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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받으려고 오래 기다렸다. 입원은 세시 삼십분쯤 한 것 같다. tv 없는 방으로 해달라고 했다. 창가 자리가 비어서 에어컨 옆 침대를 선택했다. 오인실인데 두명이 쓰고 있다. 자기 전에 옆 침대 환자의 조언과 당신 이야기를 한참 들었다. 심심하신가보다. 사실 병실 들어왔는데 폰으로 영상을 보고 있어서 이어폰으로 들어달라고 했다. 소리가 안들리니 살 것 같더라. 점점 더 소음에 민감해진다. 그냥 소음이 아니라 말소리인데 의미가 안들리는 소리는 더 견디기 힘들고 뜻을 알아듣는 소리도 듣고 싶지 않은 내용이면 괴롭다. 점점 괴팍해지나보다.
주사는 네시 삼십분쯤 맞기 시작했고 의사선생님은 다섯시 넘어서 회진 왔다.

2일차. 다섯시쯤 일어나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큰 볼 일도 보고 지금까지 폰으로 메일도 확인하고 인스타, 트위터, 페북 글도 보았다. 
수술 날짜 잡았다. 9월12일 화요일. 예방적 난소절제술 하기로 하고 예방적 유방절제술도 할까 생각중인데 비급여란다. 
의사선생님이 세시쯤 회진와서 그동안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시는데 당신 몫은 여기까지라는 것으로 들렸다.

3일차. 4:52.
퇴원. 오자마자 속옷 빨래하고 쉬다가 삼동이네 가서 점심 먹었다. 정수기 설치 할 때 지켜보고 하나카드 신청 전화 받고 내려가서 잠시 작업하고 인터넷 뱅킹하고 공원 산책하고 쉬었다. 저녁 먹고 설거지하고 여덟시부터 잤나보다. 중간에 남편이 와서 아는 척하고 도로 잠 들었다.

4일차. 4:06.
아침밥 준비. 밥하고 콩나물 무침, 미역국 끓였다.
입이 마르고 손발이 저리고 목에 무언가 걸려 있는 느낌이 들어. 아픈게 아니라 불편해.
종일 세끼 챙기고 설거지해서 그런가 등이 아프다. 그리고 명치가 접히게 아파. 발바닥이 전기 오른듯이  저리다.
비가 많이 오네. 자다 깼어. 한시간쯤 잤나보다. 

5일차. 5:11.
등이 아파. 밤새 한시간 간격으로 잠이 깨다 들다 했다.
바람이 차다. 수술 받을 때는 더 차려나? 가을 옷으로 정리하고 입원해야 하겠군. 퇴원하면 기운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어제부터 왼쪽 눈꺼풀이 가끔 떨린다.
심심하다. 책을 읽고 싶지는 않고 몸으로 하는 일을 해야 시간이 빨리 가는데 그것도 할 엄두가 안난다. 
두끼 준비하고 설거지 했다.

6일차. 5:02.
여전히 한시간 간격으로 자다깨다 한다. 
발바닥이 불편하다. 자는 것도 불편하다. 그리고 엉덩이 뒤 골이 가려워서 긁었더니 피가 나네. 거긴도 또 왜 덧나고 그러나. 
지금 바람은 개운하게 자고 일어나는거다. 
입맛이 무인 시기가 돼 가나보다. 혀가 무거워. 그래도 밥은 꼭꼭 씹어서 잘 먹고 있다. 내가 한 멸치조림에 설탕을 너무 많이 넣었나보다. 끝맛이 달다 못해 쓴 느낌이 들어. 
목에 뭔가 걸린 느낌은 아직 덜해. 덜한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아. 비슷해.

오전에 원고 보고 점심 먹고 한 숨 잤다. 다시 보고 다른 원고도 검토하고 올라왔는데 온몸이 다 쑤신다. 특히 발목. 몸살처럼 쑤셔. 어깨도 아프고. 등은 안아프네.

