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 회의가 있어서 하루 일찍 주사를 맞기로 했다. 그래서 원장님 진료받는 날과 겹쳤다. 원장님은 촉진하면서 크기가 준 것 같냐고 물어보는데 잘 모르겠다 했다. 사실 잘 안 만져보기도 하고 크게 걱정하지도 않으니까 그런가보다. 원장님은 줄고 있다했다. 치료가 잘되고 있는거겠지.

항암치료 담당한 선생님은 오전에는 수술이라 입원이랑 주사 오더만 간호사에게 내주고 가셨다. 4인실에 입원했는데 2명이 창가에 먼저 계셔서 좋아라 했다.  창가에 있는 내 자리 커튼을 치면 문가에 있는 분이 텔레비전이 안보인다. 그래서 강제로 보아야 하는 괴로움이 있는데 그럴 일이 없어서 좋았다. 그런데 다른 괴로움이 생겼다. 당신들은 춥다고 에어컨을 안켜서 난 너무 더웠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안보는 분들이라 소리도 안들어서 좋긴 했다. 이런 경우라면 내 자리가 에어컨 옆자리였어야 했는데 누가 앞일을 미리 알겠어. 어제까지는 4인실에 세명만 있었다.  

선생님이 첫날 오후 회진을 와서 프로젝트 다 끝났냐고 물어보았다. 아직 안끝났다 했더니 나더러 대단하다며 다른 환자들한테도 항암 치료하면서 프로젝트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야기할거라고 하며 칭찬해 주셨다. 사실 내가 일 조절을 할 수 있는거라 가능하지 매일 출퇴근하는 일이라면 못했을거다.  그리고 기력이 있다고 평소에 하던대로 할 수는 없고 모아서 프로젝트만 해야 한다. 집안일은 내팽겨쳐 둔다. 결국 돈 받는 일을 하는거지.

이박 삼일 입원해서 삼일째인 오늘까지는 지난번 보다 더 편하다. 배도 안아프고 특별히 불편한 곳도 없다. 오늘 아침 밥맛이 없는 것만 빼면 훨씬 좋다. 내일 할일이 있어서 긴장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입원한 다음날 새벽에 드라마 비밀의 숲을 8회차까지 다 보고 아침에 자려고 했는데 잠이 안오더라. 덕분에 밤에 잘잤다. 5회차에도 병원에서 더 쾌적하게 잘 지내기는 했지.

열심히 어제, 오늘 새벽 상태를 썼는데 저장이 안되어서 날라갔다.  

결론은 이틀 모두 새벽 세시에 잠이 깼다. 게다가 3회차 주사 맞은 상태와 비슷하다. 가벼운 느낌. 그때도 무리했다가 힘들었는데 이번에도 조심해야겠다.

6일차, 몸살 난 것처럼 피부도 아프고 뼈도 아프다. 속도 부딪끼고.  무기력이 제일 힘들다.

7일차, 네시 사십분쯤 잠이 깼다. 배가 아프다. 어제 밤에는 머리가 아파서 타이레놀 먹었다. 잠이 깨서 한시간 간격으로 계속 자다깨다 했다. 지금은 일곱시 사십분. 딸이 올라와서 아침 준비 중이다. 손목, 발목, 눈, 허벅지, 허리, 무릎이 쑤신다.

8일차, 새벽 두시 이십분. 몸은 가벼워진 듯 하다. 쑤시는 것도 덜하다. 잠만 안깨고 푹 자면 되겠구나. 눈 뜨니 여섯시 십사분.

9일차,  여섯시 오십분. 중간에 깬 기억없이 푹 잤다. 아침에 아가 응가 산책시키고 왔는데 힘들었다. 숨차고 등이 아팠다. 누워 있으니 조금 있다 괜찮아졌다. 일단 조금 과하게 움직였다 싶으면 숨이 차다. 며칠 지나면 괜찮겠지.

10일차. 여섯시 오십분. 중간에 한번 깬 듯도 하나 금방 다시 잠들었다. 아픈데 없다. 조금 움직이면 숨이 차고 오래 앉아 있기는 힘들었다.

11일차. 여섯시. 잘 잤다. 어제 열시 전에 잠이 들어 새벽쯤 잠깐 깼다가 금방 잠들었다.

12일차. 한시쯤 자서 6시 전에 깼지만 바로 잠들어서 눈뜨니 일곱시 이십이분. 어제부터 작업 시작했다. 드디어 제 컨디션이 돌아와서 기쁘다. 오늘은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13일차. 어제 운전하고 다니느라 피곤했다. 일찍 잤는데도 제대로 눈을 뜨니 일곱시가 넘었다. 아이고...

14일차. 새벽 세시 넘어서 잠이 깨서 여섯시쯤 도로 잠이 든 듯 하다.  목에 뭐가 걸린 듯해서 기분이 안좋다. 그래도 미각은 돌아오고 있다. 혀에 매끄러운 막이 있는 듯 하지만. 계단 올라올 때 숨이 찬 것도 여전하다.

15일차. 비숲 이틀치 몰아 보느라 늦게 잤는데도 여섯시 전에 잠이 깼다. 어제 밤부터 등이 아프다. 아마도 의자에 오래 앉아 작업을 해서 그런가보다. 요 며칠 우울하기도 했다.  페북에 팔로잉하는 물뚝심송님 암이 재발했다는 글을 보면서 심란했나보다. 그리고 페북 타임라인에서 유방암으로 사망한 수학자 이야기도 보았다.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안하고 있었나보다. 결국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던거지. 죽는 것이 무섭다기보다는 과정이 겁난다. 번거롭고 지겨워서 살기 싫은데 그래야만 할까봐 무섭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지만 이승에 있어야 할 이유도 딱히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16일차. 다른 증상은 없는데 손에 피부가 벗겨지려나보다. 잘 안보이기는 한데 양손 모두에서 생기기 시작했다. 손바닥이 제일 많이 그 다음이 손가락인 듯 하다.

17일차 부터 24일차. 벗겨지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컨디션이 좋아서  선생님이 사주신 민어탕으로 복달임도 하고 관극도 하고 저녁도 지인이 사주어서 잘먹고 왔다. 그리고 보고서 마무리도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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