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선거철이다. 이래저래 말도 많도 일도 많고 선거가 아니더라도 신경써야 할 일이 태산이지만 간만에 난 자투리 시간에 국회의원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마음먹은 건 모 정당 후보가 국회의원 수 축소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공약이라고 들고 나온걸 보면 아마도 국회의원 수 축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했던 바인 모양이다. 물론, 나도 전혀 몰랐던 바는 아니다. 허구헌 날 비리와 무능과 나태의 상징처럼 비춰지는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해(國害)의원이라며 없애 버려야 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닥 진지하게 듣지는 않았다. 국회의원의 무능이나 비리가 그 집단의 쪽수와는 별 상관관계가 없었으므로. 그냥 화풀이 삼아 하는 소리로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버젓이 중진급 의원이 공약이라고 들고 나왔으니 한 마디 하고 싶어졌다.  이미 서두에 내 취향이 묻어났겠지만, 나는 국회의원 정원 축소에 반대한다. 오히려 좀 더 늘렸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국회의원을 줄이고 줄여서 4년 전부터 한 명으로 줄였다고 치자. 과연 18대 국회의원은 누가 되었을까? 여러가지 복잡한 계산을 해야겠지만 그냥 퉁쳐서 박근혜라고 치자. (그닥 틀린 판단은 아닐 것이다.) 상상이 되는가? 박근혜가 국회의장도 하고 상임위원장도 하고 무슨무슨 위원장도 하고 국감도 혼자 하고... 혼자해서 힘든건 둘째치고 어떤 원칙, 어떤 기준으로 입법이 되고 예산이 처리되었을지 뻔하지 않은가!


그렇다. 이건 좀 심한 비약이기는 하다. 

그럼 한 10명쯤으로 늘려볼까? 그러면 누가 국회의원이 되었을까? 박근혜, 홍준표, 김무성, 안상수, 전여옥, 나경원, 박희태 등이 생각나고, 그리고 저들과 별로 차이없는 민주당 의원 2~3명, 개혁적 인물 1명 정도로 짜여졌겟지.  그래봐야 구색만 맞췄을 뿐 민의가 왜곡되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의원 수가 300명쯤 되니까 밀실에서 FTA 날치기를 할때 사진이라도 찍어 남길수 있었지 달랑 10명이었다면 아예 무슨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채 우리는 끌려다니기만 했을 것이다.



그럼 좀 더 늘려 볼까?  몇 명이 적당할까? 50명? 100명? 200명?.....



이쯤에서 반대의 극단도 한 번 생각해 보자.

전 국민이 국회의원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민의를 왜곡한다는 말이 원천적으로 나올 수 없다. 국회의원의 합의는 곧 전국민의 합의가 된다. 사실은 이런 결과가 가장 바람직한 것이겠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바로 '국회의원'이라는 대표를 뽑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수는 많아야 하는가? 적어야 하는가? 

같이 모이고, 토의하고, 표결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효율적인 규모를 유지하되 민의를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정하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까짓 세비, 연금 따위 우리나라 예산에 비하면 표도 나지 않는다. 의원들 덕에 허공으로 사라지는 세금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결국 돈이 문제는 아닌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어떻게, 어떤 일을 하느냐 하는 것일 뿐. 비싸도 제 값을 한다면 아까울 턱이 있나..



국회의원 수를 줄이면 인지도 높은 유명인이 유리해 질것이다. 그리고 소수의 힘있는 인물 또는 계파에 전체가 흔들릴수 있는 구조가 더욱 공고해 진다. 무턱대고 늘릴 일도 아니지만 줄이는 것은 더욱 위험한 일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게다가 국가가 처리할 일은 더욱 늘어나고 복잡해지고 있고,  국제교류의 증가폭만큼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들도 늘어만 가는데 소수의 인원들이 알아서 잘 챙겨주리라 믿음을 주기도 힘들다.


내 생각엔 지역에서 선출되는 인원은 그대로 두더라도 전문분야에서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을 비례대표의 방법으로 더 뽑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국회의원 수 축소 공약을 내건 사람은 "선거때 무슨 말을 못하느냐"고 일갈했던 그 사람과 뜻을 같이 하는(정당)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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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3-20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말이죠,
국민 모두가 국회의원이 된다면에서 제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그럼 그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읽고 이해하고 판단하고 그래야 하는걸까? 라는 생각과
우아, 그거 엄청난 책임이구나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쩐지 제가,
책임은 회피하면서 바라기만 엄청 바라는 국민처럼 생각되는거예요... ㅠㅠ.

지금 국회의원이 맘에 안 드는 사람 투성이긴 하지만,
정치판 꼬라지가 우습긴 하지만,
저는 제 의무와 책임은 까먹고 있나봐요.... ^^

귀를기울이면 2012-03-20 12:36   좋아요 0 | URL
저도 마고님 덕에 '우리의 책임'에 대해 제가 무념무상했다는게 떠올랐네요. 감사^^

암튼 다행히도 국민은 한가지만 챙기면 될것 같습니다. 투표하기 전에 저 인간이 뭐 했던 인간인지 관심을 갖는 것. 그것만 잘해도 4년동안 일일이 감시 안해도 될겁니다. 보통은 살아왔던대로 살아가기 마련이니까요. 더군다나 재선을 바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