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삶은 급행열차와도 같다. 다들 전전긍긍하는 마음으로 어느 역에든 서지 않아도 좋으니, 창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좋으니,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하기만을 원한다. 목적지에도달하기 위한 게임의 규칙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기에, 누군가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상대의 성취를 인정하지 않고 시기하며, 먼저 도착한 이의 휴식을 방해하고, 뒷담화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이 불공정 경쟁을 포기할 수는 없다. 경쟁에서 패하면 자칫 이 사회의 노비로 전락할 수 있으므로, 물론경쟁의 종착지에 무엇이 기다리는지는 모른다. - P9

오스카 와일드는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은 별빛을 바라볼 줄 안다"고 말한 적이있다. 우리 스스로가 별이 될 수는 없지만, 시선을 시궁창의아래가 아니라 위에다 둘 수는 있다. 이 사회를 무의미한 진창으로부터 건져낼 청사진이 부재한 시기에, 어떤 공부도 오늘날 우리가 처한 지옥을 순식간에 천국으로 바꾸어주지는 않겠지만, 탁월함이라는 별빛을 바라볼 수 있게는 해줄 것이다. - P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를 만났어 - 2021 학교도서관저널 1학기 추천 도서 튼튼한 나무 37
이선주.길상효.최영희 지음 / 씨드북(주)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볍게 읽기시작했는데 몇 번이나 눈물이났다. 세가지 이야기 모두 죽어가는 것을 살리는 이야기다. 그것도 진심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부터 잘못된 생각이었다. 개는 장난감과 아예 다르다. 개는 세 살짜리 사촌 동생이랑 닮았다. 고장 난 장난감은 버리면 되지만, 사촌 동생은 아무리 시끄럽게 굴어도 버릴 수 없다. 만약 사촌 동생을 버렸다간 나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확신했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 P25

빗자루는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빗자루는 지금 내가자길 버렸었다는 걸 알까? 나를 버리고 떠난 아빠 생각이 났다. 아빠는 엄마를 믿기 때문에 나를 맡기는 거라고했다. 그러나 엄마에게 버리는 길가에 버리는 버린 건 버린 거다. 천국에 버렸다고 해서 상처를 받지 않는 건 아니다. - P29

"맞아, 아파트 값에 당연히 뷰도 포함이지."
누군가가 맞장구를 쳤다. 뷰라는 건 경치라는 뜻 같은데 돈을 주고 사면 뷰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나무를 재산이라고 하는 것처럼, 그때였다.
"그게 생명보다 중해요?"
할머니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 P62

"언니가 살았으면 좋겠어요. 체리색 립밤도 계속 바르고 나중에 우리랑 아이스크림도 같이 사 먹고요."
중학생은 희아를 물끄러미 보고만 있었다. 아무 대답도 없었지만 희아는 답답해하지 않았다. 희아는 동굴 속의 토끼를 기다리는 법을 알고 있었다. - P1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가 없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이고 친구들 앞에서주눅 드는 일인지를 알게 되었을 즈음 아빠는 영원히 엄마랑 우리를 버렸다. 그때 내 마음은 마구 흔들리는 성난 바다였다. 종일 어지럽고 눈물이 나왔다.
내가 나쁜 아이라서 아빠가 떠난 것 같았다. 나는 착한 아이가 되고 싶었다. 착하게만 자란다면 떠나 버린 아빠가 다시 돌아와 줄지모른다고 생각한 때가 많았다. - P93

우산은 어쩌면 내가 더 준비했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갑자기 별이와 헤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미리 마음속 우산을 준비했더라면 이렇게 마음이 온통 젖어 버리지는 않았을 거다. 이제는 영영 들어갈 수 없는 비밀 정원이 그리웠다. 별이도 나도 아주 먼 옛날, 낙원에서 추방된 사람들처럼 비밀 정원에서 쫓겨난 것 같았다. - P189

아무도 애리가 흘린 밥을 치우지 않았다. 성주는 담임이 오면 애리에게 모든 상황을 덮어씌울 것이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애다.
그런데 그때 나의 특별한 청소년인 그 애가 조용히 일어섰다. 그러고는 교실 뒤 사물함으로 가더니 자기 화장지를 꺼내 왔다. 그 애바닥이랑 애리 책상에 쏟아진 국물을 닦아 주기 시작했다. 성주가 째려보았지만 그 애는 그냥 묵묵히 자기 일만 했다. 그러자 애리가 비로소 울음을 멈췄다. 그 애의 그런 행동을 보고 있으니 온 세상이 멈춰 버린 것 같다. - P1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머니 나도 얼른 어른이 되면 좋겠어. 어디든 맘대로 가고 내맘대로 다 해 볼 거야."
그러자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암, 그래야지. 우리 예린이는 잘할 수 있을 거야. 할머니는 우리 예린이를 믿어요.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은 다 해 보고 세상을 돌아다녀 보렴. 그런데 예린아, 사과는 오랫동안 충분히 익어야 달고 맛있단다. 햇빛도 맘껏 쬐고 별빛도 맘껏 받고 비도 맞고 바람도 받고이슬도 먹고, 먹고……." - P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