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어느날이었다. 샤워하다 가슴을 만져보니 멍울이 딱딱하게 잡혔다. 양쪽을 번갈아 만져보니 한쪽이 확연하게 크다 싶었다. 얼마 전부터 왼쪽 겨드랑이도 아팠던 것이 생각나면서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챙겨듣던 팟캐스트 <나는 의사다>의 <명의와의 수다>에 나왔던 유방 전문병원에 예약을 했다.

재봉 수업을 마치고 예약했던 병원에 왔다. 쾌적하고 조용하고 병원이 참 좋았다. 유방 사진 찍고 원장님 진료를 받고 또 초음파도 찍고 다시 이야기하고 조직검사까지 했다. 유방에 멍울도 크고 임파선 쪽에도 멍울이 있다 했다. 원장님이 조직 검사 결과 들으러 올 때 보호자하고 같이 오라고 하셨다. 진료 내내 원장님 표정이 너무 걱정스러워서 조직 검사 결과가 어찌 나올지 감이 왔다. 수요일에 진료 받았는데 금요일에 조직검사 결과 보려 오라고 했다. 금요일에 병원 간다니까 아이들하고 남편이 모두 오겠다 해서 같이 결과를 들었다. 그 병원에서는 암 치료는 하지 않으니 소개를 해 주겠다고 했다. 유방암 수술은 어렵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치료 시작하는 것이 좋으니 굳이 큰 병원은 가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그리고 집에서 가까운 곳이 치료 받기 좋을 거라고 해서 원장 선생님이 선택해 준 곳으로 가기로 했다. 화요일에 보험회사에 낼 서류하고 치료 받을 병원에 제출할 의뢰서와 조직 검사 결과지, 샘플, 초음파 사진 등등을 받아왔다.

수요일에 치료할 병원에 갔다. 원장님 진료 받고 유방 사진, 초음파를 다시 찍었다. 이날은 일 때문에 다른 검사를 할 시간은 안되어서 목요일에 다시 가서 MRI, 엑스레이, CT 그리고 여러가지 검사를 다하니 하루가 다  갔다. 2기 말 정도라고 했다. 멍울도 크고 임파선에도 전이가 되어서 수술하기 전에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항암치료를 담당하는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이었다. 다음 주 화요일에 입원해서 항암주사를 맞기로 했다. 항암주사는 전부 8회를 삼주 간격으로 맞고 4회씩 나누어 약이 다르다고 했다. 항암치료 시작하면 무척 힘들거라고 했다.

처음에 진료받은 원장님한테 일을 하는 것이 있는데 어찌하면 좋겠냐고 했더니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시작하려던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려고 했다.

처음 진단 받은 날부터 항암치료 시작하기 전까지 엄청나게 머리도 아프고 기운도 없었다. 자리 보전하고 누워있었다. 아마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충격을 받아서 몸이 먼저 반응을 했던 것 같다. 나는 늘 머리보다 몸이 내 상태를 더 잘 아는 것 같다.  동생들이나 암이라고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 반응이 너무 걱정스러워서 도리어 내가 더 미안했다. 암 걸렸다고 죽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죽어도 크게 아쉽지는 않기도 하고. 제일 걱정은 통증이 심해서 힘든 것이다. 마음 한켠에서는 암이라고 했을 때 안도감도 들었다. 적어도 요양원에서 삽관하고 영양 공급하면서 누워있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위에서 어찌나 잘해 주는지  정말로 죽을 병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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