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복은 별 관심 없다는 듯 시큰둥하게 대꾸하며 그날 벽돌을 싣고나간 트릭 편에 생리대를 한 차 가득 실어 보내며 말했다.
그 정도면 그애가 여자 구실을 못 할 때까지 쓸 수 있을 거예요.
근대의 물결은 여자들의 사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와 이즈음에는무명천을 빨아쓰던 개짐에서 일회용 생리대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이후 춘희는 자신의 몸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무엇보다도 예민하게감지했지만 생리대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없어 달거리를 할 때마다 치마에 벌겋게 피를 묻힌 채 돌아다니곤 했다. 게다가 춘희의 방에 가득 쌓여 있는 생리대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몰래 한두 개씩 훔쳐가 채 두 달도 지나기 전에 모두 없어지고말았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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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은 눈이 점점 멀어져 이때쯤엔 겨우 서너 발짝 앞에 떨어져 있는 물체만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대신, 그의 눈앞에 오래전 그가 고향마을에서 보았던 구름이 걸린 앞산의 풍경과 햇빛에 반짝이던 강물, 언젠가 그가 아버지를 따라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굴 속에서 발견한 승냥이의 새끼, 또한 오래 전 헤어진 가족의 얼굴과 고향 친지들의 얼굴이 또렷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文은 점점 더 말을 잃어가 하루 종일 사람들 틈에서 일을 하면서도 단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그렇게 그는 현재로부터 과거로,
현실로부터 꿈으로,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이미 사라진 것으로, 사람들간의 대화와 교통으로부터 혼자만의 고독한 침묵 속으로 빠져들고있었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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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은 금복이 또다시 자신이 닿을 수 없는낯선 세계로 달아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달리 멈추게 할 방법이없었다. 그리고 이때쯤 그는 자신의 먼 조상으로부터 시작된 불행의그림자가 자신에게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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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도 처음에는 춘희와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녀가 말도 못 할뿐더러 사람들이 하는 말을거의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그녀가 여느 사람들보다훨씬 더 섬세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구태여 언어가 아니더라도 서로•주고받는 미묘한 느낌과 감정을 통해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되었다. 그것은 文에게도 분명 새로운 경험이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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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의 남다름을 알아보는 文


며칠 뒤, 춘회가 되는대로 이겨놓은 진흙을 본 文은 그녀에게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는 춘희가 비록 말은 못 하지만물상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독특하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그녀에게 벽돌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당시춘희의 나이 열두 살이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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