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정치학 -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읽기와 쓰기 우리시대 고전읽기 질문 총서 3
홍성민 지음 / 현암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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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자본’, ‘아비투스와 같은 용어들은 고등학교 논술 시험문제나 비문학 지문으로도 나올 만큼 많이 알려졌지만 정작 부르디외의 역작이라고 평가받는 구별짓기를 직접 읽어봤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대부분의 고전이 그렇겠지만요). 구별짓기는 분량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부르디외의 문체가 난해해서 번역이 잘 되어 있다고 해도 읽기 수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구별짓기를 좀 더 잘 읽기 위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고전을 제대로 읽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기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받고자 한 글자도 놓치기 않고 정독하면서 읽다보니 글쓴이가 앞에서 경고한 바와 달리 매우 흥미롭고도 잘 정리된 해설서를 만나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부르디외에 대해 막연하게 알고 있던 바들도 잘 정리할 수 있었고, 당장 구별짓기를 읽고자 한다면, 어떤 부분에 유의하면서 읽어야 좋을지 좋은 길라잡이가 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원전을 같이 읽을 때 비로소 책의 가치가 온전히 구현된다는 점은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본문의 내용도 좋았지만, 지은이가 고전을 바라보는 시각도 인상깊었습니다. 흔히 고전은 영원불변의 절대적 진리를 담고 있는 책이기에, 정확하게 읽는 방법이 정해져 있고, 그것을 따르지 않는 독해는 오독이며, 충분한 배경지식과, 경우에 따라서는 독서를 지도할 수 있는 존재가 있어야만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부담을 가지기 쉽습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나는 제대로 고전을 읽지 못할거야라는 생각에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통념을 비판하며 자기 나름의 능력대로 오늘날의 시각에 맞게 고전을 읽어야 함을 역설합니다.

 

고전은 보편적으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지금 그리고 여기라는 상황과 맥락에 근거하여 새롭게 읽혀져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소신이다. 또 고전에 대한 독해는 학자 개인의 특성과 문제의식에 따라서 늘 달라져야 한다. 따라서 이 해설서는 궁극적으로 한국판 구별짓기를 출판하기 위한 초석으로 간주되기를 바란다. (pp.191-192)

 

 

고전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소설책 읽듯이 읽는 것도 곤란하지만, 불필요한 경외심을 가지고 멀리한다면,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냄에도 불구하고 저 또한 불필요한 경외심과 고전에 대한 오해에 사로잡힌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본격적으로 구별짓기에 도전할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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