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출간될 청소년 소설 마지막 교정을 봤다. 남자 고등학생의 일기 형식인 책인데 (어릴 때 봤던 수 타우젠드의 <비밀일기>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랬다) 그 녀석 말투를 살리기 위해 시쳇말들을 좀 넣었었다. "헐" "쩐다" "고딩" "ㅅㅂ" "밀당" "뭐래" 이런 거. 넣으면서도 과연 편집하시는 분들이 봐주실까 싶었는데, 헐, 교정지를 받아 보니 모두 살아 있었다. 아주 생생하게... 너무 튈 정도로... 다시 읽어 보니 이 책을 읽는 젊은이들이 '친근한 말투'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완전어색한 흉내'라고 느낄 것도 같다. 아니, 내가 이런 말들을 우리 애들한테 배웠으니 고딩이 보기엔 초딩 말투라고 느낄지도. 언어의 사회성은 어려운 문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NorthShore 2015-03-19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라 밖에서 사니까 저런 말, 신조어, 유행어, 혹은 종래 쓰던 말이라도 새로운 뜻을 담게 된 경우를 놓칩니다. 아마도 그래서 저런 유형의 소설은, 한국에 살면서 실제로 쓰이는 입말을 잘 알지 않는 한, 번역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고비 2015-03-19 09:3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유행 따르는 게 꼭 좋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쩐다˝만 해도 요즘 잘 안 써서, 촌스러운 느낌이 나는데, 1호한테 요새 쩐다 대신 좋다는 뜻으로 뭐라고 하냐고 했더니 ˝연다˝ (open?) 아니면 ˝요다굿잡˝이라고 한대요 ㅋㅋㅋ 이건 도무지 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