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미세레레>를 읽기 시작했다. 저자보다도 역자에 대한 신뢰 때문에 고른 책이다. 

책 제목이 된 그레고리오 알레그리의 성가 <미세레레>를 검색해 보다가 위키피디아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읽었다. 


미세레레(Miserere mei, Deus, 주여 나를 가여이 여기소서)는 1630년대에 시스티나 성당에서 아침기도 때 쓰기 위해 작곡된 곡이라고 한다. 그런데 바티칸에서는 이 곡의 악보를 옮겨 적거나 다른 곳에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고 위반했을 때에는 파문이라는 극딜로 대응했다. 그래서 신비에 싸인 곡으로 명성이 드높았는데, 1770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라는 열네 살 소년이 아버지랑 로마에 놀러갔다가 두번 듣고는 홀라당 외워서 악보로 만들어 버렸다는 이야기다. 


지금 유튜브에서 듣는데 참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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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는 <로지코믹스>의 저자로 먼저 알았던 사람이다. <로지코믹스>는 버트란드 러셀의 삶을 그린 그래픽노블이다. 러셀이라면 1+1=2를 푸는 데 책 한 권을 들여서 친근한 이미지를 확보한 수학자가 아닌가! 이 책 <골드바흐의 추측>은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데 평생을 바친 한 수학자의 삶을 담은 소설이다. 골드바흐의 추측이란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표현가능하다."라는 것이다(4=2+2, 6=3+3, 8=3+5, 10=3+7, 12=7+5...). 이것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되어 있어! 완전 친근해! (책을 넘기다 보니 출판사에서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 사람에게 현상금 백만 달러을 걸었다는 말이 있어서 혹시나 하고 돈을 좋아하는 1호에게 문제를 던져 주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쉬워 보이는 문제가 안 풀릴 때 그 미칠 것 같은 심정은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중편소설 하나를 충분히 끌고 가기에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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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때 2015-03-18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왜 블로그는 계속 방치하느냐고 그러잖아 물어보려고(몇달 동안 생각만) 했었다 ^^;
나도 이사하고 싶었으나 귀차니즘에 발목이 묶여 그냥... (현실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이사는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프닷)
니 글의 팬으로서 몹시 기쁘다!

bluegoby 2015-03-18 17:18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언니 완전 빨라.

입때 2015-03-18 17:2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휴대폰에 티스토리앱을 깔았더니 댓글이 달리면 딩동~ 알림이 오거든 ^^;
예전에 읽은 글인데도 또 보니 다 새로워서 아직도 못 나가고 신나게 허우적거리고 있다 ㅎㅎㅎ

고비 2015-03-19 09:3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니 티스토리에 그런 좋은 기능이 있는 줄은. 괜히 옮겼나.. 여기 블로그는 뭐가 되는 건지 모르겠음.

회화나무 2015-03-1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뭔지 몰라도 훠얼씬 더 도회지스럽습니다. 시골 면단위에 살다가 도시로 나들이간듯해요. 자주 올께요.

bluegoby 2015-03-19 14:55   좋아요 0 | URL
ㅋㅋㅋ 의도와는 상관없이 쫌 세련되어졌나봐요.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ㅜㅜ

D 2015-03-1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앗 저 대문사진은 홍콩에서 찍은 거다!!

bluegoby 2015-03-19 14:55   좋아요 0 | URL
응응응 이케아 앞에서. 빨리 찍고 언니랑 주연이 따라가느라고 흔들렸당 ㅋ

사과벌레 2015-03-22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앙. 이사를 하니 뭔가 아쉬워요. 교실 뒤에서 히히덕거리다가 수업종이 친 것 같은 느낌이에요. ㅎㅎ 1, 2호 얘기는 이제 어디서 듣나요.ㅠ

고비 2015-03-23 09:5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1, 2호는 이미 커서 내 품을 떠나 버렸음.. 이제 대신 마루를 키우면서 즐거움을 느끼면 되겠다!!!!!
 

