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나에도 중간이 없는 사람

그렇지만 이제는 그 관계도 재고할 때가 된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좀 강박적이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면 특히 그렇다. 아버지가돌아가셨던 4년 전에 나는 그해에만 1,600 킬로미터 넘게 노를 저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반드시 일주일에 예닐곱 번 보트를 타러 갔고 한번에 10~13킬로미터씩 젓곤 했다. 그해 여름 일주일간 프랑스에 갔었는데, 귀국한 날 오후 2시에 비행기에서 내리고는 4시에강에 있었다. 광적인 운동은 필사적으로 노를 저어서 내 감정을 없애버리려는 시도였다. 요즘은 그렇게까진 하지 않지만, 그래도 종좀 그렇게 하고 싶은 유혹과 압박을 느낀다. 근육을 혹사함으로써다른 상태가 되고 싶은 바람, 그와 더불어 충분함에 대한 의문으로괴로워하는 마음마저 없애버리고 싶은 바람이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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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난 나에게 엄청 너그러운 사람이구나

운동은 내게 칼로리를 소비하는 일일 뿐이었다. 따라서 무조건 많이 할수록 더 좋았고, 몸이 아픈건 개의치 않았다. 사실 나는 조깅이 싫었다. 지루했고 괴로웠다. 하지만 나는 괴로움이야말로 핵심이라고 여겼고, 괴로움을(육체적 괴로움과 정신적 괴로움 둘 다를) 견뎌야만 나 자신에게 다른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여겼다. 어떻게 해서든 자격을 따내지 않고서는 내가 먹을 자격이 (혹은 쉴 자격이, 혹은 자신을 괜찮은 인간으로 여길 자격이 없다고, 어떤 것이든 즐길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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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을 듣고 나니 이해되는 작가의 정리벽

나와 오빠와 언니는 그때 부모님이 살던 집이자 우리가 자란 집을 정리해서 파는 중이었다. 부모님의 집은 혼돈 그 자체였다. 우리는 38년동안 쌓인 물건들을 일일이 살펴보고, 내버리고, 상자에 담아야 했다. 어느 구석을 보나, 어느 표면을 보나 거기에는 수십 년 치의 감정이 숨어 있었다. 그러니 내가 내 집에서 발휘하는 정리벽은 그에대한 아주 강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내가 내면의 무질서와격변처럼 느낀 상황에 대한 방어 행동이었다. 그것은 두려움에 압도된 나머지 통제력을 갈구하는 행동인데, 나는 과거에 거식증을겪을 때도 그랬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혼돈으로 느껴질 때,
우리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을 통제하려고 든다. 무엇이든 좋으니 무언가를, 이를테면 자신이 섭취하는 칼로리를, 자신의 몸무게를, 자신의 환경을. 공황에 빠진 사람은 이상한 짓도 하게 된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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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요령은, 두려움과 감정을 관리하는 법을 익히는것처럼 물건을 관리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물건 무더기들에 논리를 좀 적용해보는 것이다. 좀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내가 중요한 전화번호를 몇 개 버린다고 해서 세상이 정말로 무너질까? 기억이 담긴 물건들을 버린다고 해서 내 과거도 정말로 함께버려질까? 저 리본들이 다 없다고 해서 내가 죽을까? 손톱만큼이라도 문제가 생길까?
아니, 아닐 것이다. 그래도 저 은행 명세서들은 계속 갖고 있어야 할 것 같다...... 혹시 모르잖아.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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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난데?

책장에 걸린 리본 뭉치마저도 막연한 불안을, (상대적으로 사소하고 집착적인) 걱정을 반영한다. 언젠가 내가 선물을 포장해야 하는데 그걸 묶을 리본이 없으리라는 (헉) 걱정이다. 우리 어머니 집에는 오직 고무줄만 가뜩 든 커다란 바구니가 있다. 어머니가그걸 모아둔 이유도 같을 것이다. 어머니는 자신이 그것들을 내버리자마자 고무줄이 절실히 필요한 처지에 놓일 게 분명하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하시는 것이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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