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시도 안되었는데, 바쁘다며 아침 먹을 시간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럼 간단하게 우유라도 마시고 약은 먹고 가야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침대에 가서 엎드려버린다. 그렇게 바쁘면 그냥 가라고 했더니 한참이나 엎드려 있으면서 안가더라. 나가면서 하는 말이 "엄마는 왜 처음부터 가라고 하지 않고 붙들어두는거야."였다.
뭐, 대답할 말이야 많지만 그보다 더 이상한 것은 내가 별로 화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아이가 화가 난 모양이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부모와 아이 사이]를 다시 읽고 있는데, '1장 아이와 대화 나누기'에 "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감정에 대응한다"는 구절이 있다. 아마 내가 그동안 가장 잘못 했던 일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대할때 감정을 헤아리기보다 드러나는 행동에 집중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사실 내가 정서적으로 여유가 있을때는 타인을 대할때도 여유가 있고, 빡빡하면 그렇게 대하는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늘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아이에게도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생각할 시간. 그리고 항상 이유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나도 항상 내 행동이나 감정을 설명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문제는 설명하고자 할 때는 열심히 들어줄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을 분별하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