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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존 그레이 지음, 김승진 옮김 / 이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역설을 설명할때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이다. 어느 크레타인이 말했다.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다"  그의 말이 진실이라면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라는 말과 모순이 되고 그의 말이 진실이 아니라면 크레타인인 그가 거짓말을 한게 아닌게 되므로 역시 모순이 되는 상황. 

이 책을 읽으며 비슷한 상황을 느꼈다. 이 저자의 말을 믿는다면 책을 읽느라 시간낭비 하느니 책같은 것은 던져버리고 다른 고민을 하는게 낫고, 안믿으면 저자가 자꾸 '독자인 너는 바보'라고 말을 걸고.. 

호모 라피엔스란 '약탈하는 인간'이란 뜻이라는데 한마디로 '인간', 별거 없고 동물원의 동물과 다를거라 생각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책이다. 도덕과 종교와 신념과 휴머니즘과 역사의 발전과 진보와 우정과 영원중에 어느 하나라도  갖고 있다고 믿거나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반론을 펴고 싶겠지만 나는 그냥 쿨하게^^ '그렇다치자'고 인정하고 싶다. 일단.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차례 거짓말을 하며 산다고 한다.  자신의 속내를 숨기기 위해서 말이다. 아침에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미안하지도 않으면서 "괜찮으세요?" 물어보고, 고맙지도 않으면서 "감사합니다"를 연발하고, 관심도 없으면서 "좋은시간되세요"라고 하지 않는가. 이러한 작은 사례만 보아도 삶에 대한 성의있는 태도는 가면이고 자기기만이며 인간은 그냥 약탈기술이 뛰어난 동물일뿐이라는 주장이 아주 근거가 없다고는 할수 없다.

나의 관심은 '그래서 어쩌라고?'에 있다.  인간본성에 비추어볼때 헛되거나 부질없어보이는 기대들, 착각이나 단지 희망사항일뿐이라고 평가하는 그런 가치들, 그런 것들을 아무리 나쁘게 보아도  생존과 행복을 위해 발달한 인간의 자기 기만술정도로 볼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고 장려할만한 것은 아닌지.. 물론 저자는 아니라고 말하며 다른데 답이 있다고 말한다. 옮긴이의 설명을 빌리자면 저자는 존재하지 않는 (영원한)이상을 버리고 현실로 내려올때 오히려 한 번 뿐인 삶을 더 성의있게 살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좋은 삶은, 과학과 기술을 한껏 활용하되 그것이 우리에게 자유롭고 합리적이며 온전한 정신을 주리라는 환상에는 굴복하지 않는 삶이다. 평화를 추구하되, 전쟁 없는 세상이 오리라는 희망은 갖지 않는 삶이다. 자유를 추구하되, 자유라는 것이 무정부주의와 전제주의 사이에서 잠깐씩만 찾아오는 가치라는 점을 잊지 않는 삶이다.
 

이런 성의있는 삶의 결과를 달리 정리해보면 '과학과 기술을 이용한 전쟁을 한 후 찾아오는 무정부주의 상태를 정리한 전제주의 독재자 지배하로 들어가 노예상태로 살아야 하는 상황'이고 그 주인공이 바로 인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점잖게 돌려서 이야기하긴 했지만 결국 이러한 동물적인 최종결론은 필연이라는 이야기.

그러니 당장의 삶에 성실하자는 말씀인데, 저자의 희망대로 당장의 현실에 성의있게 사는 것을 잘하는 사람은 많다. 문제는 '무엇을 위한 '성의'인 것인가'이다. 결국 현재의 자신을 위한 성실함인데 보통 이런 성실함은 남에 대한 배려따위는 국끓여먹기 십상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떠오르고 이명박의 '실용주의'가 떠오른다. 싸이코패스는 남의 고통에 무감각하다지 아마?.. 이 책을 추천한 한국의 언론사가 딱 조/중/동 세군데라는 것도 우연은 아닌것 같다.

'빈 서판'이라는 유명한 책은 인간이 빈 서판이 아님을 주장하기 위해 '빈서판'이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이 책 '하찮은 인간'은 정말 인간은 하찮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제목이다. 구태의연하지 않고 솔직한 주장이기에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그리고 수긍할수 밖에 없는 지적도 많다. 다만 나는 거기에 딸려가고 싶지 않다. 절망의 순간에 여전히 환상과 희망을 품은 상태이기를 소망할 뿐이다.  

저자의 주장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매트릭스의 빨간약처럼 먹어 두어야 할지도 모르는 책같다. 물론 깨어났을때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영화처럼 정해져있지 않다. 우리 자유다.

 

'겨우 짐승수준을 벗어나려 안달하는 인간에게 내리는 '너는 안돼'라는 저주같은 야유' 

내가 내리는 이 책의 40자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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