7일차. 5:34. 미국에서는 개기일식이 있었대.
다리가 쑤셔. 그래도 서너시간은 깨지 않고 푹 잤다. 
저녁에 일이 있어서 다녀왔다. 시청 앞 계단이 너무 많더라. 올라가는데 힘들었다. 그래도 두시간 정도 앉아서 듣는데 전혀 힘들지는 않았다. 제일 힘든 것이 계단 오르기이군. 

8일차. 6:54.
푹 잤다. 어제 외출해서 늦게 잤더니 그런가보다. 그럼 그동안 잠 못잔 이유가 몸이 피곤하지 않아서였던가 싶기도 하다. 5시 쯤 깨서 화장실 다녀오고 다시 아주 달게 잤다. 
두통이 약간 있다. 
프로젝트팀 쫑 파티 다녀왔다. 

9일차. 7:50.
푹 잤다. 중간에 몇 번 깨기는 했지만 금세 도로 잠이 들었고 아침녁에는 아주 달게 잤다.
손발이 약간씩 저릿하지만 다른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 
오후 세시쯤, 밤에 목이 너무 쓰렸다. 세시에는 밥을 안 먹어 그런가 싶어 밥을 먹었고 밤에는 조금 지나니 괜찮다. 목구멍에 무엇이 걸려 있는 느낌은 불쾌하다. 
왼쪽 발가락 사이가 너무 건조해서 조만간 상처 날 듯 하다. 이거는 원래 그러다가 항암주사 맞는 동안은 오히려 덜 건조했는데 이번 주부터 도로 심해지는 듯 하다. 
발가락에 물집이 생겨서 걷기가 힘들다. 주 중에 삼일이나 저녁마다 외출해서 그런 것 같다. 발바닥이 화끈거려서 불편하다. 
입 안에도 혓바늘이랑 부은 곳이 있어서 불편하다.

10일차. 
책 읽느라고 세시 되어서 잤는데 딸 공항 데려다주는 남편 따라 갔다가 집에 오자마자 바로 잠 들어서 열시에 깼다. 
손발이 살짝 뻣뻣한거,  발가락 물집, 발바닥 화끈거림, 입 안에 혓바늘 때문에 조금 불편한거 빼고 괜찮다.  

11일차. 
아주 잘 잤다.

12일차.
잘 잤다.

13일차.
잘 잤다. 
손발이 저릿한 느낌은 있지만 컴퓨터 작업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아픈 것이 아니라 불편한 느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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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마무리 작업 때문에 원래 날짜보다 이틀 뒤에 맞았다. 화요일에 선생님께 하루나 이틀 뒤로 연기해도 되냐고 하니 흔쾌히 넉넉하게 마무리하고 하자며 이틀 뒤에 보자해서 좋았다.

진짜 지난 며칠은 바빴다. 한글이 말썽을 부려서 짜증이 났는데 전체 내용을 복사해서 다른 파일로 만드니까 지맘대로 저장하면서 멈추는 문제점이 해결되었다. 아무튼 서식 맞추는 작업은 노가다이다.

오늘 아침 병원 오기 전에 서류하고 파일 저장한 CD를 우체국에 가서 빠른 등기로 보내고 왔다. 어제밤에 제본 주문 메일 보내고 오늘 확인하고 배송도 완료했다.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바뀐 내용 설명도 했다. 아무튼 끝났다! 정산이 남긴 했지만 기력 회복하고 천천히 하면 되니까 미뤄두어야지.

입원 수속하면서 지난번 공사한 오인실에 자리가 있냐니까 텔레비전이 없는데 괜찮은지 물었다. 바라던 바라고 했다. 입원실 배정 받고 진료실 앞에서 삼십분 이상 기다렸던 듯 하다. 입원실에 오니 텔레비전 소리 대신에 맞은 편에 있는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가 신경쓰이긴 하지만 텔레비전 소리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익숙해지면 참을만 할거다.

주사 맞는데 여러번 피가 거꾸로 나와서 키트도 한번 다시 교환했다. 

