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태로 인해 한 주일동안 우리나라 분위기는 쑥대밭이 되었다. 한동안 잘나가던 아시안게임의 성적때문에 더욱더 그 분위기가 차갑고 우울하게 느껴졌다. 

솔직히 일에 치여 사는 직장인들에게는 아시안게임이든 연평도 사건이든 크게 다가오지를 않는다. 근무시간중에 TV든 라디오든 접할수 없을뿐더러 인터넷을 보는 시간도 그리 넉넉치 않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걸 이슈로 잡담(?)을 나눌 시간도 없으니... 

그런데 짬짬히 확인해본 언론의 분위기는 실로 엄청났다. 우연히 들어간 조선일보 사이트는 '본토가 공격당했다'는 감각적인 헤드라인과 함께 한마디로 전쟁중계사이트가 되어버렸고 퇴근길에 DMB로 본 뉴스는 거의 90%가 연평도 이야기였으니 이 사태의 중요성이 만만치 않음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사실 내가 보기에 이 사건은 언론이 전쟁이라고 호들갑 떨 정도의 사건은 아니다.  이명박의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도 전쟁은 가능성이 낮다기보다는 아예 언급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정도니 말 다했지.  언론의 호들갑은 다만 대포폰과 민간인 사찰을 비롯한 각종 비리사건과 이번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정권의 실책까지 싸그리 덮어버리는 기능을 할 뿐이다. 매일 미국 항공모함 제원이나 소개하고 전사장병의 영결식 뉴스 밑에 '치마가 짧아서 보일락말락' 이딴 기사나 같이 붙이는 걸 보면 한심하다 못해 기자들의 목을 조르고 싶은 심정이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왜란을 일으킨 이유를 어린시절에는 들어도 이해할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 돌아가는 꼴이 다 보이니 확실히 알겠다. 고의든 우발적이든 남북의 지배자들은 모두 이번 사건을 (어느정도는)즐기고 있을듯 하다.) 

주말경에는 이런 기사도 떴다. 연평도 사건은 햇볕정책때문이라는 기사 말이다. 한나라당 의원의 의견이라는데 아마도 그 생각이 그쪽의 주류일듯 싶다. 그런데 이게 말이나 되는가? 벌써 이 정권도 퇴임시점을 바라보며 준비할 시기인데 아직도 지금의 문제를 전정권 탓이라고 하고 있다니!  이거 원, 버마 아웅산과 칼기 폭발사건은 김구 탓이라고 하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다. 이 사태야 말로 이명박의 비핵개방3000의 효과(?)가 아닌지 묻고 싶다.  양보해서 억만분의 일이라도 햇볕탓이 있다해도, 돈으로 산 평화라고 폄하되더라도 과연 그것만큼 훌륭한 다른 정책이 있(었)는지도 묻고 싶다.   

전시작전권도 없는 것들이 '보복 폭격'을 외치고, 병역의 의무는 회피한 것들이 '군기가 빠졌다'는 소리나 싸지르고, 아들과 손자는 해외시민권자 만든 것들이 '전쟁 불사'를 외치는 모순으로 가득찬 세상. 어쩌면 모순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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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0-11-3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외위성방송 채널을 돌리는데도 한반도 문제 많이 등장하더라구요. '전쟁 한번 해서 문제 해결하면 되지'하는 식의 사고방식이 위험하다고 누군가가(자크 아탈리였던 것으로 기억?) 말하던데, 정말 공감했답니다.

귀를기울이면 2010-11-29 21:44   좋아요 0 | URL
사람중엔 피를 봐도 전혀 느낌이 없는 사람도 있으니까(거 뭐더라 싸이코 패...) 그런 주장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겠지만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지경까지는 못가게 말려야지요

oren 2010-11-30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론의 호들갑과 정치인들의 헛소리에는 (너무 신물이 나서라도) 너무 과도하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겠지만, 긴 호흡으로 보자면 '나 자신을 비롯해서 우리가 너무나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의 삶과 평화가 늘상 위협받고 있고 또 어느 한 순간에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다들 그동안 너무나 순진하고도 안일하게 대응해 온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보게 됩니다.

아주 쉽게 얘기해서 '국방의 의무를 게을리 한 수준을 넘어 고의적으로 회피한 자들에 대해서 조차 관대한 태도' 이것 한 가지만 보더라도 저는 국가의 안위 뿐만 아니라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장래조차 걱정이 될 지경입니다.

우리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거대한 재해(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앞에 거의 완전하게 파괴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저 막연히 입으로만 떠든다고 그런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켜낼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평화나 국방이나 외교나 어느 것 하나 예외없이 우리의 힘과 지혜가 절실할 때인데, '국방의 의무'조차 결여된 지도자들이 헛소리를 늘어놓는 것을 보면 울분을 넘어 절망스럽습니다.

고은 시인이 '통일만 된다면'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는데, 먼 훗날 우리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혹은 또다른 행운에 힘입어) 설사 통일을 이뤄낸다 하더라도, 순전히 분단된 조국이 싫어서 나라를 떠난 부류들이 통일이 된다고 해서 과연 얼마만큼 되돌아올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귀를기울이면 2010-11-30 17:49   좋아요 0 | URL
기자들과 전쟁불사론자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면 '악의 보편성'이란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이런식으로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도 가능했겠구나 하는... 권력이 있는 자리에, 그리고 투표소에 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 아무리 시위를 해도, 아무리 항의를 해도 바뀔수 없다고 봅니다. 누구 말처럼 권리앞에 잠자는 자에게는 정의나 평화는 없는가 봅니다. 절망스러워도, 그래도 움직여야죠.

노이에자이트 2010-12-05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박 대통령은 며칠 전 대국민 담화에서 지난 정부의 10년간은 굴욕적 평화라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