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과 여행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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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시간에 잠기다 - 한 인문주의자의 피렌체 역사.문화 기행 ㅣ 깊은 여행 시리즈 2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8월

전에 김태권 작가의 [르네상스 미술이야기 -피렌체편]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피렌체편이라하면 이것도 시리즈물이라는 이야기인데 이번엔 계속 나올수 있으려나... 그런데 왜 하필 피렌체지?'   서양 미술에 관심을 둔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해외여행을 한다면 가고 싶은 곳의 명단에 피렌체는 포함된 적이 없었고 유럽에서 피렌체가 가지는 비중도 잘 몰랐다. 

오늘에서야 이 책을 읽고 피렌체의 가치를 제대로 발견한 느낌이다. 이 책을 덮고나니 왜 김태권 작가가 서양미술을 이야기하면서 피렌체에서부터 시작했는지도 알게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와 보티첼리와 조토와 라파엘로와 ..... 쟁쟁한 르네상스의 대가들이 활동했었고 또 그 작품들이 미술관과 건물과 광장을 점령하고 있는 도시 피렌체. 아니 도시 전체가 600년전 그 모습으로 여전히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는 이 도시를 어찌 처음으로 삼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의 1/3은 미술관에서 또 1/3은 고풍스러운 건축물에서, 나머지 1/3은 거리와 골목을 누비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림이야기는 꽤 진지하고 깊게 이야기를 해 주어서 마치 현장에 있는듯한 착각을 할 정도였다. 예술품과 건축물, 그리고 그 작품들에 얽힌 역사를 잘 버무려 내놓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어서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내 즐거웠다.  그리고 피렌체 사람들이 부러웠다. 시장에 가도 (비록 복제품이긴 하지만) 명장의 작품들이 늘어서 있고, 역사속 인물이 살던 집에서 여전히 오늘을 살고 있는 모습은 불과 10년 전 살던 동네를 가도 그때의 흔적을 찾기 힘든 한국의 도시민이 보기엔 경이롭기까지 하다.   

여행이란 이런 것일게다. 관광가서 사진찍고 줄지어 관람하고 떠들썩하게 먹고 머물다 오면서도 기억은 만들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관광은 다시 가고 싶은 추억은 만들기 힘들것이다.  마치 사냥감을 고르듯 다른 곳을 찾아 헤매겠지. 하지만 여행은 잠시나마 그곳의 일부가 되는 것이며 그곳에 푹 젖어들어 추억을 만드는 것이리라. 아쉬운 점이라면 현실적으로 누구나 그것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이 반갑다. 혹시 내가 언젠가 피렌체를 방문할지도, 이 책보다 더 아름다운 책을 만들수 있을지도 모르지만(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 그때까지 이 책은 나에게 가보지 못한 피렌체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대신 만들어준 고마운 책으로 남을 것이다.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다. 작품을 설명할때 색깔이 빚어내는 오묘함에 대한 묘사도 적지 않은데 삽입된 사진이 모두 흑백, 그것도 좀 어둡게 나왔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시간날때 인터넷이나 다른 그림책을 참조하면서 봐야 할듯 하다. 욕심이기는 한데(모든 여행서 공히) 심플한 도시 약도에 작가의 방문지와 작품의 위치정도가 표시된 종이 한 장 더 첨부된다면 금상첨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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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서 미켈란젤로가 남겼다는 논피니토(미완성) 조각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오히려 미완성으로 남았기에 훨씬 많은 느낌을 품게 해준다.  

책에서는 '네명의 죄수'라는 제목으로 소개하는데 인터넷으로는 '노예'로 소개되고 있다.(어느게 맞는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