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자 안에는 순교자나 성인의 전기와 흡사한 그녀의 약력이 적혀 있었다.
그녀는 고통 받았고 불의에 대항해서 싸웠으며 고문받는 조국을 버려야만 했으나 투쟁을 계속한다고 했다. 마지막에는 "그녀는 자유를 위해 그림으로 싸운다."라고 씌어있었다.
그녀는 항의했으나, 사람들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뭐라고요? 공산주의가 현대 예술을 박해하는 것이사실 아닌가요?
그녀는 격분해서 대답했다. "나의 적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키치예요!"
그 후 그녀는 자기 약력을 애매모호한 문구로 감쌌고미국에 와서는 드디어 자기가 체코인이라는 사실조차감추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이 그녀의 삶을 가지고 만들어 내려고 했던 키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처절히 노력해야만 했다.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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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는 무엇을 해야만 했을까? 서명해야 했는가 말아야 했는가?
이 문제를 다른 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목청높여 자신의 종말을 재촉하는 것이 나았을까? 혹은 침묵해서 그 대가로 좀 더 느린 종말을 사야 했을까?
이런 질문들에 한 가지 해답만이 존재할까?
그리고 다시 한 번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생각이 그의머리에 떠올랐다.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 번뿐이며, 모든상황에서 우리는 딱 한 번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과연 어떤 것이 좋은 결정이고 어떤 것이 나쁜 결정인지결코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결정을 비교할수 있도록 두 번째,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인생이 우리에게 주어지진 않는다.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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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아직까지도 고민하는 이유가 뭘까? 그의 모든 결심 기준은 하나뿐이다. 테레자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절대 하지 말 것. 토마시는정치범은 구할 수 없었지만 테레자는 행복하게 해줄 수있었다. 아니다. 그것조차도 그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탄원서에 서명한다면 경찰이 더욱 자주 그녀를 괴롭히•러올 것이며 그녀의 손은 더욱 심하게 떨릴 것이라는 것은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는 것보다 생매장당한 까마귀를 꺼내 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요."
그는 이 말이 이해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해졌다. 예기치 못한 돌연한 도취감이 느껴졌다. 아내에게 그녀와 아들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선언했던 그날 느꼈던 것과 똑같은 검은 도취감, 의사 직업을 영원히 포기하겠다고 쓴 편지를 우체통에 던져 넣었던 그날 느꼈던 것과 똑같은 검은 도취감. 그가 올바른행동을 하는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으나 그가 원하는바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미안합니다. 서명하지 않겠습니다."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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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박해받는 사람 편이길 바랍니다!"
대화하는 동안 토마시는 아들이 그를 어떻게 부를지궁금했다. 지금까지 아들은 어느 쪽이든 선택하지 않고말을 돌려 표현했다. 이번에는 마침내 그가 선택한 것이다. 그는 아버지가 아닌 아빠란 말을 택했고, 그제야 토마시는 그때까지 문제였던 것은 정치범 사면이 아니라바로 자신의 아들이었음을 확신했다. 서명을 하면 그들두 사람의 운명은 다시 만날 테고, 토마시는 어쨌거나 그와 가깝게 지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명하지 않는다면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들 관계는 여전히 소원할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토마시의 뜻이 아니라 아들의뜻일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가 비굴하다는 이유로 그를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무슨 수를 두더라도 패배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게임을 포기해야만 하는 체스 선수의 처지에 빠져 있었다. 따지고 보면 그가 서명을 하든 하지 않든 간에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것이 그의 운명이나 정치범의 운명을조금도 바꾸지 못할 터이다.
"그거 이리 주십시오." 그는 종이를 받아 들었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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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 보았고,
토마시가 찬찬히 뜯어보니 아들의 윗입술 왼쪽이 약간올라간 것이 눈에 띄었다. 그는 이 비웃음을 잘 안다. 면도가 잘 되었는지 확인할 때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서 본 적 있었던 그런 비웃음이었다. 그것을 다른 사람의얼굴에서 발견한 토마시는 불편한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자기 자식과 언제나 함께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런 유사성에 익숙해지고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테며 가끔은 그 발견을 즐거워할 수도 있다. 그런데 토마시가 아들과 이야기한 것은 이번이 난생 처음이었다! 자기 자신의 비웃음과 마주하는 것에 익숙지 못한 것이다!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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