의사선생님이 회진 와서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하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무기력해서 문제이지 특별히 많이 힘들다 생각은 안하거든. 아직까지 돈 받고 해야 할 일은 잘하고 있다. 집안이 더러운건 신경 쓰이지만 할 수 없지. 그래도 그저께 부엌 싱크대는 청소해서 마음이 개운하다.

주사맞고 열흘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또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상태도 견디기 힘든 마음은 뭔지 모르겠다.

손톱이 망가지고 있다. 손톱이 자라서 미색이 되는 부분이 점점 넓어진다. 아마 8회차까지 끝나면 몽땅 변하려나?

2일차. 새벽까지 영화를 보았는데 끝나고도 한참을 잠이 들지 않아 뒤척였다. 눈이 까끌거리는데 아침밥이 와서 일어났다. 회진 오기 전에 밥 먹고 치우는 게 좋을 듯 싶어서. 아직 입맛은 느껴졌다.

열심히 추가했는데 저장이 안되었다.ㅠㅠ

면역주사를 제 시간보다 훨씬 일찍 놓아주었다. 일찍 회진 온 선생님이 한참 설명을 했다. 24시간을 지키지 않아서 약효가 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미 맞은걸 어쩌겠어. 일찍 퇴원해도 된다 했는데 내일 아침에 가겠다고 했다. 후반에 모임이 많은데 괜찮겠지? 내일 물어보아야겠군.

오늘 전체적으로 컨디션은 좋은데 왜 집에 가면 더 피곤한걸까?

3일차. 6시에 눈뜸. 오늘 퇴원. 몸은 가벼워. 집에 오면서 브런치 먹고. 집 와서 속옷 빨래. 폭풍 인터넷 쇼핑. 8시 30분에 울 아가 산책. 9시에 비밀의 숲 시청.

4일차. 3시쯤 화장실.  6시 쯤 일어나 화장실. 아가 산책. 한바퀴만 돌고 집으로 오자해서 금방 들어왔다.

5일차. 가벼워. 다음날 새벽까지 가방 떴다. 잠이 안와서.

6일차. 몸이 가벼워. 밥도 했어. 잠은 자주 깨긴 하지만. 방 정리도 하고. 보고서도 찾아 오고, 컴퓨터 작업도 하고.

7일차. 가볍기는 한데 잠을 자주 깬다. 아직 네시인데 밤새 두세번은 잠이 깼다. 

지금 불편한 곳? 왼쪽 발목,  이년 전에 넘어져서 다쳤지. 목에 무언가 걸려 있는 느낌. 위염 심할 때와 비슷해. 손발이 저릿저릿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소변 나오는 곳이 너무 간지럽다.

옥수수 50개 삶고 쓰레기 정리하고 나니 등이 너무 아팠다.

8일차. 밤새 자다깨다 했다. 거의 한시간 간격으로. 생각은 제대로 못 잔듯 하지만 낮에 안졸린거 보면 못 잔 건 아닌 듯 하다. 사골국 끓이고 옥수수 30개 또 삶았다. 힘든 하루였다.

9일차. 밤새 깬 기억 없이 푹 잤다. 10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 잠깐씩 일하고 쉬다가를 반복. 조금만 힘들어도 숨이 차다. 

10일차. 새벽 3시쯤 깨서 한시간쯤 뒤척이다 잠 들어서 깨니 8시가 다 되었더라. 아주 달게 잤다. 남편이 설거지 하는 소리도 전혀 못들었다. 어제 저녁 약을 안먹어서 아침에 먹었다. 약은 끝. 입맛이 없는 시기로 들어왔다. 맛이 무인 시기. 이번에는 며칠이나 계속되려나?

피부 감각이 이상하다. 뭐가 한꺼풀 덮힌 느낌인데 표현을 못하겠다. 아픈건 아니니 괜찮지만 이상해서 신경 쓰인달까.

