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회를 보고 너무 조악해 보여서 실망을 하고 그 다음부터는 안보았는데, 담덕의 아버지가 죽는 회부터 다시 시청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딸아이는 혼자서 계속 보았다. 바쁘기도 했거니와 다른 책을 그 시간에 읽거나 일찍 잤더랬는데, 우연히 중간에 보니까 재미가 있더라.
마지막회를 어제 했는데, 조금 후일담이 없어서 섭섭하기는 하지만 만족스런 결말이었다. 기하가 품고 있던 하늘에 대한 반감을 담덕이 자연스럽게 해결해 주었고, 그 대답을 했으니까. 시청하면서 내내 담덕이 왕으로서의 자신의 소명에 대해 의심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 작가인 송지나씨의 생각에 동의한다고나 할까? 아무리 하늘로부터 선택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소명과 능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생각해 보니 현재의 우리 나라 지도자들도 자신의 소명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지 모르지. 나한테 안보인다고 해서 안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잖아. 담덕이 기하에게 자기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기하가 담덕을 용서해 주었을까? 아마 했겠지. 그리고 인간세상은 우리 인간끼리 알아서 잘 꾸려가야 하고.
내가 이해한바로는 후연과의 전쟁에서 고구려가 이기고 그후로도 몇년동안 담덕이 왕으로 있었으니까. 하늘의 문이 열렸을 때 하늘에 가서 인간 세상은 우리끼리 알아서 할테니까 하늘은 그냥 지켜보시라고 이야기하고 돌아오지 않았을까? 그 뒤에 나온 나레이션으로 보면 그럴 것 같은데. 광개토대왕비에 하늘과 연을 끊었다고 나오나, 정말로? 그 광개토대왕비 전문을 보고 싶어.
남의 의견에 짜증이 나는 것이 내가 너무 오만해서일까? 많은 경우에 우기는 듯한 글도 있어서 읽기가 싫다. 안읽으면 되니까 나도 짜증낼 필요 없는데, 괜히 읽고서 화 내는 것이겠지. 상대할 필요가 없으면 안해도 되니까. 내가 동의하는 내용인지 아닌지는 읽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고, 설령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글 전개 방식이 사실에 부합하고 논리적이면 좋겠다.
드라마나 연재 중인 만화를 보면서 결말이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결말을 관철하려고 큰소리내는 사람과 가만히 있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내 경우는 가만히 있는 편인데, 그것이 책읽으면서 얻은 습관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단행본으로 나오는 책은 내가 작가에게 결말을 요구할 수는 없고, 단지 작가가 생각한 결말과 내가 생각한 결말이 비슷하기를 바라기만 할 뿐이니까. 뭐라 그럴까? 작가의 의도를 내가 잘 따라왔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편이랄까? 그런 성향이 드라마나 만화를 볼 때도 적용되는 것 같다.
무슨 책이든 내가 생각하고 있던 생각을 작가가 정확한 글로 표현해 낸다는 사실에 늘 경탄을 하고는 하는데, 어떻게 해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재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