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는 네가 찬란히 살았으면 좋겠어. 삶은 누구에게나 한 번뿐이고 아까운 거니까."
그 순간,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그것에 대해선 알지 못했지만 나는 우리가 어둠 속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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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는 적막과 그것에 균열을 내는 나지막한 코 고는 소리. 그 소리는 나에게서 아주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놀랍게도 내 옆의 온기처럼 위안이 되곤했다. 이모가 우리집에 머무는 동안 만나거나 통화하기가 어려울거라고 말해놓았기 때문에 우재는 퇴근하면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따금씩은 메시지에서 이모를 같이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넌지시 내비치기도 했지만 나는 애써 모른 척했다. 우재를 선뜻 이모에게 보여줄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재가 더이상 단순한대학 동기가 아니라는 자각이 내 안에서 또렷해졌지만, 누군가가내 삶에 중요해진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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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게도 하는 K.H.

그런데도 나는 이번만큼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사실 나는 모른 척해왔지만 네가 대학에 들어간이후 데모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단다. 큰오빠가 딱하다며얘기해줬거든. 그 이야기를 처음 전해들었을 때 나는 솔직히너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 걱정이 되었어. 그렇게 열심히공부해서 대학에 가놓고 데모만 하다니. 내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면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을 거라고 너 몰래 생각하기도 했지. 하지만 K. H. 야, 어쩌면 나는 이제야 조금이나마 너를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몰라.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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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에 수석으로 입학한 수재 남동생을 늘 자랑하던 언나는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매일 울고 있어. 내일 아첨에 병원에 가면 다른 언니들에게 거리로 나가자고 말해볼생각인데 언니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긴 해. 하지만 그래도 말을 해봐야겠지. 아무도 같이 나가겠다고 하지 않으면 나라도 한미를 들쳐업고 시내로 나갈생각이야. 침묵은 비겁함 외에 아무것도 아닐 거니까. 한미를 들쳐업고 시내로 나갈 생각이야.침묵은 비겁함 외에 아무것도 아닐 거니까.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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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견디는 것만이 항상 최선은 아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선자 이모가 서명에 동참해달라고 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쉬운 소리를 하는 법이 없고, 무엇도 잘 표현하지 않던 선자 이모가 사람들마다 붙잡고 진지한 얼굴로 부탁을 해 대부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며.
"사실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었으니. 서명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어. 선자가 그런 서명을 받기 시작한 건 아마 말자 언니 영향이었을 테고, 나는 말자 언니가 하는 운동들을 조금 경계하고 있었지만 그땐 나도 어렸고, 말자 언니같이 사회운동에 적극적인 사람들이 무서웠거든. 나중에 말자 언니에게 들은 거지만 독일 사람들보다 한국 사람들에게 서명 받는 게 더 힘들었다고 하더라. 그 시절엔 대사관 같은 데서도 이런 운동조차 이념 갈등으로 규정해서분열을 조장하곤 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료에 따르면 한인 간호 노동자들이 벌인서명운동은 1978년 3월, 체류권 보장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여는토대가 된다. 한인 여성들과 독일 연방 내무성, 노동청 담당자가참석한 그 토론회가 뮌스터에서 열리고 약칠 개월 뒤, 오년 이상체류자에게 무기한 체류권을, 팔년 이상 체류자에게는 영주권을 주는 새로운 행정법이 통과된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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