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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n의 재정학 - 9판
Rosen, Harvey S. 외 지음, 이영 외 옮김 / 한국맥그로힐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재정학 교재이지만 이번 학기에 책의 일부만 가지고(14장부터 끝까지 -앞의 내용은 재정학 수업에서 충분히 다루었다는 것을 전제하고 진행된 수업입니다) 조세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공동역자 중 한 명인 교수님의 직강이다보니 수업이 매끄럽게 흘러가 책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점도 있겠지만, 책 자체가 가진 장점도 상당합니다.

 

우선, 번역이 깔끔한 편입니다. 물론 몇 군데 좀 어색하게 느껴지거나 바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쉽게 쉽게 읽힙니다. 번역이 되면서 한국에 관련된 내용이 추가가 되었는데 한국에서 미국 조세제도만 열심히 공부해봤자 소용이 없으니 이 부분도 매우 요긴합니다.

  두번째로, 꽤 최신 연구까지 반영되어 있어서 '고리타분한 교과서 속 지식'을 전달하지 않습니다. 2000년대 발표된 논문도 다수 참고문헌에 포함되어 있고, 이슈에 대해서 생각보다 다양한 시각들이 곳곳에 묻어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쪽이 유럽에서 연구 성과가 많다 보니 유럽 학자들이 쓴 논문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데이터, 표 등 현실을 보여주는 여러 자료와 함께 텍스트 내용과 상호보완적인 연습문제도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너무 어렵거나 쉽지 않고 복습하면서 좀 더 이해를 확장시킬만한 난이도로 주어져서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물론 완벽한 책은 없겠습니다만, 이 정도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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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 - 조세피난처의 원조, 스위스 은행의 비밀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홍기빈 해제 / 갈라파고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1 어린 시절, 먼나라 이웃나라스위스 편을 보며

필자가 스위스를 지상낙원처럼 인식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책은 먼나라 이웃나라였다. 삼국지나 그리스 로마 신화 조차 만화로 보지 않았던 필자가 유일하게 읽었던 만화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어린 마음에 살펴 본 스위스는 유토피아에 가까웠다. 좋은 복지 제도, ‘나랏님을 모를 정도로평온한 정치 상황, 풍요로운 생활,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제품들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 합리적인 병역제도 등등. 물론 그 때도 스위스의 유일한 약점으로 기억에 남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스위스 은행이 절대로 예금주의 정보를 밝히지 않아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돈이 스위스로 흘러들어온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예금주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행위는 국익을 위한 나름대로 합리적인 행위로 묘사되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필자가 더 이상 치밀하게 이 문제를 고민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막연한 이미지가 10년 이상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2 2년 전 유럽 여행을 다녀 온 친구들로부터

필자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한 고등학교 동창들의 유럽 여행은 필자의 유토피아적 환상을 연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친구들이 느낀 바에 따르면, 스위스 사람들이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가장 미약했고(거의 없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매우 친절했다는 것이었다. 논의가 자연스럽게 국민성으로 이어졌고, 스위스 사람들은 천국의 주민들답게 국민성도 훌륭하다는 식으로 논의가 끝났던 것 같다. 가보지 않은 필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관광수입이 주된 원천이니까 그러는 게 당연하다는 정도의 생각을 집에 돌아오는 길에 했던 것 같다.

 

#3 조세피난처, 다시 등장하는 이름

스위스의 존재는 다보스 포럼 때마다, 각종 국제기구의 위치가 제네바임을 상기할 때마다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스위스 은행의 존재를 다시 떠올린 것은 최근에 국제탐사보도협회(ICIJ) 활동의 일환으로 한국의 조세피난처 애용자들의 데이터베이스가 <뉴스타파> 팀에 의해 보도된 직후였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 컴퍼니. 휴지장만큼이나 황당한 조세 회피 구조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당연히 그래서 그 돈은 다 어디로 갔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 돈들은 그리고 당연하게도, 상당 부분이 스위스로 흘러갔을 것이다. 부끄럽게도 필자는 최근에야 페이퍼컴퍼니와 스위스의 검은 돈 전담 은행들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러고 나니 자연스럽게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저서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름은 많이 들어 본, 장 지글러의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

 

#4 (모든/검은) 돈은 돌고 돈다.

처음에는 책의 내용이 1980년대 후반에 한정된 것 같아서 실망스러웠다. 저자가 오늘날에도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별로 없다고 당부했지만 미테랑 대통령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근·현대사 시간의 읽기 자료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유지되는 메커니즘에서 내가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두 가지 사실이 드러나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스위스의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국가 기구 전체가 이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과 물론 선의지를 가지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검은 돈들이 다양한 형태로 다시 투자되면서 국제 투기 자금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검은 돈이 가만히 있으면 이는 피해자들에게 수탈 혹은 착취한 그대로 존재하지만, 금융자본으로서 증식을 위해 전 세계를 활보한다면 이는 차원이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니 먼나라 이웃나라는 상황을 너무 아름답게만 묘사한 것이라는 검은 돈의 비극을 설명하는 대목에서조차- 생각이 들었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고객의 돈을 지켜내는 것은 결국 스위스의 합법적인 국익(최소한 저자가 이 책을 쓸 당시에는 이를 법적으로 보장했으므로) 보호의 노력이 아니었다. 이는 부패한 권력의 부를 은닉함과 동시에 거대한 투기 자금으로 유지되는 기형적인 국가 스위스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지글러가 스위스의 금융 시스템을 자국 존립의 위기로 인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5 남겨진 것은?

다시 한국의 사정으로 돌아오자. 아직 확인되지 않은,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스위스 은행의 한국 고객들. 그리고 국제적 투기 자금의 무차별적인 이윤 추구에 쉽게 영향을 받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의 현실. 결국 지글러가 20여 년 전에 지적했던 현상은 한국에서 현재진행형이었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의 해제도 이 지점을 지적하고 있다. 웬만한 저널리스트를 능가하는 저자의 섬세한 묘사에 박수를 보내지만, 한 발 더 나아가서 금융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으로 논의를 확장시키는 해제는 독자에 따라 그 시각 자체를 반대하거나, 그것의 한계를 지적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겠지만- 때문에 식상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보기에 남겨진 이야기가 하나 있다. 납득할 수 없는 기준으로 부정의를 체계적으로 조장하는 권력의 모습이 스위스, 비리와 연관된 검은 자금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때문에 이 이야기는 좀 더 보편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올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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