11일차. 새벽 두시 넘어서 깨서 뒤척이다 다시 6시에 깼다. 그냥 저냥 지낼만하기는 한데 숨이 조금 차서 힘들다. 힘들면 눕고 괜찮으면 일하고.

12일차. 잠은 여전히 자다 깨지만 아침녘에 깊이 몇 시간은 잔다. 보름이 기준선인거 같다.

여전히 조금 움직여서 뭔가 하면 쉬어야 하지만 무력감과 우울감은 조금 나아진 듯 하다. 귀찮아서 살기 싫다는 생각이 엷어졌다.

13일차. 어제와 비슷하게 잤다. 세끼를 다 준비했다. 아가 산책도 두번 하고.

14일차. 잠은 아직도 새벽에 깨고 아침 무렵에 달게 잔다.

세끼 다 챙겼다.

15일차. 정상

16일차.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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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 회의가 있어서 하루 일찍 주사를 맞기로 했다. 그래서 원장님 진료받는 날과 겹쳤다. 원장님은 촉진하면서 크기가 준 것 같냐고 물어보는데 잘 모르겠다 했다. 사실 잘 안 만져보기도 하고 크게 걱정하지도 않으니까 그런가보다. 원장님은 줄고 있다했다. 치료가 잘되고 있는거겠지.

항암치료 담당한 선생님은 오전에는 수술이라 입원이랑 주사 오더만 간호사에게 내주고 가셨다. 4인실에 입원했는데 2명이 창가에 먼저 계셔서 좋아라 했다.  창가에 있는 내 자리 커튼을 치면 문가에 있는 분이 텔레비전이 안보인다. 그래서 강제로 보아야 하는 괴로움이 있는데 그럴 일이 없어서 좋았다. 그런데 다른 괴로움이 생겼다. 당신들은 춥다고 에어컨을 안켜서 난 너무 더웠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안보는 분들이라 소리도 안들어서 좋긴 했다. 이런 경우라면 내 자리가 에어컨 옆자리였어야 했는데 누가 앞일을 미리 알겠어. 어제까지는 4인실에 세명만 있었다.  

선생님이 첫날 오후 회진을 와서 프로젝트 다 끝났냐고 물어보았다. 아직 안끝났다 했더니 나더러 대단하다며 다른 환자들한테도 항암 치료하면서 프로젝트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야기할거라고 하며 칭찬해 주셨다. 사실 내가 일 조절을 할 수 있는거라 가능하지 매일 출퇴근하는 일이라면 못했을거다.  그리고 기력이 있다고 평소에 하던대로 할 수는 없고 모아서 프로젝트만 해야 한다. 집안일은 내팽겨쳐 둔다. 결국 돈 받는 일을 하는거지.

이박 삼일 입원해서 삼일째인 오늘까지는 지난번 보다 더 편하다. 배도 안아프고 특별히 불편한 곳도 없다. 오늘 아침 밥맛이 없는 것만 빼면 훨씬 좋다. 내일 할일이 있어서 긴장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입원한 다음날 새벽에 드라마 비밀의 숲을 8회차까지 다 보고 아침에 자려고 했는데 잠이 안오더라. 덕분에 밤에 잘잤다. 5회차에도 병원에서 더 쾌적하게 잘 지내기는 했지.

열심히 어제, 오늘 새벽 상태를 썼는데 저장이 안되어서 날라갔다.  

결론은 이틀 모두 새벽 세시에 잠이 깼다. 게다가 3회차 주사 맞은 상태와 비슷하다. 가벼운 느낌. 그때도 무리했다가 힘들었는데 이번에도 조심해야겠다.

6일차, 몸살 난 것처럼 피부도 아프고 뼈도 아프다. 속도 부딪끼고.  무기력이 제일 힘들다.

7일차, 네시 사십분쯤 잠이 깼다. 배가 아프다. 어제 밤에는 머리가 아파서 타이레놀 먹었다. 잠이 깨서 한시간 간격으로 계속 자다깨다 했다. 지금은 일곱시 사십분. 딸이 올라와서 아침 준비 중이다. 손목, 발목, 눈, 허벅지, 허리, 무릎이 쑤신다.