곧 출간될 청소년 소설 마지막 교정을 봤다. 남자 고등학생의 일기 형식인 책인데 (어릴 때 봤던 수 타우젠드의 <비밀일기>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랬다) 그 녀석 말투를 살리기 위해 시쳇말들을 좀 넣었었다. "헐" "쩐다" "고딩" "ㅅㅂ" "밀당" "뭐래" 이런 거. 넣으면서도 과연 편집하시는 분들이 봐주실까 싶었는데, 헐, 교정지를 받아 보니 모두 살아 있었다. 아주 생생하게... 너무 튈 정도로... 다시 읽어 보니 이 책을 읽는 젊은이들이 '친근한 말투'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완전어색한 흉내'라고 느낄 것도 같다. 아니, 내가 이런 말들을 우리 애들한테 배웠으니 고딩이 보기엔 초딩 말투라고 느낄지도. 언어의 사회성은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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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Shore 2015-03-19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라 밖에서 사니까 저런 말, 신조어, 유행어, 혹은 종래 쓰던 말이라도 새로운 뜻을 담게 된 경우를 놓칩니다. 아마도 그래서 저런 유형의 소설은, 한국에 살면서 실제로 쓰이는 입말을 잘 알지 않는 한, 번역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고비 2015-03-19 09:3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유행 따르는 게 꼭 좋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쩐다˝만 해도 요즘 잘 안 써서, 촌스러운 느낌이 나는데, 1호한테 요새 쩐다 대신 좋다는 뜻으로 뭐라고 하냐고 했더니 ˝연다˝ (open?) 아니면 ˝요다굿잡˝이라고 한대요 ㅋㅋㅋ 이건 도무지 쓸 수가 없다......
 

오늘 신문을 보니 장정일과 이택광이 지젝의 말을 두고 번역해 가면서 싸우는 것 같은데 (자세히 읽지는 않았다) 해석학적 논쟁은 끝이 나지 않기 마련이니 자기 말을 가지고 싸우는 게 좋을 듯하다. 


갑자기 이 일이 생각난 까닭은, 번역하다가 프로이트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가 나도 모르게 프로이트를 실드 쳐주고 있는 것 같아서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모든 걸 성적 욕망으로 설명하려다 무리수를 많이 둔 것도 사실이다. 이 책 저자가 보기에는 프로이트 자신의 기차 공포증이 세 살 때 고향을 떠나게 되어 기차를 탈 때 느꼈던 불안에서 비롯된 게 분명한 것 같은데, 프로이트는 "기차 안에서 어머니의 벗은 몸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억지해석을 했다. 어머니가 벗은 모습을 본 기억은 당연히 없다. 보았더라도 무의식으로 억압했을 테니. 그래도 (자기 이론에 따르면) 그랬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기차 공포증은 억압된 성적 욕망에서 나온다"고 일반화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만나본 일은 없지만) 내 젊은 날 프로이트와 인연도 있고 해서... 조금 덜 억지스러운 표현으로 나도 모르게 다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깨달은 다음에는 과거를 부정하듯 더 어처구니 없는 표현으로 번역했을지도...) 

이런 개인적 취향을 두고 정치적이랍시고 거창한 말로 표현하기는 우스우니 독자들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아마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번역과정을 등가교환을 이루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답답하고 소모적인 논쟁이 펼쳐지기 마련이다. 수전 손택이 번역은 "윤리적인 선택"이라고 한 것을 가끔 생각하게 된다. 내가 번역하는 책들이 윤리적 정치적으로 첨예한 내용인 경우는 별로 없었으므로 나의 취향과 성격이 가미되어 이 모양이 되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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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Shore 2015-03-19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번역은 윤리적인 선택... 유명한 작가, 사상가들은 어쩌면 말을 이렇게 멋있게 -만이 아니라 핵심을 찌르느까 더 그렇겠지만 - 하는지, 부럽기도 하고 시샘도 납니다. 김화영 선생의 인터뷰에서,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많아서 정말 행복하다, 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고, 역시 대인배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언젠가...ㅎ

고비 2015-03-19 09:4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와 김화영 선생님이 <이방인> 해프닝 뒤에 그러셨어요? 진짜 대인배이심........
문제의 ˝괄호 안에 든 지젝의 말˝은 이택광이 잘못 읽은 것 같던데 이미 자존심 싸움이 된 듯해요.. 싸움 구경은 재미있으니 나도 모르게 자꾸 보게 된다는.. 김화영 선생님 따라가려면 멀고도 멀었지요 ㅎㅎ
 

블로그에 썼던 책과 상관이 있는 글들을 따붙이기로 옮기는데, 시간 순서도 엉망진창이고 뭔가 싶다. 이제 그만하고 새 글을 써야겠다..........지만 과연.

그리고 이 블로그 북플하고 연동되니? 

일단은 배고프니까 나중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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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Shore 2015-03-19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사를 하셨군요. 온라인 집들이는 어떻게 하는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하하. 축하드리고요. 하시는 일, 관심 분야와 더없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자주 놀러오겠습니다!

고비 2015-03-19 09:4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온라인 집들이는 채팅방을 열어 놓고 모두 모여서 담소를... 술잔은 이모티콘으로.. ㅋㅋ 들러 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