘 아래 나 같은 선비가 또 있을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렇게 하면서까지 살아야 하나, 나에게는 책 한 질도 허락될 수 없는 사치였던가, 마음이 몹시 어지럽고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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