8일차, 새벽 두시 이십분. 몸은 가벼워진 듯 하다. 쑤시는 것도 덜하다. 잠만 안깨고 푹 자면 되겠구나. 눈 뜨니 여섯시 십사분.

9일차,  여섯시 오십분. 중간에 깬 기억없이 푹 잤다. 아침에 아가 응가 산책시키고 왔는데 힘들었다. 숨차고 등이 아팠다. 누워 있으니 조금 있다 괜찮아졌다. 일단 조금 과하게 움직였다 싶으면 숨이 차다. 며칠 지나면 괜찮겠지.

10일차. 여섯시 오십분. 중간에 한번 깬 듯도 하나 금방 다시 잠들었다. 아픈데 없다. 조금 움직이면 숨이 차고 오래 앉아 있기는 힘들었다.

11일차. 여섯시. 잘 잤다. 어제 열시 전에 잠이 들어 새벽쯤 잠깐 깼다가 금방 잠들었다.

12일차. 한시쯤 자서 6시 전에 깼지만 바로 잠들어서 눈뜨니 일곱시 이십이분. 어제부터 작업 시작했다. 드디어 제 컨디션이 돌아와서 기쁘다. 오늘은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13일차. 어제 운전하고 다니느라 피곤했다. 일찍 잤는데도 제대로 눈을 뜨니 일곱시가 넘었다. 아이고...

14일차. 새벽 세시 넘어서 잠이 깨서 여섯시쯤 도로 잠이 든 듯 하다.  목에 뭐가 걸린 듯해서 기분이 안좋다. 그래도 미각은 돌아오고 있다. 혀에 매끄러운 막이 있는 듯 하지만. 계단 올라올 때 숨이 찬 것도 여전하다.

15일차. 비숲 이틀치 몰아 보느라 늦게 잤는데도 여섯시 전에 잠이 깼다. 어제 밤부터 등이 아프다. 아마도 의자에 오래 앉아 작업을 해서 그런가보다. 요 며칠 우울하기도 했다.  페북에 팔로잉하는 물뚝심송님 암이 재발했다는 글을 보면서 심란했나보다. 그리고 페북 타임라인에서 유방암으로 사망한 수학자 이야기도 보았다.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안하고 있었나보다. 결국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던거지. 죽는 것이 무섭다기보다는 과정이 겁난다. 번거롭고 지겨워서 살기 싫은데 그래야만 할까봐 무섭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지만 이승에 있어야 할 이유도 딱히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16일차. 다른 증상은 없는데 손에 피부가 벗겨지려나보다. 잘 안보이기는 한데 양손 모두에서 생기기 시작했다. 손바닥이 제일 많이 그 다음이 손가락인 듯 하다.

17일차 부터 24일차. 벗겨지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컨디션이 좋아서  선생님이 사주신 민어탕으로 복달임도 하고 관극도 하고 저녁도 지인이 사주어서 잘먹고 왔다. 그리고 보고서 마무리도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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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주사 맞아서 백혈구 수치가 많이 올라갔다고 했다. 몸무게를 쟀는데 4kg이나 늘었다. 너무 많이 먹었나보다. 사실 배가 비면 너무 속이 아프고 더 울렁거리는 것 같아서 끼니마다 아무 맛이 없지만 한그릇 꼭꼭 먹고 배가 비었다 싶으면 먹을 걸  입에 달고 있으니 살이 안찔 수가 없겠지.이번에는 입원하고 주사를 맞았다. 항암 주사 맞고 다음날 백혈구 수치 올리는 주사 맞아야 한다 해서 하루 입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24시간 후에 맞을 수 있다 해서 하루 더 있었다. 저녁 8시에 맞고 퇴원하기 귀찮았다. 4인실이 넓고 시원했다. 아침 저녁 드라마 강제 시청하는 괴로움이 있긴 했지만 종일 틀어놓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선생님도 오전 오후에 회진하고 약도 계속 먹고 간호사들도 정기적으로 보러 와 주니 편했다. 그리고 집에 있으면 아가 산책 신경 썼을텐데 그럴 필요가 없으니 더 편했다. 오히려 입원하고 있는 동안은 편하고 아프지도 않았다.

