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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이용마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평점 :
“이 글을 쓰면서 한 가지 욕심이 생겼다. 나와 비슷한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과 내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것이다. 결코 정의롭지 못했던 우리 사회를 더 정의로운 곳으로 바꾸고, 경제성장 만을 내세우며 비인간적인 삶을 강요해온 우리 사회를 더 인간미가 넘치는 곳으로 바꾸고 싶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내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다.” - p5 책머리에 ‘MBC 뉴스 이용맙니다’ 중에서
복막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기자의 말이다. 쌍둥이 아들에게 전하는 아버지의 자서전이자 살아온 시대를 회고하며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가 함축된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창비 펴냄)는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이해하는 정신과 변화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다가왔다. 2017년 10월에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1달 뒤에 샀지만, 2019년 1월에 다 읽었다. 읽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시간을 내는 게 힘든 탓이다. 조금만 일찍 읽었다면 이 시대를 사는 게 덜 힘들었을 거라 생각했다.
내 주위엔 고속성장에 대한 그리움과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가 강한 사람이 많다. 경기가 나아지지 않자 현 정부에 불만을 가지고, 여당이 실수 하나만 해도 조롱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세상은 변하는 것 같은데 왜 여기저기서 막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이 책을 읽으니 이해가 가면서, 평소 지니던 신념을 다듬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하나씩 써보겠다.
1. 호남은 왜 타 지역보다 진보적 혹은 친 민주당 성향으로 비춰질까?
“호남 지역에는 공장이 없으니 호남 출신 인력은 대부분 수도권으로 갔고, 그 중 일부는 영남 지역 등 다른 공단지대로 이주했다. (중략) 대통령이 국무총리나 장관 등 정부 고위직 공무원을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 위주로 임명했고, 그 결과 호남 출신보다는 영남 출신들이 주로 임명되었다. (중략) 일반 기업에서도 영남 출신들을 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중략) 우리 사회에서 구조적으로 진행된 호남 차별을 없애려면 정치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일종의 숙원도 생겨났다.” - p39~41 2장 ‘호남 출신과 지역주의’에서
박정희 정부는 공업이 경제 개발로 가는 길이라 믿고, 공장을 지으면서 노동자를 모으려고 당시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민들에게 저곡가 정책 등으로 직업 전환을 유도했다. 특히 쌀을 많이 생산하는 호남 지역의 피해가 컸다. 각지로 흩어져 빈민으로 사는 이가 많아 타 지역 사람들에게 차별과 편견에 시달렸다. 이 책에 언급하지 않았지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신군부에게 피해를 입으면서 호남 지역은 민주당과 진보 정당에 호의적인 성향을 갖게 되었다.
2. 왜 대한민국 보수 세력은 오랫동안 기득권을 가졌나?
“해방 이후 오랜 세월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기 때문이다. (중략)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보수 세력은 친일파에서 군사독재, 최근의 뉴라이트는 물론 일베까지 이어지는 세력을 망라한다. (중략) 한국전쟁 기간 동안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고, 그 결과 빨갱이는 무조건 죽여도 된다는 인식을 가진 국민들이 등장했다. (중략) 미국의 지원에 힘입어 경제성장까지 이루자, 미국을 신의 나라로 간주하고 자기 나라 국민들은 개나 돼지처럼 통치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 p131~132 6장 ‘모난 돌이 정 맞는다’에서
안타깝지만 한국 현대사의 슬픈 자화상이다. 한국전쟁과 경제 성장을 거치면서 정부와 기업의 고위 간부부터 다수의 어르신, 일부의 젊은 세대까지 반공, 친 재벌을 당연히 여기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그 외에 노무현 정부가 왜 실패했는지, 대한민국 언론사의 해외 특파원이 가진 한계 등을 이야기하며 사회의 변화를 희망했다. 마지막 내용은 지금까지 애기한 것의 화룡정점이다.
“우리나라 헌법이나 법률은 현실에 비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중략) 검찰이 원칙대로 법을 집행한다면 재벌들이 더 이상 뇌물이나 정치자금을 정치권에 뿌리면서 경제적 특혜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이 바로 서야 사람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정부가 자기 역할을 하며, 사회가 발전하고 미래가 보장된다.”
- p345~348 10장 ‘세상을 바꾸기 위하여’에서
저자가 에필로그에 남긴 대로 한국 사회는 기득권 세력이 그동안 해온 게 있어 변화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들의 반격도 거세다. 그렇다고 이대로 미루면 시간이 길어지고, 가능성도 낮아진다. 지금부터 바꿔야 아이들 세대가 더욱 아름답고 평화로운 삶을 누린다고 말한다.
특히 엘리트들이 장악한 의사결정 권한을 국민에게 돌려주라고 하면서 국민 대리인단을 제안한 점은 주목할 점이다. 이미 국민 참여재판이 많은 우려에도 발전했지 않은가? 그 점을 생각하면 대리인단도 가능하다 본다.
이용마 기자의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는 한국 현대사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지침서이자 변화를 향한 마중물로 모두에게 기억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