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주사 맞아서 백혈구 수치가 많이 올라갔다고 했다. 몸무게를 쟀는데 4kg이나 늘었다. 너무 많이 먹었나보다. 사실 배가 비면 너무 속이 아프고 더 울렁거리는 것 같아서 끼니마다 아무 맛이 없지만 한그릇 꼭꼭 먹고 배가 비었다 싶으면 먹을 걸  입에 달고 있으니 살이 안찔 수가 없겠지.이번에는 입원하고 주사를 맞았다. 항암 주사 맞고 다음날 백혈구 수치 올리는 주사 맞아야 한다 해서 하루 입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24시간 후에 맞을 수 있다 해서 하루 더 있었다. 저녁 8시에 맞고 퇴원하기 귀찮았다. 4인실이 넓고 시원했다. 아침 저녁 드라마 강제 시청하는 괴로움이 있긴 했지만 종일 틀어놓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선생님도 오전 오후에 회진하고 약도 계속 먹고 간호사들도 정기적으로 보러 와 주니 편했다. 그리고 집에 있으면 아가 산책 신경 썼을텐데 그럴 필요가 없으니 더 편했다. 오히려 입원하고 있는 동안은 편하고 아프지도 않았다.

목요일 오전에 퇴원했는데 집에 오니 더 아프기 시작했다. 아마도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생각만큼 몸이 안따라주니 힘들어서 그런 듯 했다. 아무튼 오늘까지 거의 침대에 누워서 영화를 봤다.지난 번까지는 주말에 기운을 차렸는데 이번에는 꼬박 일주일 쉬어야 하나 보다. 손톱 끝이 부딪히면 아파서 짧게 잘랐다. 무엇보다 입맛도 없고 배도 안고프다. 그동안 비축해 놓은 몸무게가 있으니 조금 덜 먹는다고 큰일은 없겠지. 석달 사이에 사킬로그램이나 늘어서 이참에 좀 빠졌으면 좋겠다.

오늘 병원에 가서 여기저기 쑤시고 배도 아프다 했더니 이주일치 약을 처방해 주었다. 손에 바르라고 연고도 받았다. 지난번 곰팡이도 확인하고 귀도 간지러워서 이비인후과도 갔는데 곰팡이는 재발하지 않았고 외이도염이 생겨서 간지러운거라며 귀에 넣는 약을 처방해 주었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러니 절대 긁지 말라 했다.

우야든 배는 아직 아프지만 내일부터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내맘대로 몸을 쓸 수 없어서 짜증이 난다.

음식 냄새는 좋은데 막상 먹으면 아무 맛이 없다.

선생님이 입맛 돋우는 약 처방해 줄까 해서 괜찮다 했다. 입맛은 없어도 먹을 수는 있으니까.

땀을 어찌나 흘리는지 겨드랑이에서 식초 냄새가 난다.

퇴원한 첫날 새벽에 잠이 깨서 금방 잠이 안오길래 영화를 봤다. 그날 이후로 소변 보느라 잠이 깨기는 하지만 금세 잠이 들어서 잠을 엄청 많이 잤다. 영화 보다가도 자고 팟캐스트 듣다가도 자고. 책을 읽고 싶지도 않고 팟캐스트 들으며 뜨개질 하고 싶지도 않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을만큼 무기력하다. 뜨개질은 손가락이 아파서 엄두가 안나고 책도 딱히 읽고 싶은 맘이 안든다.

이번엔 열흘 동안 의욕이 없어서 거의 매일 자다 깨다 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밥맛도 없었다. 물론 매 끼니 먹기는 먹었다. 약도 먹어야 하고 맛은 없어도 목으로 넘어가니까. 그동안 맛이 없다는 걸 보통은 맛이 그저그렇다는 의미로 썼다는 걸 알았다. 정말 아무 맛이 안느껴지더라. 입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건 알지만 그뿐이었다.

열흘 지나니까 의욕이 돌아오고 거기서 닷새 더 지나니까 입맛도 조금 돌아왔다. 모임도 가고, 일 때문에 지방도 다녀오고, 보고서도 쓰고, 일박 이일 워크숍도 준비해서 진행했다. 그리고 다시 6회차 주사 맞는 날이 돌아왔다.

시누들은 전화를 하고 막내 동서는 톡으로 안부를 물었다. 동서들은 내 성정을 아니 귀찮아할거라 생각해서 가능하면 무덤덤하게 지나는 것 같고 시누들은 걱정을 가득담은 전화를 했지.두 경우 모두 고맙지 뭐. 아무튼 큰시누는 소식들은 그 주말에 오겠다는 걸 오지 말라 했다. 주사맞고 퇴원한 그 주말은 너무 힘들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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