목요일 오전에 퇴원했는데 집에 오니 더 아프기 시작했다. 아마도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생각만큼 몸이 안따라주니 힘들어서 그런 듯 했다. 아무튼 오늘까지 거의 침대에 누워서 영화를 봤다.지난 번까지는 주말에 기운을 차렸는데 이번에는 꼬박 일주일 쉬어야 하나 보다. 손톱 끝이 부딪히면 아파서 짧게 잘랐다. 무엇보다 입맛도 없고 배도 안고프다. 그동안 비축해 놓은 몸무게가 있으니 조금 덜 먹는다고 큰일은 없겠지. 석달 사이에 사킬로그램이나 늘어서 이참에 좀 빠졌으면 좋겠다.

오늘 병원에 가서 여기저기 쑤시고 배도 아프다 했더니 이주일치 약을 처방해 주었다. 손에 바르라고 연고도 받았다. 지난번 곰팡이도 확인하고 귀도 간지러워서 이비인후과도 갔는데 곰팡이는 재발하지 않았고 외이도염이 생겨서 간지러운거라며 귀에 넣는 약을 처방해 주었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러니 절대 긁지 말라 했다.

우야든 배는 아직 아프지만 내일부터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내맘대로 몸을 쓸 수 없어서 짜증이 난다.

음식 냄새는 좋은데 막상 먹으면 아무 맛이 없다.

선생님이 입맛 돋우는 약 처방해 줄까 해서 괜찮다 했다. 입맛은 없어도 먹을 수는 있으니까.

땀을 어찌나 흘리는지 겨드랑이에서 식초 냄새가 난다.

퇴원한 첫날 새벽에 잠이 깨서 금방 잠이 안오길래 영화를 봤다. 그날 이후로 소변 보느라 잠이 깨기는 하지만 금세 잠이 들어서 잠을 엄청 많이 잤다. 영화 보다가도 자고 팟캐스트 듣다가도 자고. 책을 읽고 싶지도 않고 팟캐스트 들으며 뜨개질 하고 싶지도 않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을만큼 무기력하다. 뜨개질은 손가락이 아파서 엄두가 안나고 책도 딱히 읽고 싶은 맘이 안든다.

이번엔 열흘 동안 의욕이 없어서 거의 매일 자다 깨다 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밥맛도 없었다. 물론 매 끼니 먹기는 먹었다. 약도 먹어야 하고 맛은 없어도 목으로 넘어가니까. 그동안 맛이 없다는 걸 보통은 맛이 그저그렇다는 의미로 썼다는 걸 알았다. 정말 아무 맛이 안느껴지더라. 입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건 알지만 그뿐이었다.

열흘 지나니까 의욕이 돌아오고 거기서 닷새 더 지나니까 입맛도 조금 돌아왔다. 모임도 가고, 일 때문에 지방도 다녀오고, 보고서도 쓰고, 일박 이일 워크숍도 준비해서 진행했다. 그리고 다시 6회차 주사 맞는 날이 돌아왔다.

시누들은 전화를 하고 막내 동서는 톡으로 안부를 물었다. 동서들은 내 성정을 아니 귀찮아할거라 생각해서 가능하면 무덤덤하게 지나는 것 같고 시누들은 걱정을 가득담은 전화를 했지.두 경우 모두 고맙지 뭐. 아무튼 큰시누는 소식들은 그 주말에 오겠다는 걸 오지 말라 했다. 주사맞고 퇴원한 그 주말은 너무 힘들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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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는 지난번과 같이 별로 힘들지 않았다. 집에도 택시타고 혼자 왔다.

