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처음 간 날에서 13일, 진단받은 날에서 11일 만에 첫번째 항암 주사를 맞았다. 오전에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입원하기전에 점심을 먹었다. 당분간 회는 먹지 못할 지도 몰라서 먹으러 갔다. 막내 동생이랑 딸이랑 영등포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에 가서 먹었다. 점심은 제부가 맛난 거 사주라고 카드를 주었단다. 덕분에 비싼 것 먹었다.  병 진단 받고 병원 다니는 동안 용인 사는 막내 동생이 늘 같이 다녔다. 버스나 택시 대신에 동생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편하게 병원을 다닐 수 있어서 고마웠지만 내가 장거리 운전을 싫어하니까 늘 미안했다.  

5인실에 입원했는데 다행히 텔레비전이 없었다. 물론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내내 이야기는 했지만 텔레비전 보다는 참을만 했다. 하지만 하룻밤 있어보니 다음부터는 입원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어차피 주사는 반나절이면 다 맞는데 계속 있을 필요가 없고 병원이 너무 불편했다. 첫번째이니까 혹시 몰라서 선생님도 입원하는 것이 좋다고 했고 다음날 케모 포트 시술도 해야 해서 있었던 거다.

유방암이 있는 쪽 팔로 피도 뽑지 않고 혈압도 재면 안된다 했다. 그래서 주사는 오른쪽 팔에 맞았다. 오른쪽을 쓸 수 없어서 많이 불편했다.

주사 맞고 나서 제일 불편했던 것은 입맛이 없다는 거다. 문제는 입맛만 없으면 괜찮은데 겁나 배가 고프다는 점이었다. 먹고 싶지는 않은데 배는 고프니 정말 괴로웠다. 이런 상태가 한 오일은 가더라. 오일은 병원에서 주는 항구토제 먹는 기간이기도 했다. 주사 맞고 일주일 후에 선생님 진료를 받고 피 검사 하고 결과를 듣고 왔다. 면역 수치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번 주사 맞을 날짜 정하고 왔다. 그러니까 주사 맞고 일주일 후에 진료 받고 이주 후에 다시 주사 맞고 하는 일정이 8번 진행되는 것이다.

첫번째 주사 맞고 오일 지나니까 고기가 엄청 먹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번 주사 맞기 전까지 거의 매일 한끼는 소고기를 먹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그전에는 고기는 어쩌다 먹고 싶은 날이 아니면 구태여 찾아 먹지 않았는데 정말로 열렬히 먹고 싶었다. 그것도 돼지고기 말고 소고기가 엄청 땡겼다. 친정 엄마가 암 치료 받는다는 이야기 듣고 딸 통장으로 백만원을 보내면서 맛난 거 사주라고 하셨단다. 처음에는 도로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엄마 마음이니 고맙게 받기로 했다.

주사 맞고 이주째까지는 남편이 밥을 해 먹고 다녔다. 무리해서 하면 할 수 있을 것도 같았지만 하기 싫었다. 삼주 차 되니까 평상시 처럼 생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것보다도 내가 한 음식이 먹고 싶었다. 내가 한 된장국, 미역국, 김치가 먹고 싶었다.  

삼주째 되는 주에 동생들이랑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왔다. 내가 진단받았을 때 셋째가 치료 시작하기 전에 자매들끼리 여행 다녀오자고 했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주사 맞고 다녀오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도 다녀와도 좋다고 했다. 오키나와 여행은 좋았다. 셋째가 비행기와 숙박을 모두 부담하고 우리는 나머지 경비를 나누어 냈다. 2박 3일 여행이었는데 잘 다녀왔다. 오키나와가 참 조용하고 편안했다. 만약에 다시 간다면 경치 좋은 곳에 짱 박혀서 근처를 걸어다니면서 지내도 좋을 것 같았다. 자매들끼리만 다녀온 여행은 처음이었다.

첫날 숙소에서 머리를 감는데 머리칼이 겁나게 많이 빠졌다. 심지어 머리를 수건으로 터는데도 우수수 떨어지는데 참 지저분하기도 했다. 다음 날 도예촌 구경을 갔는데 바람만 불어도 머리 두피가 너무 아팠다. 그래서 스카프를 쓰고 다녔다. 어쩐지 여행 가방 꾸리면서 두건 사 놓은 것을 가져오고 싶더라니 후회가 되었다. 집에 온 다음날 미용실 가서 머리를 밀어 달라 했다. 밀고 나니 두피가 아픈 것은 없어졌다. 예전에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거나 하면 머리가 당겨서 아픈 것과 비슷한데 그것보다는 강도가 조금 더 세다고 보면 될 듯 하다. 머리칼이 없으니 목덜미가 참 많이 선선해서 가끔은 춥기도 했다.

진단 받기 전에 예매해 두었던 공연 표가 여러 장 있었는데 하나만 보고 나머지는 모두 딸한테 가라 했다. 일단 가서 앉아 있을 자신이 없었고 열렬하게 보고 싶은 마음도 안들었다. 안보니 점점 보고 싶은 열망도 사그라드는 것 같다. 무엇보다 외출하면 엄청 피곤해서 다른 일을 할 엄두가 안난다. 지금 당장 해야 할 프로젝트가 있으니 쓸 수 있는 내 기력을 함부로 쓰기가 겁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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