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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 버트런드 러셀의 실천적 삶, 시대의 기록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박병철 해설 / 비아북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 100미터 미인'이라는 말이 있다. 장점만 보였던 대상을 자세히 보니 흠이 보인다는 뜻이다.  '제1권력'이라는 책을 보면 러셀에 대한 짧은 언급이 나오는데 거기에 나온 레셀이 바로 100미터 미인같은 존재였다.  엄청난 저서와 다방면의 천재적이며 왕성한 활동은 일종의 '영웅'같은 이력를 보여주지만 영국같은 열강의 아시아/아프리카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는 찬동하였기에 나에게는 100미터 미인에 불과해 보였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엔 100미터 밖에서도 바라볼 일 없긴했지만.

 식민지 경영 찬성론자라는 말을 반신반의했으나 러셀의 이 책을 읽고나서 그러한 내용이 사실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무슨 의도였는지 공공연히 식민지배를 옹호하는 그의 글이 베스트 모음집이라는 이 책에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인 통치자들이 아프리카인의 운명을 개선하기 위해.....(중략)....  아프리카인들이 행정적인 훈련을 받고 책임감 있는 습관을 기르기 전에 갑자기 자유를 획득하게 되면 백인들이 아프리카에 이식한 문명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 것이다.  (p.37)

- 변화하는 세계의 새로운 희망. (1951)

미개한 사람들은 스스로 질서를 유지할수 없으니 자신들이 개입해야한다는 그런 뉘앙스의 이야기들...  바로 조선을 강점한 일본제국주의의 신봉자들이 했던 그런 이야기다.  소위 '근대화'라는 미명하에 과거의 행적을 미화할때나 쓰던 논리가 러셀의 베스트중 하나라니 참 씁쓸한 일이 아닐수 없다.

 100미터 미인이라는 말이 좀 억울할수는 있겠다. 러셀이 살던 당시의 상황을 고려해야하니까. 우리가 세종대왕을 반천을 구분한 인권파괴자에,  남녀차별을 당연시한 마초로 부르지 않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의 논리가 인종주의적이며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가져온 주장과 동일선상에 있다는것만으로도 '미인'의 한 꺼풀은 벗겨주는게 옳을듯 싶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아니 뛰어난 사회활동과 반핵운동을 펼치기는 했지만 우리가 생각했던(?)만큼 결함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 (사실 알고보면 위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할것이다.) 

 사람은 그렇다치고, 이 책은 어떠한지 한 번 볼까?  이 책은 기존 러셀의 40권의 저서와 10여 편의 연설문 등에서 추려 뽑아낸 베스트라고 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그렇게 됐겠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은 없고 주로 한 쪽 미만의 짧은 글조각들이 책 전체를 채우고 있다. 이 글 속에서 러셀은 시종일관 기존 사회의 불합리한 통념과 가식을 꼬집고 조소한다.  특히 종교(주로 기독교)에 대한 내용이 적지 않은데 기독교에 대한 러셀의 인식을 한마디로 표현한면 이렇다  

"말이 안된다" 

 베스트 선집 편집자는 이러한 러셀의 종교관에 대해 무신론자가 아니라 불가지론자라고 변호(?)한다.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지만 마찬가지로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으므로 러셀의 입장은 불가지론자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교인의 허위와 모순된 성경해석 등에 대한 비판을 지겨울 정도로 반복했던 것으로 보아서는 최소한 기독교에 관해서는 신은 없거나, 있다해도 성경을 통해 우러러 보았던 그런 존재는 아닌것으로 본듯하다. 

 책 내용은 그닥 베스트다운 특별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음식으로 치자면 좀 싱겁다고나 해야할까? 가끔 통쾌한 이야기도 있고 따분한 이야기도 있고 신선한 발상도 있고, 지금은 상식이 된 이야기도 있다. 그런 글들이 이것 저것 섞여 있어서 전체적인 인상은 아주 아주 평범한 글모음집이 되어버렸다.  
 이 책으로는 러셀의 대강만을 느끼고 책 머리에서 권하듯 원출처로 제시된 40권의 책 중에서 관심가는 책을 골라 읽는 것이 이 책의 좋은 활용 방법이 아닌가 싶다.  도저히 이 책으로는 러셀이 뭘 봤는지 모르겠다.  실은 저 식민지 옹호 입장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좀 꺼림칙할 정도니까.

 

사족.  책 목차를 보면 각 장 제목 아래에 주저리 주저리 글씨가 많다. 처음엔 해당 장에 대한 개요쯤인가 해서 열심히 읽었는데 알고보니 그냥 그 장 본문 내용중 일부를 중복 게재한 것에 불과했다.  그럴꺼면 목차는 그냥 목차를 알아 보는데 충실할수 있게 단순화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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