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는 지난번과 같이 별로 힘들지 않았다. 집에도 택시타고 혼자 왔다.

저녁밥 먹고 열시쯤 잤는데 새벽에 한시에 잠이 깼다. 속이 너무 안좋아서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저녁밥 먹고 먹으라는 약을 안먹었다. 지난번에도 하루 두번 먹으라는 약을 주사맞은 당일 저녁에 먹었는지 기억이 안났다. 안먹은 것 같긴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약 탓인가 싶기도 해서 두시쯤 먹었다. 다행히 조금 괜찮아지기는 했는데 잠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섯시쯤 되니 눈도 아프고 두통이 심해서 타이레놀을 먹었다. 약 먹고 아욱 된장국 끓이고 누룽지 끓여둔 것 냉장고에 넣고 조금 앉아 있으니 남편이 내려왔다. 새벽에 깨서 잠을 못잤으니 깨우지 말라하고 누웠다. 다행히 여섯시부터 일곱시 삼십분까지는 잤다. 아침밥 먹고 삼십분 있다가 약먹고 누웠다.

눈 뜨니 열두시 이분전이더라. 밤새 손이 참 많이 부었는데  자고 나니 많이 가라앉았다. 그런데 배가 쥐어짜듯이 아팠다. 그때 딸이 올라와서 점심 먹자해서 누룽지를 먹었더니 배 아픈 것이 나았다. 배가 비어서 아팠나보다. 또 고추가루 들어간 음식을 먹으니 목이 아프다. 동생이 해다 준 겉절이와 부추김치가 맛난데 못 먹게 되었다.

할 일은 많은데 작업실 내려가서 의자에 앉을 자신이 없다. 그냥 맘 비우고 쉬어야겠다. 무리하느니 하루 푹 쉬면 내일부터는 움직일 수 있겠지.

사실 약 바뀐다는 5차 주사 맞고 지금보다 더 힘들까봐 걱정해서 더 지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욕심내서 하겠다 해놓고 책임 못지게 될까봐서 불안한거다. 할수 있을거야! 쉬엄쉬엄 해보자고!!!!

내가 주위에 민폐가 된다는 사실을 아직도 흔쾌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나보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못해서 다른 식구들이 해야 하는 상황이 견디기 어려운 모양이다. 사실 이러한 마음은 반대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내 맘을 비추는 거울 같은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하지만 흔쾌하게 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해준다는 것이 중요한거지 드러나지 않은 마음까지 노심초사할 것도 아니지 싶기도 하네.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생각하지도 않더라. 지레짐작 하지 말고 호의가 빚이 아니라 선물이라고 생각하자. 나도 누구에게 무언가를 해줄 때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잖아. 오히려 의무라고 생각하지.

관극을 세번이나 했는데 무엇보다 오랜 시간을 의자에 앉아 있는 일이 제일 힘들었다. 무릎 뒤 오금이 너무 아파서 일어나면 바로 걷을 수가 없고 계단 내려 오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사실 오금이 아픈 건 의자에 조금 오래 앉아 있으면 나타나는 증상이 두어달 된 듯 하다. 한두시간 하고 조금 일어나서 움직이면 풀렸는데 관극은 내맘대로 일어날 수가 없으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집에 와서 울 아가를 산책시키느라 다리에 더 힘이 들어가서 그런지 삼주차에는 무릎 아픈 것이 쉬어도 풀리지 않았다.

병원도 중간 점검하느라고 초음파 검사, MRI 검사하고 일주일 뒤에 원장님 진료도 하고 피검사도 세번이나 했다. 호중구 수치가 떨어져서 백혈구 수치 올리는 주사도 맞았다.

