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급사회 우리시대의 논리 11
손낙구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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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동산 문제에 대한 세미나에 참석한 후 강남훈 교수의 택지 국유화의 개념과 가능성, 실현방안에 대한 논문과 이 책을 동시에 추천받았던 기억이 있다. 논문은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니 추천받은 즉시 읽어보았던 것 같고 책도 그맘때쯤 사 놓고 책장에서 오래 묵혀두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부동산문제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라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만한 사실이지만, ‘별 내용이 있을까싶기도 했기에 책을 손에 잡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누구나 상황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뾰족할 방법이 없을 때 오는 무관심이 작용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부동산 가격 대폭락을 예고했던 책이 황당하게도 남는 돈은 주식이나 금융권에 건전하게투자하라는 결론을 내렸던 적이 있었기에 선입견이 작용했는지도 모르겠다(그렇게 건전하게주식에 투자한 많은 사람들이 매일같이 호구 잡히는개미가 되고 있고 금융공학이라는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에 이를 모두 합리적으로 이해한 채 투자할 수 있는 이는 또 얼마나 있단 말인가? 이 정도 되니 냉철하게 판단하는주류경제학자의 부동산 투기와 금융 투기가 뭐가 다른 것인가? 왜 부동산 투기만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비난하는가?’라는 질문이 일견 타당하게 들린다).

 

우려했던 바와 달리 책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나갔다. 부동산 투기의 거시경제적 영향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분석을 하였다. 임금노동자들의 임금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한 상식적인 명제 먹고 살기 위해서 필요한 돈를 바탕으로 부동산 가격 폭등이 내수경제 침체부터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노동쟁의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당연히 주거비용이 오를 경우 임금 상승의 압력이 증가한다) 논의한 부분도 좋았고, 제조업의 끊임없는 해외이전 현상이 단순히 노동자들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카드나 인건비 절감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비싼 임대료 때문이라는 지적도 필자에게는 신선했다. 신자유주의 이후 제조업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금융 부문에 공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오히려 이 분야에서 대부분의 이윤을 창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GE와 같은 회사가 가장 대표적이다), 대기업들도 부동산 투기를 통해 많은 이윤을 창출한다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지만 솔직히 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어서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지긋지긋한 부동산 문제의 대안을 설명함에 있어서도 저자의 안목은 진부하지 않았다. 주거극빈층과 셋방살이를 전전하는 사람들, 주택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정책 처방이 다른 부분은, 그것이 만약 의지를 가진 정권에 의해 제대로 실현된다면, 실천적인 부분에서도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부각되는 하우스푸어에 대한 문제가 책의 집필시점 상 누락되었는데 이 문제까지 같이 고려한다면 좀 더 포괄적인 정책 제안을 할 여지가 충분하다. 앞에서 언급한 택지 국유화에 대한 논의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저자가 지적한대로 토지의 상당부분을 국유화하여 적절한 정책운영에 사용하거나 최소한 무분별한 투기를 방지하는 것이 자본주의국가에서도 빈번한 일이다. 즉 이런 제안을 덮어놓고 종북세력의 선동이라고 비난할 근거가 하등 없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저자가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자기 소유의 집이 있는 것이 바람직함을 전제로 하는 부분은 재고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자기 집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구가(개인이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자기 소유의 집을 꼭 가져야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이데올로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1인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여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기존의 가족 개념의 재정의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1가구 1주택의 이상이 완벽히 실현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필자가 정책 제안을 위해 마련한 6계급 구분(자기 집의 소유 여부가 계급 구분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한다)이 타당할 수 있고, ‘자기 집에 대한 욕구로 지금까지 달려온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이 허황된 생각일수도 있다고 말하는 필자의 이야기가 설득력이 없을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어쩌면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그것이 꼭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 정도를 하고자 한다.

 

두 번째로 부동산 재산의 소유와 교육격차, 건강 및 수명 격차 등을 설명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한국사회의 현실 상 부동산 소유 여부와 어디에 거주하는지가 사회적 지위와 생활수준을 이미 반영하기 때문에 좋은 동네에서 좋은 집에 사는 것이 무엇을 결정한다기보다는 그것이 높은 사회적 지위(혹은 계급일수도 있다)와 생활수준의 지표가 된다. 마찬가지로 자녀의 대학 진학이나 수명, 건강상태 등이 높은 사회적 지위나 계급, 소득수준, 생활수준 등에 의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므로 (물론 저자는 이러한 복잡한 논의의 배경을 잘 알고 있겠지만) 신문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강남 살면 서울대를 더 많이 간다는 수준의 논의보다는 그 이면의 메커니즘까지 고려한 더 분석적인 논의가 책에서 이루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통계적으로 철저하게 뒷받침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며 이 정도로 공을 들이기도 쉽지 않기에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08년에 비해 달라진 상황이 없지 않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후속 연구가 이루어지거나 부지런한 독자들이 직접 자료를 찾아가면서 보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 문제를 관통하는 해답을 내려는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사는 곳이 자신의 위치를 너무나도 냉정하게 증명하는 부동산 계급사회를 그려낸 우울한 스케치. ‘도대체 왜 이 모양인가라는 의문을 평소에 가지고 있었다면 찬찬히 살펴볼만한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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