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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는 틀렸다 - '국민총행복'을 높이는 새로운 지수를 찾아서
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지음, 박형준 옮김 / 동녘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위대한 탄생 
얼마전 모 방송사의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중국 연변출신 조선족 지원자가 1등을 해서 화제가 되었다. 생방송 현장에 부모 둘이 모두 와서 방청하길래 중국에서 오느라 부담이 많았겠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두 분 모두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막이 떠서 저간의 사정을 조금 짐작하게 되었다. 나중에 다른 기사를 보고 안 사실이지만 연변 조선족들 중에는 이처럼 어릴때부터 부모와 떨어져서 아이들끼리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생계를 위해, 보다 높은 소득을 위해 부모자식간 생이별을 감행하는 많은 가족들중 하나였던 것이다.  어쨌든 그 친구는 1등 상금으로 3억과 중형차를 수상해서 (정확한 가치는 모르겠지만) 중국에 간다면 깨나 잘 사는 축에 속하는 속하는 계층이 되었다.(현금 3억에 중형차면 한국에서도...) 

하지만, 그들은 행복할까?

행복하지 않을꺼라 확신해서 하는 질문은 아니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니까. 다만 높은(?) 소득을 위해 포기했던 고향과 친구와 가족과 육아의 문제, 부모 없이 자라면서 마땅히 받아야 했을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시간과 고통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이 되지 않을것이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봐도 '많이 가진다는 것'은 기대와 달리 역효과를 불러올때도 많다.)


GDP는 틀렸다

서설이 길었는데,  이 책은 GDP로 환원된 이라는 경제활동의 결과수치만으로 측정되는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은 더이상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책이며, 그러한 경제위주의 삶의 명과 암을 잘 드러내주는 사례가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서 잠시 TV프로그램 얘기를 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요 내용은  화폐로 측정되는 것이 삶의 질을 나타내는 전부가 아니라는 것과 화폐로 측정되는 것조차 기존 분석 방식은 실제상황을 제대로 드러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의 의뢰를 받아 3명의 경제학자가 주축이 되어 연구를 하였고 그 연구 결과 중 일부 내용을 공개하게 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전문 학자들의 보고서답게 책은 연구배경, GDP의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정부가)귀담아 들을 내용이 많다.  그러나 읽으면서 불만족스러운 면도 없지 않은게 사실이다.  우선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니다. 아예 서론에서 이 보고서가 정치인, 정부, 학계, (관련)시민단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아무래도 내용이 딱딱하고 불친절하게 읽힐수 있다는 단서다.  또한 제목이 주는 도발성과 기대감과 달리 내용은 문제점의 원인과 대략적인 연구방향 제시만 있고 그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는다.  이 점은 이해가 가기는 한다.  건강, 의료, 교육,환경, 분배, 사회적 연계, 주관적 행복 등등 새로운 지표개발을 위해 고려해야할 분야중 하나만 보더라도 만만치 않은 내용들이니  아무리 노벨상 수상자들이라 해도 언감생심 단시일에 세계 표준을 제시하는 것은 무리었을 것이다.  이제 그 후속처리의 역할과 책임은 이 보고서를 받아든 세계 각국의 정부와 정치인, 시민단체와 학자들에게 넘어가 있는 상태다.


선진국

 다만 부러웠던 점은 이런 연구를 주도해가고 있는 프랑스라는 나라의 역량이다.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국가이기에 이러한 선진국들이 제시하는 질서를 추종하는 것만 가능할 뿐 사실상 먼저 기준을 제시하고 강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그것은 그나마 가야할 방향을 제대로 보고 정신을 차렸을때나 걱정할 일이고 지금 우리나라는 토건 경제로 간신히 연명하는 후진국 경제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을 뿐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아예 747(매년 7%성장 4만달러 GNP, 7대경제대국)이라는 폐기되어가는 개념의 성장률을 공약으로 내걸고 집권한 정권인데다가 경제성장률 수치에 얽매여 무리하게 벌이는 환경파괴, 자원 낭비. 그마저 속성으로 하느라 수십명이 죽어나가는 삽질을 멈추지 않고 있으니 당분간은 희망이 없어보인다.  이런 일은 GDP가 아닌 새로운 삶의 질 측정방식이 진작에 국제 표준이 될수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 아니었을지...  지구 반대편에서는 새로운 세상을 고민하는데 이 땅에서는 숫자 올리기용 삽질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삽질'이 아닐수 없다. 


 책 첫머리를 열면서 놀란것이 서문(foreword)를 사르코지가 썼다는 점이었다.  이 책의 기반이 된 연구가 사르코지 정부의 의뢰였다고 하니  이민자에 대한 강경노선, 강력한 경제개혁과 불도저식 정책 추진 등으로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나에게 인식됐던 사르코지 정부를 다시 보게 됐다. (이것만 보면 프랑스는 우파가 우리나라 좌파보다 더 좌측에 있다.) 

 
 로버트 케네디
여기 경제활동의 수치로만 측정되는 '삶의 질'의 허구를 잘 드러내 주는 연설 한 편이 있다. 로버트 케네디가 이미 1968년에 행한 연설이다. (GNP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GDP와 바꿔봐도 무방하다.)
직접 정책 판단에 개입할일 없는 일반인이라면 이 연설이 의미하는 함의만 마음 깊이 간직하는 것으로도 이 책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 마음이 투표로 표현된다는 전제하에.

우리 GNP는 한 해 8000억 달러가 넘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대기오염, 담배 광고, 시체가 즐비한 고속도로를 치우는 구급차도 포함됩니다. 우리 문을 잠그는 특수 자물쇠, 그리고 그것을 부수는 사람들을 가둘 교도소도 포함됩니다.  숲이 파괴되고, 무섭게 뻗은 울창한 자연의 경이로움이 사라지는 것도 포함됩니다. 네이팜탄과 핵탄두와 도시 폭동 제압용 무장 경찰차량도 포함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팔기 위해 폭력을 미화하는 텔레비젼 프로그램도 포함됩니다.

그러나 GNP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 교육의 질, 놀이의 즐거움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시의 아름다움, 결혼의 장점, 공개 토론에 나타나는 지성, 공무원의 청렴성이 포함되지않습니다. 우리의 유머나 용기도, 우리의 지혜나 배움도,  국가에 대한 우리의 헌신이나 열정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 그것은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측정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왜 자랑스런운가를 제외하고 미국에 관한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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