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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 - 신판
조영래 지음 / 아름다운전태일(전태일기념사업회)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전태일 평전(조영래 지음, 아름다운 전태일(전태일기념사업회 출판사업부) 펴냄(초판~2차 개정판 : 돌베개 펴냄))’은 1970년 11월 13일, 서울 평화시장에서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며 근로기준법 해설 책과 함께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자살한 전태일의 이야기와 생전에 남긴 기록을 고(故) 조영래 변호사가 정리해 기록한 평전입니다.
중3때 처음으로 읽었던 책이었는데 역사로만 접하던 전태일의 행적을 처음 구체적으로 만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 지금 우연한 기회로 신판을 통해 다시 한 번 읽으면서 그 때 잊고 있던 혹은 지나쳤던 부분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1948년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대구와 부산, 서울을 오가며 배고픔과 싸워야 했지요. 한때 가난으로 서로 헤어지기도 했고요. 물론 학교를 아예 안 다닌 건 아닙니다. 특히 1963년, 그의 나이 열다섯이었을 때 1년간 다녔던 청옥고등공민학교(가정 사정 등으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다닌 학교, 청옥은 야간학교였습니다.)때의 기억을 그는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로 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2년 뒤인 1965년 가을 평화시장에 있는 삼일사에 취직을 하면서 당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해야 했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인생을 결정 짓게 됩니다.
좁디좁은 닭장 같은 작업 현장에서 일을 해야 했던 60년대 평화시장 노동자들은 사장이나 상사인 재단사, 재단보조 등에게 한마디도 못하고, 낮은 임금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 결과로 여러 가지 병을 얻는 건 부지기수였고, 치료도 받지 못하고 쫓겨났었고요.
물론 처음부터 분신자살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재단사가 되면서 많은 직공의 편이 되어 주었고, 동료들을 모아 모임 ‘바보회’(후에 ‘삼동친목회’로 개칭)를 만들기도 했죠. 그러다 사업주와 정부의 노동 담당 부서가 서로 결탁되어 있다는 무서운 현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집니다. 심지어 노동자의 작업 환경과 복지가 보장된 회사를 세울 계획까지 세우기도 했죠.
그가 노동운동에 필연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근로기준법대로 지켜지지 않는 당시의 노동환경 때문입니다. 그 환경에서 고통 받는 같은 노동자를 구하기 위해 그는 고군분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수단으로 죽음을 택한 거죠.
‘전태일 평전’을 다시 읽으면서 지금의 나라면 전태일처럼 목숨 바쳐 불의와 싸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양한 활동과 분신자살에 이르는 과정을 읽으면서 말하기 힘든 답답함과 연민을 느꼈습니다. 생전 기록을 통해 그의 삶을 돌아보는 책 ‘전태일 평전’,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겉모습은 번드르르한 평화시장 3층 건물 내부에 빽빽이 들어차 있는 작업장들에 처음 들어가 보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그 질식할 듯한 탁한 공기와 그 지저분하고 어두침침한 분위기에 놀라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비좁은 작업장 안에 평당 4명 정도의 노동자가 밀집하여 일하고 있는데다, 그나마도 각종 작업 설비와 비품과 도구들이 꽉 들어 차 있어서 의자에 앉은 노동자들은 앉은자리에서 몸 한번 돌려볼 수도 없는 답답한 생활을 해야 한다. - p99 2부 ‘평화시장의 괴로움 속으로’에서 전태일에게는 참으로 바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나라였다. 약한 자도, 강한 자도, 가난한 자도, 부유한 자도, 귀한 자도, 천한 자도, 모든 구별이 없는 평등한 인간들의 ‘서로간의 사랑’이라는 참된 기쁨을 맛보며 살아가는 세상, ‘덩어리가 없기 때문에 부스러기가 존재할 수 없는’ 사회, ‘서로가 다 용해되어 있는 상태’, 그것을 그는 바랐다. 부유하고 강한 자들의 횡포 아래 탐욕과 이해관계로 얽힌 ‘불합리한 사회현실’의 덩어리 – 인간을 물질화 하는 ‘부한 환경’ - ‘생존경쟁이라는 이름의 없어도 될 악마’의 야만적인 질서, 그것이 분해되기를 그는 바랐다.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들이 그 잔혹한 채찍으로부터 구출되기를 그는 너무나도 절절하게 바랐다. - p284 5부 ‘1970년 11월 13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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