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케임브리지 동지들 (반양장) - KGB 공작관의 회고록
유리 모딘 지음, 조성우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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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를 다룬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 영감을 주었다는 '케임브리지 5인방' 사건에 대해 직접 케쉽임브리지 5인방과의 접촉을 담당하고, 그들이 발각된 후에 탈출을 도왔던 전직 KGB 요원이 쓴 책이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마치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자신의 젊었을 때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쉽게 읽히지만 덤덤한 어조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가식이나 허황됨 없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저자의 시각에서 충실하게 풀어나갔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다.

 

사실 이 사건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당시 상황에 대한 시시콜콜한 묘사라든지, 글쓴이가 KGB에 들어가기 전에 소련에서 겪었던 우여곡절들, 케임브리지 5인방의 출신 배경과 파란만장한 삶에 대한 이야기들도 지루한 역사책에 실린 일화 이상으로는 다가오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천만 명의 희생자를 낸 세계 2차 세계 대전에서, 서로의 종말을 앞당기는 군사들이 격돌하던 자리 이면에 그 만큼 치열한 정보 전쟁이 펼쳐지는 장면은 평소 이 분야에 관심있는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또한 글쓴이가 어느 정도 자신의 '관찰자'들을 미화시켰다고 볼 여지도 있겠지만, 케임브리지 5인방이 돈이나 권력, 안락한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상과 신념을 위해 자신의 조국을 배반할지도 모르는 선택을 했다는 점, 이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점과, 말년에도 남들이 볼 때는 바보처럼 순진하고 어리숙하다고 할 만큼이나 자신의 신념에 확고했으며, 의리와 동지애를보여주었다는 점 또한 인상깊다. 저자가 마지막에 쓴 대로 이들은 그 어떤 이상과 꿈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환상'인 정치 -세계 혁명과 유토피아의 실현, 그리고 파시즘을 막아내는 휴머니즘의 승리-를 꿈꿨다고 표현하는 것이 전혀 손색이 없다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읽은 다음에 다시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보고 싶다. 처음 봤을 때는 배우들의 명연기는 즐길 수 있었지만 솔직히 스토리 자체에는 몰입하기 어려웠는데, 지금 다시 본다면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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