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TV시청시간은 과장포함해서 인터넷 서핑시간의 10분의 1쯤 된다.  해석하기 나름인데, 인터넷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일 수도 있고 TV를 거의 안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TV는 동료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하는 일이 일상사가 될 정도로 못보는 편인데 그래도 가끔 꾸준히 보게되는 프로그램이 생기곤한다.   무한도전은 워낙 스테디한 프로라 부침이 있는편이고, 얼마전 드라마를 몇 년만에 제대로 봤는데 그게 크게 히트하면서 나의 예능감(?)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했다.( '시크릿 가든' 말이다.) 

그리고 문제의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하도 예고를 여러 주 해서 첫 방송때 사실은 별 생각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노래가 진지하고 듣기 좋아서, 그리고 탈락제도라는 긴장감도 있어서 즐겁게 보았다. 보는 내내 같이 보는 사람과 대화를 계속 나눌수밖에 없게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이게 3회 방송에서 그만 대형 사고를 쳤다. 탈락하기로 한 가수가 정해지자 출연진들이 민감해졌고 제작진이 녹화중 룰을 변경해서 탈락한 가수의 재도전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후 시청자의 반발과 후폭풍은 엄청나서 결국 첫 탈락자가 어처구니 없게도 PD가 되어버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인터넷에는 '가수 등수매기기'라는 기획부터 잘못되었다는 주장들이 넘쳐 흘렀다. 하지만 그런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선, 예술이란 특정인들이 독점하는, 우러러봐야 할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요 프로의 순위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전국노래자랑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부터 묻고 싶었다.  가수협회 회원이 아니라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 않아서, 돈을 받는 가수가 아니라서 등수매기기가 문제 없다고 할 건가? 시청자가 보기엔 실력차이는 날지언정 같은 노래인데?  보고 들으면서 즐거움을 느끼는게 본질임은 똑같은데 왜 다른 기준을 두어야 하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둘째로, 이 경쟁은 '재미로'하는 거지 그 가수의 가치가 정말 '7등'이라고 생각할 시청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 이유다. 누구에게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가 그 사람에겐 최고이고 1등이다. 탈락자에게 편견을 갖게된다면 그 사람이 바보다. 그깟 500명의 판단을, 그것도 결국 평균치밖에 안되는 것을 절대기준으로 받아들일 이유가 뭔가?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진짜 문제가 있는 '등수매기기'는 재도전이 허락되지 않는 경쟁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입시경쟁.  한 번 탈락이 평생 꼬리표로 따라다니며 재도전을 (거의)허락하지 않는 경쟁이기에 온통 난리인 것이다.)

어쨌든 룰변경이 가져오는 혼란과 이로인한 급격한 흥미감소는 피할수 없어보인다. 안타깝다. 정말 간만에 듣는 즐거움있는 방송이었는데... 이와 관련해 김어준 딴지총수(아직도?)의 해설이 그럴듯 하다. 

"제작진이 "NO"라고 했다면 김건모는 쿨하고, 김제동은 착하고 이소라는 섬세하고  제작진은 단호하고 프로그램은 권위 있을 뻔했는데  (룰을 변경함으로써) 김건모는 찌질하고 김제동은 오지랖이고 이소라는 땡깡부리고  평가단은  바보되고 시청자는 화가 나고 프로그램은 난리가 났다" 

화가 날 정도는 아닌데, 짜증은 좀 난다. 실시간도 아니고 녹화방송인데 좀 더 신중할 수 없었는지.. 냉큼 기다렸다는듯 PD를 짤라버리는 무원칙 MBC경영진도 짜증나고..낙하산 사장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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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1-03-24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D가 경질됐군요. 참, 무슨 시나리오 짜도 이렇게 짜기 힘들텐데.
김어준씨의 생각에 늘 동의하는건 아니지만 핵심을 제대로 짚어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