친구가 맛난거 사준다고 만나자 해서 만났는데 집에 와서 너무 피곤했다.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도 당분간은 쉬어야겠다. 피곤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이번에는 고기가 먹고 싶지 않고 부침개나 기름에 지지거나 튀긴 음식이 먹고 싶었다. 순대도 먹고 싶고 곱창도 먹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먹으러 가면 생각보다 맛이 없어서 본전 생각이 났다. 그래도 내가 한 부침개는 먹을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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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응급실에서 맞았다. 내 생일이어서 주사 맞고 오면서 남편하고 아이들하고 보쌈을 먹으러 갔다. 먹고 싶어서 갔는데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주사 맞은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아주 가벼웠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마치 3주차에 하던 대로 이것저것 집안일을 했다. 그런데 이틀 뒤 점심을 먹는데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몸은 가벼웠는데 역시 무리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날부터 그냥 침대와 한몸이 되어서 보냈다. 아무리 몸이 가벼워도 무리를 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던 한 주였다.

이제는 고기가 그다지 먹고 싶지 않다. 대신 배가 비면 속이 이상한 듯해서 쉬지 않고 먹고 있다. 밥을 먹든 과자나 과일이나 늘 먹을 것을 끼고 있다.

지난 번에는 매운 것을 먹으면 목구멍이 화끈거려서 못 먹었는데 이번에는 괜찮다. 그리고 입안도 헐어서 힘들었는데 그것도 다 나았다. 밥 먹고 바로 양치를 해야 개운했는데 요즘은 견딜만하다. 대신 좀 손발이 붓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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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하지 않고 응급실에서 맞았다. 딸이랑 같이 와서 진료 받고 딸은 입원하러 막내 동생이랑 갔다. 재작년 가을에 넘어져서 수술한 팔에 삽입한 지지대를 빼는 수술을 다음 날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막내가 입원 수속을 해 주고 다음날 수술할 때까지는 둘째가 있어주기로 했다. 수술한 날 밤에도 같이 자고. 낮에는 막내가 있어주기로 하고 퇴원도 시켜주기로 했다. 나는 병원에 오지 말라며 얼마나 신신당부를 하는지 고맙고 미안했다.

주사 맞고 집에 올 때는 남편이 데리러 왔다. 배고프다고 했더니 간호사 선생님이 보통 주사 맞으러 올 때 점심으로 먹을 걸 가져 온다고 했다. 그래서 남편 올 때 샐러드 사오라 해서 먹었는데 네시 쯤 되니까 겁나 배가 고팠다. 마을버스 타고 다니면서 보았던 메밀 국수집에 갔는데 소고기도 팔길래 등심을 먹었다. 메밀 국수도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은 없었다. 주사 맞고 나면 혀에 뭔가 한꺼풀 덮힌 느낌이다. 그래서 무엇을 먹어도 맛은 없다.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그냥 맛을 모르겠다.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일주일 후에 진료 보러 갔는데 이번에도 면역 수치는 떨어지지 않았다. 숨이 차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심장 초음파를 해보자 해서 했다. 결과는 정상이었다. 결국 운동부족이었나 보다.

손이 많이 거칠어지고 손바닥에 빨긋빨긋한 반점이 생겼다. 그리고 물집도 두군데 정도 생겼다. 코바늘 뜨개를 했더니 마찰이 생겨서 그런 듯 하다.

여전히 5일은 불편하고 이주차 되면 괜찮아지고 삼주차는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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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처음 간 날에서 13일, 진단받은 날에서 11일 만에 첫번째 항암 주사를 맞았다. 오전에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입원하기전에 점심을 먹었다. 당분간 회는 먹지 못할 지도 몰라서 먹으러 갔다. 막내 동생이랑 딸이랑 영등포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에 가서 먹었다. 점심은 제부가 맛난 거 사주라고 카드를 주었단다. 덕분에 비싼 것 먹었다.  병 진단 받고 병원 다니는 동안 용인 사는 막내 동생이 늘 같이 다녔다. 버스나 택시 대신에 동생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편하게 병원을 다닐 수 있어서 고마웠지만 내가 장거리 운전을 싫어하니까 늘 미안했다.  