저녁밥 먹고 열시쯤 잤는데 새벽에 한시에 잠이 깼다. 속이 너무 안좋아서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저녁밥 먹고 먹으라는 약을 안먹었다. 지난번에도 하루 두번 먹으라는 약을 주사맞은 당일 저녁에 먹었는지 기억이 안났다. 안먹은 것 같긴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약 탓인가 싶기도 해서 두시쯤 먹었다. 다행히 조금 괜찮아지기는 했는데 잠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섯시쯤 되니 눈도 아프고 두통이 심해서 타이레놀을 먹었다. 약 먹고 아욱 된장국 끓이고 누룽지 끓여둔 것 냉장고에 넣고 조금 앉아 있으니 남편이 내려왔다. 새벽에 깨서 잠을 못잤으니 깨우지 말라하고 누웠다. 다행히 여섯시부터 일곱시 삼십분까지는 잤다. 아침밥 먹고 삼십분 있다가 약먹고 누웠다.

눈 뜨니 열두시 이분전이더라. 밤새 손이 참 많이 부었는데  자고 나니 많이 가라앉았다. 그런데 배가 쥐어짜듯이 아팠다. 그때 딸이 올라와서 점심 먹자해서 누룽지를 먹었더니 배 아픈 것이 나았다. 배가 비어서 아팠나보다. 또 고추가루 들어간 음식을 먹으니 목이 아프다. 동생이 해다 준 겉절이와 부추김치가 맛난데 못 먹게 되었다.

할 일은 많은데 작업실 내려가서 의자에 앉을 자신이 없다. 그냥 맘 비우고 쉬어야겠다. 무리하느니 하루 푹 쉬면 내일부터는 움직일 수 있겠지.

사실 약 바뀐다는 5차 주사 맞고 지금보다 더 힘들까봐 걱정해서 더 지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욕심내서 하겠다 해놓고 책임 못지게 될까봐서 불안한거다. 할수 있을거야! 쉬엄쉬엄 해보자고!!!!

내가 주위에 민폐가 된다는 사실을 아직도 흔쾌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나보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못해서 다른 식구들이 해야 하는 상황이 견디기 어려운 모양이다. 사실 이러한 마음은 반대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내 맘을 비추는 거울 같은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하지만 흔쾌하게 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해준다는 것이 중요한거지 드러나지 않은 마음까지 노심초사할 것도 아니지 싶기도 하네.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생각하지도 않더라. 지레짐작 하지 말고 호의가 빚이 아니라 선물이라고 생각하자. 나도 누구에게 무언가를 해줄 때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잖아. 오히려 의무라고 생각하지.

관극을 세번이나 했는데 무엇보다 오랜 시간을 의자에 앉아 있는 일이 제일 힘들었다. 무릎 뒤 오금이 너무 아파서 일어나면 바로 걷을 수가 없고 계단 내려 오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사실 오금이 아픈 건 의자에 조금 오래 앉아 있으면 나타나는 증상이 두어달 된 듯 하다. 한두시간 하고 조금 일어나서 움직이면 풀렸는데 관극은 내맘대로 일어날 수가 없으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집에 와서 울 아가를 산책시키느라 다리에 더 힘이 들어가서 그런지 삼주차에는 무릎 아픈 것이 쉬어도 풀리지 않았다.

병원도 중간 점검하느라고 초음파 검사, MRI 검사하고 일주일 뒤에 원장님 진료도 하고 피검사도 세번이나 했다. 호중구 수치가 떨어져서 백혈구 수치 올리는 주사도 맞았다.

친구가 맛난거 사준다고 만나자 해서 만났는데 집에 와서 너무 피곤했다.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도 당분간은 쉬어야겠다. 피곤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이번에는 고기가 먹고 싶지 않고 부침개나 기름에 지지거나 튀긴 음식이 먹고 싶었다. 순대도 먹고 싶고 곱창도 먹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먹으러 가면 생각보다 맛이 없어서 본전 생각이 났다. 그래도 내가 한 부침개는 먹을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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