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얼마 안되지만 나름 단시간 여러 권의 책을 질렀다. 전부 년초 집에서
하사하신 보너스 덕분이다. 그런데 보너스를 거의 다 소진할때쯤 일리아스의 반값 할인 소식이
전해졌다. 알라딘 인문MD님이 트위터로..

남은 실탄을 보니 고민스러웠다.
좋다는데, 그렇게 좋다는데 어떻게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더 그랬다.
괜히 사놓고 먼지만 쌓이게 되는 것은 아닌지...


구매여부를 고민하느라 간만에 강유원 선생의 '인문고전강의' 일리아스편을 다시 훝어봤다.
그리고 책의 원 소스인 동대문구도서관 강의 녹취파일도 두 시간씩이나(!) 들었다.
시간은 됐고, 결국 고민하느라 소모되는 칼로리가 책 값을 넘어갈 것 같아 그냥 콱 질러버렸다.
뿌듯했다.


..

하지만 이럴때마다 찜찜함도 함께 남는다.
도서정가제때문이다. 3월부터인지 반값할인을 제한하기로 했다는데 '싸게 사는것' 자체는 소비자로서는 좋지만  도서정가 파괴로 괴로워하는 출판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 한켠으로 찜찜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사실 왜 정가제를 지켜야만 하는지, 여러 설명을 읽었어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반문하고 싶은 설명이 적지 않다.  다만 책만드는 사람들이 "그래선 안됩니다"라고 하니 왠지 양심선언처럼 들려 그대로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서점의 상반된 입장이야 이해하고 말고 할것도 없고.

이렇게 이야기하면 서점만 나쁜 놈 취급하는 것 같은데 서점들도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 쯤은 안다.  시장경쟁이라는 시스템상의 문제도 있다는 거지. 

컴퓨터 S/W나 영화, 음악파일을 공짜로 다운받아 즐기는걸 당연시 여기는 사람이 아직 많다. 하지만 90년대부터 20여년이상 저작권 강조가 지속되면서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오히려 한류붐이 불면서 남의 나라의 그런 모습을 꾸짖기도 할 정도다.

도서정가제가 충분히 당위성이 있는 거라면 비슷한 길을 갈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하루 이틀 사이에 이루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나같은 사람이 소신있게 주변사람에게 당위성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설득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반값할인제한이 담합 아니냐고 물어올때 "그건 이렇습니다"라고 말할수 있게 말이다.  소비자에게 먼저 부지런히 출판계를 공부하라고, 상도덕을 생각하라고 요구해서는 곤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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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2-12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지금 오프라인은 정가제를 하고 있는데 온라인서점에서 할인을 해주는것도 좀 그런데 반값 할인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예요.
청주에도 대형서점 한곳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더라구요. 괜히 미안한 맘이 들었습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02-13 08:25   좋아요 0 | URL
어렸을땐 서점차리는게 좋아보였는데 언제부턴가 불가능한 일이되어버렸더군요. 자승자박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