5인실에 입원했는데 다행히 텔레비전이 없었다. 물론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내내 이야기는 했지만 텔레비전 보다는 참을만 했다. 하지만 하룻밤 있어보니 다음부터는 입원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어차피 주사는 반나절이면 다 맞는데 계속 있을 필요가 없고 병원이 너무 불편했다. 첫번째이니까 혹시 몰라서 선생님도 입원하는 것이 좋다고 했고 다음날 케모 포트 시술도 해야 해서 있었던 거다.

유방암이 있는 쪽 팔로 피도 뽑지 않고 혈압도 재면 안된다 했다. 그래서 주사는 오른쪽 팔에 맞았다. 오른쪽을 쓸 수 없어서 많이 불편했다.

주사 맞고 나서 제일 불편했던 것은 입맛이 없다는 거다. 문제는 입맛만 없으면 괜찮은데 겁나 배가 고프다는 점이었다. 먹고 싶지는 않은데 배는 고프니 정말 괴로웠다. 이런 상태가 한 오일은 가더라. 오일은 병원에서 주는 항구토제 먹는 기간이기도 했다. 주사 맞고 일주일 후에 선생님 진료를 받고 피 검사 하고 결과를 듣고 왔다. 면역 수치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번 주사 맞을 날짜 정하고 왔다. 그러니까 주사 맞고 일주일 후에 진료 받고 이주 후에 다시 주사 맞고 하는 일정이 8번 진행되는 것이다.

첫번째 주사 맞고 오일 지나니까 고기가 엄청 먹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번 주사 맞기 전까지 거의 매일 한끼는 소고기를 먹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그전에는 고기는 어쩌다 먹고 싶은 날이 아니면 구태여 찾아 먹지 않았는데 정말로 열렬히 먹고 싶었다. 그것도 돼지고기 말고 소고기가 엄청 땡겼다. 친정 엄마가 암 치료 받는다는 이야기 듣고 딸 통장으로 백만원을 보내면서 맛난 거 사주라고 하셨단다. 처음에는 도로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엄마 마음이니 고맙게 받기로 했다.

주사 맞고 이주째까지는 남편이 밥을 해 먹고 다녔다. 무리해서 하면 할 수 있을 것도 같았지만 하기 싫었다. 삼주 차 되니까 평상시 처럼 생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것보다도 내가 한 음식이 먹고 싶었다. 내가 한 된장국, 미역국, 김치가 먹고 싶었다.  

삼주째 되는 주에 동생들이랑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왔다. 내가 진단받았을 때 셋째가 치료 시작하기 전에 자매들끼리 여행 다녀오자고 했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주사 맞고 다녀오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도 다녀와도 좋다고 했다. 오키나와 여행은 좋았다. 셋째가 비행기와 숙박을 모두 부담하고 우리는 나머지 경비를 나누어 냈다. 2박 3일 여행이었는데 잘 다녀왔다. 오키나와가 참 조용하고 편안했다. 만약에 다시 간다면 경치 좋은 곳에 짱 박혀서 근처를 걸어다니면서 지내도 좋을 것 같았다. 자매들끼리만 다녀온 여행은 처음이었다.

첫날 숙소에서 머리를 감는데 머리칼이 겁나게 많이 빠졌다. 심지어 머리를 수건으로 터는데도 우수수 떨어지는데 참 지저분하기도 했다. 다음 날 도예촌 구경을 갔는데 바람만 불어도 머리 두피가 너무 아팠다. 그래서 스카프를 쓰고 다녔다. 어쩐지 여행 가방 꾸리면서 두건 사 놓은 것을 가져오고 싶더라니 후회가 되었다. 집에 온 다음날 미용실 가서 머리를 밀어 달라 했다. 밀고 나니 두피가 아픈 것은 없어졌다. 예전에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거나 하면 머리가 당겨서 아픈 것과 비슷한데 그것보다는 강도가 조금 더 세다고 보면 될 듯 하다. 머리칼이 없으니 목덜미가 참 많이 선선해서 가끔은 춥기도 했다.

