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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본능 - 불, 요리, 그리고 진화
리처드 랭엄 지음, 조현욱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이 책의 주제는 요리(정확히는 불을 이용한 가열조리)가 인류를 하나의 유인원에서 지금의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시켰다는 주장이다.
언뜻봐서는 통 연관이 없어보이는 주장인데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수긍이 갈수 밖에 없게 된다. 간략하게 요리가 인류발달에 영향을 주는 상황을 인과관계의 순서대로 정리해 보면,
자연의 거친 날음식 -> 요리 -> 부드러워진 음식 -> 음식의 소화효율 증가 -> 섭취열량은 증가, 소화내장기관은 축소 -> 소화활동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감소 -> 뇌(최대의 열량소비처)가 사용할수 있는 에너지는 증가 -> 두개(두뇌)의 확장 -> 추상개념과 언어 등 고등사고능력획득 -> ...
대략 이런 수순. 확실히 설득력 있다.
한편 남자들이 사냥을 했기에 요리는 여성들의 몫이 된다. 단순히 남자가 사냥을 하니까 여자는 요리나 해라 이렇게 나뉜것은 아니다.
옛날에는 해지기 전에 불 피우고 요리하고 식사까지 끝내야 했는데 그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사냥하다가 돌아와서 요리를 하려면 사냥 나가다 말고 돌아와야 했을 거라고. 그러면 정작 다음날 요리할 것을 아무것도 구하지 못하게 되는 불가피한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요리가 여성의 몫이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유야 어쨌든 사냥 시간이 길수록 식량 확보에 유리했을 테니 그런 분업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여성에게 요리의 의무가 지워진것이 남성우위(지배)사회의 단초가 되어 인류사에 있어서 여성에게는 불행한 일이었다는 것.
(아.. 많은 여성들이 외식을 좋아하는건 이런 이유에서인지도 모르겠다.)
요리와는 관계없는 재밌는 내용 하나. 불로 요리뿐 아니라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온기를 얻을수 있게 됨에 따라 체모(털)도 줄어들었는데, 이는 체열 발산을 유리하게 해서 오래 달릴수 있는 능력도 생겼다고 한다. 털이 많으면 추위에 강하기는 하겠지만 조금만 달려도 체온이 높아져서 오래 달리기 어려워진다고. 오죽하면 지구력에 관한한 말(Horse)보다 사람이 낫다니 의외다. 더불어, 이런 달리기 실력은 사냥에 유리했을 것이고 이렇게 식량확보가 수월해질수록 인류발달은 가속화되었을 것이다.
어느 신문 인터뷰 기사에 소설가 이외수의 이야기가 실린 적이 있는데, 이외수 작가는 배고프면 하루 한끼 먹는다고 한다. 나이도 감안해야겠지만 어쨌든 소식한다는 얘기. 그럼에도 부실해 보이는 외모에 비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걸 보면 소식이 건강에 플러스가 되기는 하는 것 같다. 이 책 [요리 본능]에 따르면 결국 인간의 지능이 발달하게 된 것은 결국 먹는데 소모되는 에너지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니 더더욱 신뢰가는 추정.
그러나 인류문명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 준 요리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여 연구하고 발달시킨 나머지 이제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너무나 자극적인 맛으로 오히려 인류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듯 하다. 술이든 밥이든 먹고 퍼지는 일이 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인간 발달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흥미로운 이야기도 좋지만 인류 이전, 그리고 선사시대의 상황을 재현해보는 이야기들과 과학적 탐구를 해 나가는 과정(기존 이론을 검토하고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비판하고 보론을 제시하는 등등의 과정)이 잘 설명되어 있어 그 자체도 흥미롭고 배울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