진단 받기 전에 예매해 두었던 공연 표가 여러 장 있었는데 하나만 보고 나머지는 모두 딸한테 가라 했다. 일단 가서 앉아 있을 자신이 없었고 열렬하게 보고 싶은 마음도 안들었다. 안보니 점점 보고 싶은 열망도 사그라드는 것 같다. 무엇보다 외출하면 엄청 피곤해서 다른 일을 할 엄두가 안난다. 지금 당장 해야 할 프로젝트가 있으니 쓸 수 있는 내 기력을 함부로 쓰기가 겁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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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 어느날이었다. 샤워하다 가슴을 만져보니 멍울이 딱딱하게 잡혔다. 양쪽을 번갈아 만져보니 한쪽이 확연하게 크다 싶었다. 얼마 전부터 왼쪽 겨드랑이도 아팠던 것이 생각나면서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챙겨듣던 팟캐스트 <나는 의사다>의 <명의와의 수다>에 나왔던 유방 전문병원에 예약을 했다.

재봉 수업을 마치고 예약했던 병원에 왔다. 쾌적하고 조용하고 병원이 참 좋았다. 유방 사진 찍고 원장님 진료를 받고 또 초음파도 찍고 다시 이야기하고 조직검사까지 했다. 유방에 멍울도 크고 임파선 쪽에도 멍울이 있다 했다. 원장님이 조직 검사 결과 들으러 올 때 보호자하고 같이 오라고 하셨다. 진료 내내 원장님 표정이 너무 걱정스러워서 조직 검사 결과가 어찌 나올지 감이 왔다. 수요일에 진료 받았는데 금요일에 조직검사 결과 보려 오라고 했다. 금요일에 병원 간다니까 아이들하고 남편이 모두 오겠다 해서 같이 결과를 들었다. 그 병원에서는 암 치료는 하지 않으니 소개를 해 주겠다고 했다. 유방암 수술은 어렵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치료 시작하는 것이 좋으니 굳이 큰 병원은 가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그리고 집에서 가까운 곳이 치료 받기 좋을 거라고 해서 원장 선생님이 선택해 준 곳으로 가기로 했다. 화요일에 보험회사에 낼 서류하고 치료 받을 병원에 제출할 의뢰서와 조직 검사 결과지, 샘플, 초음파 사진 등등을 받아왔다.

수요일에 치료할 병원에 갔다. 원장님 진료 받고 유방 사진, 초음파를 다시 찍었다. 이날은 일 때문에 다른 검사를 할 시간은 안되어서 목요일에 다시 가서 MRI, 엑스레이, CT 그리고 여러가지 검사를 다하니 하루가 다  갔다. 2기 말 정도라고 했다. 멍울도 크고 임파선에도 전이가 되어서 수술하기 전에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항암치료를 담당하는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이었다. 다음 주 화요일에 입원해서 항암주사를 맞기로 했다. 항암주사는 전부 8회를 삼주 간격으로 맞고 4회씩 나누어 약이 다르다고 했다. 항암치료 시작하면 무척 힘들거라고 했다.

처음에 진료받은 원장님한테 일을 하는 것이 있는데 어찌하면 좋겠냐고 했더니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시작하려던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려고 했다.

처음 진단 받은 날부터 항암치료 시작하기 전까지 엄청나게 머리도 아프고 기운도 없었다. 자리 보전하고 누워있었다. 아마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충격을 받아서 몸이 먼저 반응을 했던 것 같다. 나는 늘 머리보다 몸이 내 상태를 더 잘 아는 것 같다.  동생들이나 암이라고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 반응이 너무 걱정스러워서 도리어 내가 더 미안했다. 암 걸렸다고 죽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죽어도 크게 아쉽지는 않기도 하고. 제일 걱정은 통증이 심해서 힘든 것이다. 마음 한켠에서는 암이라고 했을 때 안도감도 들었다. 적어도 요양원에서 삽관하고 영양 공급하면서 누워있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위에서 어찌나 잘해 주는지  정말로 죽을 병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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